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시민기자의 영화 읽기 - 변호인

 변호인 │ 양우석 감독 │ 2013년 개봉

 
1981년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이 개봉했다.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편으로는, 국내 최고의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이 최하점이 나오고, 상영관 전체를 예매했다가 상영 직전에 취소하는 등, 이 영화에 대한 호응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시도 또한 만만치 않다. 어쩌면 <변호인>은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를 둘러싼 정치적 배경,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한 현재 한국사회의 해석이 훨씬 더 뜨거운 반응을 만들고 있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32년 전 부림사건처럼 물고문, 통닭구이 고문은 없을지 모르나 지금도 여전히 현 정부에 반(反)하는 자들은 종북으로 매도된다. 국회의원을 몇 명씩 배출한 공당마저 해산시키겠다는 정부가 지금의 박근혜 정부이다.

하기에 스크린에 재현되는 32년 전 부림사건과 정치검찰, 고문형사, 그에 맞서는 권력도 돈도 뒷배경도 없는 가족들, 그들을 변호하는 송우석 변호사는 ‘그땐 그랬지’ 하고 과거를 회고하는 영화적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정녕 안녕하신지 질문하게 만든다.

세법 전문 변호사, 돈이나 벌어 자식들 호강시키는 게 유일한 꿈이었던 평범한 속물 변호사 송우석을 정치변호사로 만들었던 게 이념이 아니었듯, 영화 <변호인>이 던지는 질문은 좌우 진영 프레임을 떠난 상식의 문제이다. 홀어머니 아래서 반듯하게 자란 청년 진우가 빨갱이 간첩일 리가 없고, 그 아들을 구하려 혼비백산 뛰어다니는 국밥집 어머니가 체제 전복세력일 리가 없듯이 말이다.

멀쩡한 청년들을 잡아다 끔찍한 폭력과 고문으로 간첩을 만든 고문형사와, 이적단체 조직도를 미리 그려놓고 거기에 무고한 국민들을 꿰맞추는 정치검찰과, 억지 기소에 영혼 없이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부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가 기반인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체제 전복세력이듯 말이다.

영화는 다시 묻는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철도민영화, 민영화를 막기 위해 합법적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의 지도부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겨울에 민주노총이 있는 언론사를 압수수색 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과잉진압해 쑥대밭을 만드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과연 32년 전 그때 그 시절로부터 얼마나 달라졌는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정말 안녕한지.

이 영화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고는 하나, 사실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송강호가 분한 송우석 변호사의 “내가 아는 국가는 국민”이라는 외침은 바로 지금, 201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안녕하지 못한 나와 너들, 우리들의 외침이기 때문이다.

※ 부림사건(釜林事件)은 부산의 학림 사건이라는 의미에서 부림이라는 명칭이 붙여졌으며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 부산지검 공안 책임자로 있던 검사 최병국이 지휘했다. 당시 변론을 맡았던 노무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이 사건 관계자들은 “영장 없이 체포ㆍ구속돼 대공분실에서 짧게는 20일부터 길게는 63일 동안 몽둥이 등에 의한 구타와 물고문, 통닭구이 고문 등 살인적 고문으로 공산주의자로 조작됐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전두환 정권 초기 저항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조작된 사건’이란 정치적 면죄부를 받았으나, 법률적으로는 여전히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부산지법은 2009년 8월에 피해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출처ㆍ위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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