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감선거 후보 희망자 릴레이 인터뷰①] 도성훈 참교육장학사업회 운영위원장

12년간 인천 교육의 수장이었던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인사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14년 6월 4일 치러질 지방선거에 교육감 후보로 누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교육감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사람들을 만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첫 인물은 참교육장학사업회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성훈(53) 동인천고등학교 교사다. <편집자 주>

“교육부에서 지시하는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천의 특색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소신과 줏대를 가진 교육감이 필요하다. 교육감에 당선된다면, 교사가 학교 교육 변화의 중심이 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이른바 혁신학교라 불리는 ‘(가칭)행복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동안 교육부나 교육청과 학교가 수직적인 구조였다면, 단위 학교가 중심이 돼 원하는 교육을 펼치고 교육청이나 교장은 모든 부분을 아낌없이 지원하는 구조로 만들고 싶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도성훈 동인천고 교사는 인천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옛 성헌고에서 교육ㆍ사회문제에 눈떠

▲ 도성훈 참교육장학사업회 운영위원장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난 도 교사는 열 살 때 인천 부평으로 이사 온 후 부평남초, 부평동중, 부평고를 졸업했다.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다니며 할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우던 중 교사의 길을 생각하게 되고, 교수의 권유로 졸업 후 교사의 길을 택하게 됐다.

사립학교인 성헌고(남동구 소재ㆍ현 인제고)에서 1985년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한 도 교사는 학교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교사들과 함께 나서면서 교육문제와 사회문제에 눈을 떴다.

당시 학교는 교사가 부족한데도 신규교사를 채용하지 않아 학생들이 교육을 부실하게 받아야했으며, 우열반 편성과 예산 불법 유용, 학부모들에게 불법 찬조금을 걷는 등 비리가 많았다. 이에 도 교사는 뜻을 함께하는 교사들과 교사협의회를 구성하고 요구사항 26가지를 만들어 학교 쪽과 협상했다.

협상에서 상당 부분 진전이 있었는데, 학교는 숙직하던 협의회 소속 교사 1명이 물건을 도난당하는 일이 생기자 해당 교사를 면직하려했다. 이 일로 학교에 항의하다 도 교사는 해임징계를 당했다. 이후 학내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해임이 취소됐다. 1989년 일어난 일이다. 이 일로 당시 학교 비리가 세상에 알려졌고, 이로 인해 교장과 교감도 바뀌었고, 교사 20명을 충원했다.

도 교사는 투쟁하면서 교사협의회만으로는 어렵겠다고 생각해 동료 교사 27명과 같은 해 5월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하지만 당시 문화교육부는 ‘교사가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전교조를 합법노조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8명의 교사가 파면 또는 해임했다. 도 교사도 이때 함께 해직됐다.

해직, 복직, 전교조 인천지부 전임자로 활동
급식지원조례 제정․교육환경 개선에 앞장서

해직 후 도 교사는 살길이 막막했지만, 교사의 꿈을 버릴 수 없었다. 때문에 전교조 인천지부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1994년 복직될 때까지 상근자로 일했다.

도 교사는 “당시 아내가 둘째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때라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았지만, 굉장히 의미 있고 뜻 깊은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학교에 들어가서 학교 비리와 문제점들을 알았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교사협의회를 만들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1994년 복직 후 관교중에서 근무하다 인천여공고에서 근무했다. 이후 1999년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전교조 인천지부 첫 전임자인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이후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인천지부 지부장으로 일한 뒤 2007년 부개고에서 근무하다 2012년부터 동인천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도 교사는 인천지부장으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고 잘 했던 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2003년 시민사회단체 23개와 인천시민 3만 8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2004년 ‘인천시 학교급식지원 조례’를 제정한 것이다. 지금은 친환경무상급식이 전국에서 실시 중이지만, 당시만 해도 시민 발의로 급식지원조례를 제정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둘째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많은 지역단체들과 함께 인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인천시민 35만명의 서명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2005년, 인천의 인구는 계속 늘어났지만 교원 수는 늘려주지 않았다. 때문에 서명을 받아 제출했고, 도 교사는 전교조 인천지부장으로서 교육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기도 했다.

참교육장학사업회 창립 이끌어

▲ 도성훈 참교육장학사업회 운영위원장
도 교사는 현재 지난 4월 창립한 참교육장학사업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이 장학 사업은 도 교사가 전교조 인천지부장이던 2006년 시작됐다.

2006년 11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전교조 인천지부 중등남부지회 사무국장의 남편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전교조 인천지부에 200만원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장학금 전달을 한 번에 끝내지 말고 돈을 더 모아 장학기금을 만들자는 의견을 모았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장학기금과 발기인을 모았다. 도 교사가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반찬가게와 국수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간병인, 변호사, 주부 등 다양한 시민 4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2011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도 교사는 “어려운 가정형편의 학생들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에 그런 요구를 하는 것과 함께 당장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장학회를 추진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교사들이 중심이 됐던 장학회에 시민들의 참여가 점점 늘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머니를 털어 5000원이고 1만원이고 내는 시민들을 보며 감동을 많이 받고 있다. 이런 모습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 교육의 변화, 교육감에서 출발”

도 교사가 교육감 후보로 출마하려는 이유는, 인천 교육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다. 전교조 인천지부장을 하면서 교육청과 교섭할 때도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나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인천 교육의 발전을 위해 제안했다고 생각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간선제 민선교육감 이후 인천의 교육자치가 12년의 역사를 축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전하고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고 느끼고 있다.

“인천 교육이 학부모와 교사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기는 하는데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인문계 고등학교엔 졸업장을 받기 위해 3년 동안 자리에만 앉아있는 아이도 많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은 인사비리와 뇌물수수 관련 재판을 받고 있고, 인천의 학력은 꼴찌라고 한다. 우수한 학생들은 인천을 떠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왜 발생하는 가 고민했을 때, 인천지역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육감 한 명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지만,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천 교육의 여러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교육감이 그동안 학교를 짓거나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추는 하드웨어적인 것을 해왔다면, 이제는 시민들의 교육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복지 정책 등을 만들어 내서 행복한 교육이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도성훈 참교육장학사업회 운영위원장
도 교사는 경기도 등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에 비해 인천시교육청이 교사나 학생을 ‘쥐어짜기’하는 방식의 교육정책을 실행하고 있는데, 이는 구시대적 방식이기에 새로운 방식으로의 교육정책을 세워야한다고 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것이기에 교육감에 당선되면 이를 중심으로 한 교육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교육 양극화를 조장하고 귀족 학교라고 지적받는 고등학교의 선발 시기를 일반계고나 특성화고와 동일하게 해 우선선발을 막아야하며, 자사고는 점차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무상 교육과 무상 급식에 대해서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 차원에서 당연히 이뤄져야하는 정책이라고 했으며,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와 관련해선 “전교조가 교육부나 교육청과 중요한 파트너로서 교육 발전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는데 해직자 9명을 빌미 삼아 전교조 전체를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하는 것은, 우리나라 발전의 큰 손실이며 오히려 교육력을 낭비시킬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기에 당장 철회해야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도 교사는 “지역주민이 뽑아준 직선 교육감이라면 원칙과 줏대, 의지와 실천력이 중요한 것 같다”며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의 조건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뚝심 있게 추진하는 것이 인천 교육의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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