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외면하는 인천시 공무원들 … “가격ㆍ서비스ㆍ진료수준 경쟁력 자신”

▲ 송영길 인천시장이 19일 오전 인천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고 있다. 혈액 검사를 위해 피를 뽑는 순간 찡그린 얼굴이 인상적이다.<사진제공ㆍ인천의료원>
정치인에게 연말연시는 특수한 때다. 챙겨야할 모임과 행사가 한두 개가 아니다. 지방선거를 몇 개월 앞둔 지금은 더욱 그렇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신이 당연직 대표나 위원장으로 있는 기관이나 단체 등의 송년회에도 의무적으로 참석해야한다.

이렇게 바쁜 시기에,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 19일 인천의료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다. 송 시장이 인천의료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은,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조승연 원장은 ‘페이스북’에 “최신 설비와 의료장비를 갖추고 전문 의료진을 보강했습니다, 인천시민이 주인인 인천의료원을 많이 찾아주세요^^. 송 시장님도 첨단 장비와 최신식 설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인천시민들이 놀랍게 변화한 시민들의 병원인 인천의료원을 많이 이용해 주십시오”라고 올렸다.

송 시장이 인천의료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이유는 인천지역 공무원들이 인천의료원을 더 많이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인천의료원은 인천시가 설립해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쇄해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역 의료원 사이에 수준 차이가 있지만, 복지가 시대적 화두로 부상한 이후 지역 의료원의 의료 수준과 질은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지역 의료원은 돈을 벌기 위해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지역 의료원 운영비로 많게는 수백억원 적게는 수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는 의료원 운영비로 2011년 49억원, 2012년 44억원을 지원했다. 이 지원비는 다수 시민이 저렴하게 공공의료 해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인천시 공무원 인천의료원서 건강검진 ‘극소수’
“민간병원과 차이 없고, 의료원에 도움 되는데”

그런데 인천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공무원들이 오히려 인천의료원을 이용하지 않고 민간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투데이>이 입수한 인천의료원 건강검진센터 운영 현황을 보면, 2011년 인천의료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인천시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2012년에는 12명에 그쳤으며, 올해의 경우 9월 말 현재 한 명도 없었다. 또한 건강보험공단 검진(=건강보험 대상자가 받는 일반 건강검진)도 2011년 19명, 2012년 70명, 2013년(9월 말 기준) 3명에 불과했다.

종합건강검진엔 여러 상품이 있는데, 건강보험(직장)에서 제공하는 일반검진에 20만~30만원만 추가하면 대형병원에서 70만~80만원 하는 검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인천시 산하 기초단체와 공사ㆍ공단에서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씩이 인천의료원에서 건강보험공단 검진이나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여기에 인천시 소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매해 수천명씩 인천의료원에서 특수검진을 받고 있다.

인천시 공무원들이 인천의료원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싸더라도 더 좋은 시설을 갖춘 민간 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주요 요인은 공무원들이 인천의료원을 ‘3류’ 의료기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는 데 있다.

인천시 공무원들과 산하기관 직원들만 인천의료원을 이용해도 인천의료원 재정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건강보험공단 검진의 경우 검진 환자 한 명당 수익 3만~4만원이 발생하고, 종합검진의 경우 수익 10여만원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 인천의료원 건강검진센터 관계자는 “민간병원과 인천의료원의 건강검진항목을 비교하면 가격ㆍ진료서비스ㆍ진료수준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인천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절반이상만 건강검진을 받아도 의료원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데, 왜 이용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천의료원 또 다른 관계자는 “돈을 벌어야하는 병원에서 여러 옵션을 넣고 종합검진을 제안한다. 하지만 의료원은 공공시설이라 적정한 가격에 적정한 진료를 제안할 수밖에 없다”며 “과연 어느 병원이 비영리를 목적으로 진료할지 공무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송영길 시장 취임 이후 인천의료원은 2011년 우수 의료진 5명을 추가로 보강했다. 이들 모두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국내 유수의 병원 출신 전문의다. 특히 인천의료원은 최근 3년간 국ㆍ시비 250억원을 투입해 최신 설비와 의료장비를 갖췄다.

인천시 공무원들이 인천의료원을 찾지 않자, 조승연 원장은 팔을 걷고 서구ㆍ중구ㆍ동구를 비롯한 시 산하 기초단체와 공사ㆍ공단 직원들의 종합건강검진을 의료원에 유치하기에 나섰다. ‘128채널 MDCT(=멀티 디렉터 컴퓨터 단층촬영)’ 등 최신 장비를 활용한 수준 높은 건강검진서비스와 보다 편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협약을 이끌어냈다. 이밖에도 의료원은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와 인천개인택시사업운송조합 등과도 협약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향후 2년 동안 예산 10여억원을 배정해 시 본청 공무원(무기계약직 포함) 4664명의 종합검진을 실시할 계획이다. 공무원 1인당 20만원을 건강검진 비용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 본청 공무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이 건강검진 예산은 민간 병원으로 흘러들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시에서 강제성을 가지고 인천의료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게 할 수는 없다. 현재 인천지역 의료기관 13곳에서 종합검진과 관련한 협약 제안이 들어와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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