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상공회의소 공동기획-중소기업이 뛴다] 남동공단 한국콘베어(주)

40년 넘게 한국경제 뒷받침해

▲ 신해범 한국콘베어(주) 대표이사.
자동차ㆍ철강ㆍ조선ㆍ반도체ㆍ석유화학은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5대 산업으로 불린다. 60~70년대 방직산업 등 경공업 중심에서 80년대 이들 중화학공업으로 전환되는 산업화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견인한 업체가 있으니, 바로 한국콘베어공업주식회사다.

한국콘베어가 있었기에 대량생산과 자동화가 가능했다. 그래서 한국콘베어는 우리나라 산업역군을 길러낸 ‘컨베이어 사관학교’로 불린다. 한국콘베어를 나온 기술자들이 곳곳에서 공장 자동화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콘베어는 산업화가 막 시작될 무렵인 1970년 고(故) 김종연 회장이 서울에서 창업했다. 현재는 김광순 회장이 대를 이어 경영하고 있다. 한국콘베어는 1994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3대 사업부문 중 컨베이어제작사업부와 체인제작사업부를 남동공단으로 이전했다.

한국콘베어 서울 본사는 세계 굴지의 일본 컨베이어 회사 츠바키(TSUBAKI)로부터 부품인 모터와 소형체인, 대형체인, 감속기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콘베어가 산업화의 주역이자 공장 자동화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배경에는 40년 넘게 이어진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컨베이어는 어떤 용적물을 일정한 통로를 따라 일정한 거리를 연속적으로 운반하는 기계장치로 크게 체인형과 벨트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컨베이어 장치는 에스컬레이터와 자동차 생산공장의 생산라인이다. 최근에는 전기전자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 고도화됐다.

한국콘베어는 그동안 시멘트공장ㆍ철강제련공장ㆍ반도체공장ㆍ자동차공장ㆍ석유화학공장ㆍ 발전소, 인천공항과 국내 지하철, 우편집중국, 물류회사, 언론사 등에 컨베이어 장치를 납품했다.

남동공단 한국콘베어 신해범 대표이사는 “국내 자동차 제조공장에는 모두 우리 제품이 들어가 있다. 가장 최근 완공된 당진 현대제철 3고로에도 우리가 활성탄 공급라인과 집진기를 제작했다”며 “완성품을 만들어 제작하는 곳이 아니라 생산현장에 들어가 작업하는 게 우리 회사의 일인데, 국내 산업에 안 쓰이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지퍼 리프터를 국내에 도입해 기아자동차에 납품했다. 지퍼 리프터는 기존 유압실린더 리프터와 달리 리프터에 체인을 도입한 장치다. 자동차를 들어올릴 때 사용하는 것인데, 소음이 없고 안전성이 높아졌으며, 속도 또한 빨라졌다.

국내 컨베이어 산업의 사관학교로 명성 자자

한국콘베어는 국내 컨베이어산업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곳이다. 컨베이어기술을 다루는 이는 한국콘베어를 안 거쳐 간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에스컬레이터 제작으로 유명한 국내 굴지의 한 회사도 한국콘베어의 사업부 중 하나였다. 한국콘베어에 몸담았던 이들이 산업이 다각화되고 세분화되면서 각자 목표를 가지고 한국콘베어에서 나가 새 길을 개척했다.

15년 전 대형마트가 늘고, 지하철 등에 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한국콘베어는 바빠졌다. 당시 동양엘리베이터ㆍ현대엘리베이터ㆍ오티스 등이 현장에 사용한 체인은 한국콘베어가 생산한 제품이었다.

그런데 10여년 전부터 중국산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중국이 인건비가 낮아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콘베어 제품보다 비교우위를 차지했다. 체인 생산라인이 거의 가동을 멈출 정도였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3년 전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무빙워크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무빙워크 제조업체들이 다시 한국콘베어를 찾기 시작했고, 가격은 중국산보다 여전히 높지만 다시 비교우위에 섰다.

신해범 대표이사는 “체인의 규격은 보통 견디는 톤수로 결정된다.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의 에스컬레이터가 상당히 길다. 거기도 우리가 최근 다시 제작했는데, 견딜 수 있는 하중은 40톤이다. 그러나 실제 안전율은 그 일곱 배인 280톤으로 설계됐다”며 “일반시민들이 우리 회사를 아는 경우는 드물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알아주는 회사요, 사관학교다. 인천공항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지하철을 이용할 때 ‘아, 이게 한국의 기술이구나’ 떠올려주면 엔지니어로서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업화의 주역에서 21세기 자동화의 주역으로

고 김종연 회장이 회사를 설립할 때만해도 컨베이어 국내 기술이 빈약해 외국에서 수입해 제작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술을 키웠다. 그나마 독점이었던 때라 시장 개척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국내 산업규모가 커지고, 다각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산업현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컨베이어 기술자들이 필요했다. 1994년 매출이 400억원을 기록했는데, 지금도 회사 매출은 400억원 규모다. 한국콘베어에서 성장한 기술자들이 곳곳에 진출하면서 나타난 효과다.

다만 지금은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두드러지면서 해외에도 많이 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현대ㆍ기아자동차나 삼성전자 등이 중국ㆍ인도ㆍ미국 등에 해외공장을 신설할 때 같이 들어가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중국의 ‘중국BOE’라는 전자회사가 운영하는 LCD 제조공장에 자동화 설비를 납품했다. LCD 공장의 경우 미세먼지가 없어야하는 고도의 컨베이어 제작 기술이 필요한데, 중국에서 인증을 받았다. 국내 공장 생산라인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여서 이처럼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과 더불어 한국콘베어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IT(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자동화 생산라인이다.

신 대표이사는 “우편집중국과 택배회사의 물류 설비가 그 예다. 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분류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 표지에 있는 바코드와 컨베이어 센서가 연결돼 컨베이어 라인에 제품을 올려놓기만 하면 목적지 물류함에 가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매우 단순한 작업인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무선이송장치를 개발했다. 로봇청소기를 상상하면 되는데, 이를테면 A지점에서 B, C, D 등의 각 지점을 찍고 K지점까지 어떤 부품을 나른다고 했을 때, 정해진 노선을 따라 자동으로 실어나르는 장치”라며 “자동차회사 주물설비의 경우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이 같은 장비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에는 자동차제조회사에 신개념 자동화라인을 도입했다. 기존 생산라인의 조립대는 하나의 구동장치로 전체 조립대를 구동하는 방식이라 일이 밀릴 경우 노동자가 조립대를 밀면서 조립했는데, 최근에는 조립대마다 센서와 구동장치가 장착돼있어 굳이 밀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

이 같은 기술력은 6명이 몸담고 회사 부설 기술연구소가 있어서 가능했다. 신 대표이사는 “기술의 혁신이 없으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21세기 한국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계속 자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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