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법 개정, 학교급식 문제 다 해결되나?
급식법 개정, 학교급식 문제 다 해결되나?
  • 이영주 기자
  • 승인 2006.07.20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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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문제, 식재료 규정 허술한 부분 많아

친환경 우리농산물 규정 등 시행령에 담겨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피해 학생이 3,000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학교급식 사고가 터진 후에야 2년 동안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묵혀두었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때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소 잃고 고치는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다시는 소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급식법 개정이 단지, 위탁급식의 문제점과 교육 당국의 관리 소홀을 질책하는 당장의 여론 뭇매를 잠재우는 임시방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개정된 급식법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것부터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 학교급식, 사실상 직영화
직영급식 의무화 및 부분위탁제 도입


개정 급식법은 학교급식의 책임자가 학교장이라는 점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초·중·고교 모든 학교에서 원칙적으로 직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의무교육기관인 초·중학교에서 위탁급식을 하려면 학교운영위 심의와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일정한 요건을 갖춘 업체에 급식을 위탁할 수 있다. 하지만 위탁급식을 하더라도 식재료의 선정·구매·검수 업무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탁할 수 없으며 조리·배식·세척 업무만 위탁할 수 있다. 또 모든 학교급식 시설에는 기존의 영양교사는 물론 국가가 인정하는 조리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단, 개정 급식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시행되므로,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는 3년간 직영 전환이 유예된다.

▷▶ 급식 책임자 규제 강화
학교장·급식업자 벌칙 규정 신설


개정 급식법에는 학교장과 급식 관련 업무를 담당한 교직원, 급식 공급업자에 대한 벌칙 규정이 신설됐다. 원산지 표시 또는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의 표시를 거짓으로 기재한 식재료나 축산물 등급을 거짓으로 기재한 식재료를 사용한 급식 공급업자는 최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학교급식 관련 시설에 대한 당국의 검사를 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식재료의 품질관리기준, 영양관리기준, 위생·안전관리기준을 위반해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지키지 않는 급식 공급업자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 이번 급식사고로 직영화를 골자로 한 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사진은 급식사고가 발생한 부평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싸 온 도시락. ⓒ이영주


▷▶ 직영화 위한 재원 확보 관건
국고지원 없어 난항 예상


그러나 법 개정을 했다고 학교급식의 안정성 문제가 한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기 위한 예산 확보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1,655개 학교를 직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학교당 시설개선·운영비로 2억원씩 모두 3,31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이를 위한 재원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 개정된 급식법은 직영 전환으로 인한 추가비용에 대해 국고지원 규정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아 지자체의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식재료비의 경우는 국고지원이 전혀 없어 재정자립도가 아주 낮은 지역은 직영화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지방교육재정이 열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인천의 경우, 국고지원 없이는 급식 직영화가 쉽지 않을 것이 점쳐진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직영으로 전환될 경우 가뜩이나 업무 과다로 교수연구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는 교직원들에게 급식업무까지 떠안기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급식 전문가도 아닌 교장과 교사들이 급식사고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역시 학교의 불만을 사고 있다.


▷▶ 앞으로 시행령 보완이 중요
친환경 우리농산물 사용 명시해야


이렇듯 개정 급식법이 허술한 부분이 많은 만큼 교직원·학부모·학생 등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급식법 개정에 앞장서온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개정 급식법에는 식재료에 대해 ‘이건 안 된다’만 있지 ‘이걸 먹여라’가 없다”며 “친환경 우리농산물 사용 등의 내용이 시행령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급식조례제정 등 급식운동을 펼쳐온 학부모단체들은 “자기 지역 농산물을 자기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원칙하에 직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민들의 주체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교급식 문제는 급식법 개정으로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주체들의 인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도는 제도로 그칠 위험이 크다. 학교급식은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의 건강이 걸린 문제인 만큼 학교 등 교육당국, 학부모, 지자체,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이고 민주적인 참여 속에서 안전한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