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과 지식, 명망이 있다고 하는 대학의 한 교수가 말 했다지요. “차라리 일본의 속국이었다면 지금보다 잘 살았을 것”이라고, “그나마 식민지 시절이라도 겪어 근대화가 된 것”이라고요.

영화<한반도>를 봤습니다.
영원히 일본의 영향 아래 있고 싶어하는 집단과 반드시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집단의 갈등이 영화의 줄거리였습니다.
‘갈등’이 있다는 표현조차 부끄럽지만, 잊을만하면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갈등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는 의외로 일본에 대해 열망이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전쟁이나 식민지 시절을 겪은 세대가 더 이상 살아남아있지 않을 훗날, 우리 아이들은 이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 넘겨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저의 기우일까요?



한국전쟁이 있었던 6월이나 광복절이 있는 8월이면, 항상 아이들과 전쟁이나 나라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곤 합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다른데도 꼭 이런 말을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을 뻔 했어요.”
“왜?”
“부자잖아요?”

“부자”와 “잘 살았을 것”이라는 아이의 말에 뭐라 답해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들고, 그때마다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식민지 상황과 전쟁을 직접 겪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면 그 아이도 다시 생각하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함께 읽어보는 책이 있습니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의 역사와 현실을 보여주고자 끊임없이 글을 쓰는 ‘현길언’ 작가가 여덟 살 무렵인 초등학교 입학 즈음부터 중학교 갈 시기까지 체험한 이야기를 다룬 성장소설 <전쟁놀이>, <그 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입니다.


일본군으로 징용 나갔다가 죽은 삼촌이 영웅이라 으스대며 대장 노릇하던 세철이는 해방이 되면서 ‘해방’의 뜻도 알기 전에 ‘삼촌의 죽음이 개죽음’이라는 것을 알아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빨치산이 된 마을 사람들 손에 죽임을 당하는 것을 겪어야 했고, 빨치산 노릇하던 사람들이 또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이런 일들이 어찌 제주에서만 일어났던 일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세철이의 입을 빌어 말하는 작가 개인만의 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침략을 당하거나 전쟁을 겪는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겠지요.

일본이 식민 지배국의 사람들에게도 자국민과 똑같은 대우를 할 것이라는 허황된 착각을 하는 어른들이 아직도 이 땅에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이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면 하고 바라는 일들도 계속되겠지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지가 한참입니다. 텔레비전에서는 레바논 총리가 국민들의 죽음과 고통을 호소하면서 전 세계를 향해 눈물로 “휴전”을 외치고 있습니다.
레바논 총리의 눈물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침략 받고 전쟁을 겪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 젊은 세대와 우리의 아이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광복절’의 의미와 나라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김숙 / 어린이전문서점 완두콩 521-9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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