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과학이야기 75. 불꽃놀이(1) 연소

 
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길이었다. 집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밖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워낙 가까운 곳에서 난 소리여서 나를 포함한 많은 승객들이 깜짝 놀랐다. 다행히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그날은 문학경기장에서 전국체전 폐막식이 열린 날. 버스가 경기장을 옆을 지나던 바로 그 순간, 폐막을 알리는 불꽃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이미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색색의 불꽃들을 감상했다.

특별한 이유 때문에 불꽃놀이를 싫어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보며 감동을 받는다.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퍼지는 불꽃의 화려한 색과 모양, 그리고 소리의 오묘한 조화 덕분이다.

불꽃놀이는 밀폐된 통 안에 폭발성 화약을 채워 넣고 불을 붙여 공중에서 태우는 것이다. ‘타는 것’을 다른 말로 ‘연소’라하는데, 연소란 어떤 물질이 산소와 빠르게 결합해 빛과 열을 내는 것을 말한다. 산소가 없으면 물질은 타지 못한다. 화약의 재료는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다. 숯가루(15%), 황(10%), 그리고 질산칼륨(75%)만 있으면 된다.

화약에서 숯은 연료로 쓰이고, 황은 숯과 질산칼륨이 밀착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숯은 탄소덩어리다. 탄소는 산소와 쉽게 결합해 연소가 잘 이뤄지는 물질이다. 그래서 웬만한 연료에는 탄소가 포함돼있다. 황은 온천이나 화산 부근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원소다. 폭죽을 터트릴 때 매캐한 냄새가 나는 건 연기로 변해버린 황 때문이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질산칼륨(KNO3)은 화약을 화약답게 만드는 중요한 성분이다. 질소와 산소, 칼륨으로 이뤄진 이 분자는 탄소를 포함한 물질(유기물)이나 황과 결합하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 또 질산칼륨에 열을 가하면 산소(O)가 따로 떨어져 나오는데, 밀폐된 통 안에서도 숯이 무리 없이 활활 타는 데 이 산소가 쓰인다. 질산칼륨이 산소를 공급하는 산화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소가 아주 희박한 우주 공간에서도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캔자스주립대학의 화학자 스테판 보스먼 박사는 폭죽 안에 산소를 발생시키는 질산칼륨이 들어 있기 때문에 외부의 산소 없이도 연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에서는 폭죽이 터지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왜냐하면 소리는 파장의 일종이어서 이를 전달하는 매질이 있어야하는데, 우주 공간에는 공기나 물 등 적당한 매질이 없기 때문이다.

불꽃놀이는 화약을 처음 발명한 중국에서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고려 말인 1373년 최무선이 화약제조법을 발명한 이후 ‘낙화놀이’로 사월초파일이나 대보름밤 국가 행사로 이를 즐겼다고 하니 역사가 꽤 길다. 일본에서도 대규모 불꽃축제인 ‘하나비’를 매해 여름 개최하고 있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는 ‘불꽃놀이는 예술의 가장 완전한 형태다. 완성의 순간에 보는 이의 눈앞에서 사라져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것들은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다. 불꽃이 사라진 자리엔 이런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우린 그 다음의 불꽃을 또 다시 기대하고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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