가고 싶은 재래시장 만들기 - 지역 특성에 맞는 재래시장 특화전략을 찾아서 ③

 

편집자 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길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시장 특성에 맞는 활성화 전략은 특히 더하다. 이에 소비자가 ‘가고 싶은 재래시장 만들기’라는 제목 아래에 부평 지역 특성에 맞는 시장 특화전략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연재 순서>


1. 부평의 재래시장 어디로 가나? - 현황과 실태
2. 재래시장 육성 관련법과 정부의 지원시책
3. 시설 현대화만으로 대형 유통업체 이길 수 없다
4. 재래시장 살리기 성공 사례를 찾아 ①, ②, ③
5. 재래시장 접근성 강화가 우선이다
6. 대형 유통업체 입점규제, 영업시간 제한 가능한가?
7. 새로운 경영기법 사례



▷ 국내 유통시장, 대형마트 중심으로 재편


“3000평 규모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주변 재래시장(평균 1200평) 7곳 정도가 어려워진다”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한 십정종합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 6월 28일 상인교육에서 중소기업청 정책자문교수인 변명식 박사가 한 말이다. 이는 중소기업청이 재래시장 지원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을 분석한 결과이다. 

국내 유통시장은 불과 10여년 만에 급속히 대형마트 중심으로 재편됐으며, 대형마트는 지역 상권과 재래시장을 초토화했고, 판로 독점으로 납품 제조업체까지 좌우하는 유통 권력이 됐다.

대형유통업체의 매장 신설 경쟁은 인구 30만명당 한 곳에서 군 단위인 7만~8만명 수준까지 가열됐다.
부평구만 보더라도 현재 대형 할인점으로 부평역사 롯데마트(2000년 개설), 갈산동 이마트(1995)가 있다. 산곡2동 롯데슈퍼센터(옛 한화마트) 자리에 롯데마트 산곡점이 신축 중이다. 게다가 신복사거리 근처 삼산지구에 롯데마트가 또 들어설 예정이다.
이밖에도 부평구에 인접해 삼성홈플러스 간석점과 작전점, 부천점이 버티고 있다.

대형마트의 융단폭격같은 출점은 소비자 구매패턴에 이미 큰 변화를 불러왔으며 삶을 파고들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어찌보면 ‘한 큐’에 모든 것이 해결되는 대형마트는 ‘더 편하게, 더 빠르게’를 선호하는 현대인을 길들이거나 부추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고객들로 붐비고 있는 한 대형마트 매장 안.


▷ 재래시장의 뒤늦은 경쟁력 갖추기, 시설 현대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속에서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은 지역경제의 기반인 재래시장의 침체를 몰고 왔다. 이는 영세상인들의 생계불안과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졌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살려달라’는 절규와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으로서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천719억원이라는 막대한 국비가 투입됐으며, 689개 재래시장에 아케이드와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설치됐고, 진입로와 간판 등이 정비됐다.
시설현대화 사업은 겉보기에 칙칙했던 재래시장에 새로운 분위기를 창출했다. 또한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경영지원센터는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 시설을 개선한 시장과 안한 시장 간에는 영업실적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설을 개선한 시장이 안 한 시장에 비해 매출이 증가한 점포가 7배, 고객이 증가한 점포가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시설을 개선한 재래시장 상인들 역시 대체로 시설 현대화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시설 현대화 이후 변화를 피부로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시설 현대화는 기본을 갖췄을 뿐 갖춰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국시장상인연합회 민성기(충북 청주육거리시장 상인연합회장) 부회장은 “고객 편의시설을 갖추는 등 시설 개선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무차별적인 지원은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이유로 “정부는 시설 현대화 등 가시적 성과에 몰두했고 상인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인들에 대한 선(先) 교육 후(後) 시설개선 지원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평문화의거리 발전추진위원회 인태연 감사는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를 따라가려만 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시설현대화나 경영현대화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재래시장 경쟁력 강화, 고유의 특성과 장점 살리기


▲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한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 시설현대화 이후 경영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자체가 현재로선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시설과 경영 현대화로 이미 저만큼 앞서간 대형마트의 시설과 판매 전략·기법을 이길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재래시장의 활로는 무엇일까?
이 시점에 재래시장 고유의 특성과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 귀기울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성기 부회장은 “획일화된 대형마트와 비교할 때 재래시장의 장점은 ‘사람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마트에서 느끼지 못한 판매자(상인)와 구매자(고객)와의 친밀성과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고, 다시 찾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 재래시장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태연 감사 역시 “재래시장에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며 “문제는 고객들이 이를 접촉하고 느낄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 이벤트 행사 개최, 차별화 내지 특화 전략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재래시장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 대형마트의 폐해 등에 대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선전과 홍보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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