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경 (삼산동)

여름만 되면 다이어트가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곤 한다. 노출이 심해지는 계절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예전에 여자더러 날씬해지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던 매스미디어들은 좀더 폭압적이고 강력해졌다.

이제는 ‘날씬’만 갖고는 안 된단다. 허리 잘룩하게 들어가고 다리 미끈하게 빠진 날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슴과 엉덩이는 빵빵해야 노출의 자격이 주어진단다. 모든 여자가 전지현처럼 현영처럼 S라인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S라인이 어디 갖기 쉬운 라인인가? 부모로부터 특이체질을 물려받지 않은 이상, 말랐는데 가슴은 크고 엉덩이는 빵빵한 이상체형이 가능한가? 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갖기 힘든 라인이다.
물론 배우나 모델처럼 몸을 밑천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집단에서는 종종 발견될 수야 있겠지만.

문제는 그 특별한 S라인을 이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다.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무리들은 꼭 이렇게 이야기한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니 건강해지라고 걱정해주는 거라고. 날씬해지면 몸도 가벼워지고 생활이 얼마나 가뿐해지겠냐고. 일면 타당하게 들리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그냥 다이어트를 넘어 S라인이 각광받는 시대를 지나다 보니 그들의 사탕발린 말이 다 거짓임을 알겠다. 성인만화에나 등장할 법한 비정상적인 체형을 강요하면서, 이제는 그것이 건강의 징표라고 할 이들이니 말이다.
몸에 대해 무심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나조차도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저주받은 체형을 보면서 무의식 중에 공포를 느낀다. 그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언제쯤이나 되어야 여자는, 그리고 나는, 내 몸을 내가 결정하고 내가 평가하고 내가 사랑하는 그날이 올까? S라인이 아니라 O라인이어도 타인의 시선이 아닌, 누군가가 만든 기준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사랑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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