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유식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조교수
1980년대만 하더라도 갑자기 팔다리 한 쪽에 마비가 오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고 말을 못하는 실어증이 생기면 ‘바람맞았다’ ‘중풍에 걸렸다’ 해서 청심환을 먹이고 뜨거운 방바닥에 눕힌 다음 팔다리를 주무르는 모습을 주변에서 볼 수 있었다.

이것은 뇌혈관의 이상으로 인해 신체장애가 나타난 것인데,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경색, 그리고 뇌혈관이 잠깐 막혔다가 저절로 뚫리면서 증상이 사라지는 일과성 뇌혀혈 발작 등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해 일컫는 의학 용어이다. 특히 일과성 뇌혀혈 발작은 뇌경색이 발생하기 전의 경고 증상인데, 두 번 이상 경험했는데도 치료받지 않을 경우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뇌출혈, 뇌경색에 관계없이 손상 받은 뇌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 뇌의 무게는 1300그램 정도로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적으나 그 역할이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주역이 뇌일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작은 크기로 무수히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방이 두껍고 단단한 뼈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유일한 장기이다. 또한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심장에서 보내는 피의 30%는 일차적으로 뇌혈관으로 전달된다. 뇌의 역할 분담은 대단히 효율적으로 집중돼있어서 팔다리 운동을 지시하는 부위, 언어를 표현하고 이해하는 부위, 시신경을 통해 들어온 시각을 이해하는 부위 등이 구획으로 나뉘어있고, 각 부위 손상은 각 기능의 저하로 나타난다.

뇌졸중이 생기면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 다섯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 한 쪽 팔다리를 움직이려 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편마비, 둘째로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잘 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장애, 셋째로 한 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서 보이는 시각장애, 넷째로 어지럽고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중심을 못 잡는 어지럼증, 다섯째로 구역ㆍ구토를 동반하는 심한 두통이다.

이와 같은 증상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잘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구토를 했다면 입안의 음식물을 닦아내고 옷을 편하게 하며 기도를 유지해야한다. 요즘에는 가정에도 혈압측정기가 많이 보급돼있는데, 간혹 뇌졸중 발생 후 혈압이 높게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평소 복용하던 혈압약을 한 번 더 먹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하다. 가정에서 뇌졸중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방문해야한다.

증상은 비슷하더라도, 뇌졸중의 치료는 뇌경색과 뇌출혈에 따라 달라진다. 뇌졸중은 발생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면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 정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데, 상당수 환자들은 막힌 혈관이 재개통돼 뇌경색의 진행이 최소화되고 살아있는 뇌 기능이 최대한 보존된다.

6시간 이내라면 동맥 내 혈전용해술을 해볼 수도 있는데, 근래에는 ‘스텐트’를 이용해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피떡)을 빼내는 시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죽은 뇌세포는 살아나지 않으며, 빠른 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죽어가는 뇌세포를 살리기 위한 것이므로 시간이 지체됐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최대한 신속히 병원에 오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뇌졸중 환자의 대부분은 뇌출혈이었으나, 생활습관이 서구화되고, 고혈압ㆍ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뇌출혈의 발생은 점차 줄고 있다. 그러나 뇌출혈은 뇌경색에 비해 더 높은 사망률과 불량한 예후를 보이고 있어, 이 병의 특징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체 뇌출혈의 70%를 차지하는 고혈압성 뇌출혈은 오랫동안 손상된 모세혈관이 파열돼 발생하는데, 출혈량이 적으면 약물치료를 하고, 양이 많거나 부종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20~30대에서 뇌졸중 환자가 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상당수가 뇌 지주막하출혈 환자들이다.

지주막하출혈은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푸는 뇌동맥류라는 것이 터져서 발생하는데 발병과 동시에 환자 약 30%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에 머릿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터진 뇌동맥류의 재 파열을 막기 위해 머리를 열고 수술하거나 또는 머리를 열지 않고 혈관 내 수술을 하는데, 출혈 자체의 위험성이 워낙 크고 합병증도 매우 잘 발생한다.

최근에는 CT(컴퓨터 단층촬영)ㆍ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영상기술의 발달로 평소 뇌혈관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좋은 검사들이 많이 보급됐으며, 뇌동맥류 역시 미리 발견한다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 중 지주막하출혈 환자가 있는 경우라면 20~30대라 할지라도 미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혈압ㆍ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뇌졸중의 진단과 치료 기술이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전체 2위이며, 단일장기로 인한 사망률은 1위이다. 무엇보다 신체나 정신에 장애가 발생한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 역시 너무나 큰 질병이다. 겨울은 뇌혈관이 수축되고 심장박동 수가 증가해 뇌졸중의 위험이 더욱 높아지는 계절이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꾸준히 관리, 그리고 조기검진으로 무서운 뇌졸중을 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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