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양해각서 체결 … 영리 병원 논란은 어떻게 되나?

갯벌타워 건너편에 복합의료단지 조성 예정 … 5000억원 투자해 1300병상 대형 병원 건립

▲ 한진 메디컬 컴플렉스 건립 양해각서 체결식. 외쪽부터 김영모 인하대 의과대학병원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송영길 인천시장,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박춘배 인하대 총장.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한진그룹 국제병원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 국제병원은 ‘인하대학교 국제병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6일, 송영길 인천시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김영모 인하대 의과대학병원장은 인천시청에서 ‘한진 메디컬 콤플렉스(Hanjin Medical Complex)’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진그룹은 “그룹이 태동했던 인천지역의 장기적 발전에 동참하고, 인천에서 받은 사랑을 다시 환원하기 위해서 한진 메디컬 콤플렉스를 추진했다”고 국제병원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정보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의 융합으로 미래 의료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에 동참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한진 국제병원은 경제자유구역 내 최초로 설립되는 국제종합병원으로서 외국인은 물론 인천시민들의 의료편의와 건강증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청이 발표한 양해각서 내용을 보면, 한진그룹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송도지구 갯벌타워 건너편 7만 7550㎡(=약 2만 3500평)에 약 5000억원을 투입해 병원과 연구교육단지, 복합지원단지 등을 단계별로 건설할 예정이다.

해당 부지는 갯벌타워 건너편 도로와 인접한 부지로, 현대쇼핑몰 부지와 송도IT타워,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등이 인접해있다. 원래 인천테크노파크(옛 송도테크노파크)가 개발하려했던 부지의 일부다. 하지만 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인천테크노파크가 자신의 부지를 다시 인천경제청에 넘겼고, 인천경제청은 해당 부지에 현대쇼핑몰과 한진그룹 국제병원을 유치했다.

양해각서를 보면, 한진그룹은 학교용지로 돼있는 부지 3만 3000㎡(=약 1만평)에 약 2700억원을 투자해 1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개발용지인 부지 2만 3100㎡(=약 7000평)에 약 1100억원을 들여 고부가가치 의료 연관 산업을 개발하고 육성하며, 생명의학 관련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개발할 연구기반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한진그룹이 계획한 복합지원단지는 국제병원 부대시설에 가까운 부지로 상업용지일 가능성이 높다. 한진은 부지 2만 1450㎡(=약6500평)에 고급 메디텔, 시니어타운(=노인요양원), 메디컬 비즈니스 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참고로 메디텔은 통원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숙박 지원시설로 국제병원을 찾는 외국인 등이 머물 수 있는 곳이다.

한진그룹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등 한국의 관문이 있는 점을 살려 송도국제도시가 세계적인 의료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한항공이 보유한 국제항공네트워크를 국제병원 활성화 활용해 의료관광 유치 등 시너지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중국인은 한국이 지닌 의료기술에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송영길 시장은 “한진 메디컬 콤플렉스 유치는 지시에프(GCF: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 후속조치에 필요한 1300병상 규모의 국제병원이 설립되는 것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과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환경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경제청 “시너지효과”… 보건의료계 “공급과잉”

한진그룹이 송도에 국제병원 설립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를 인천시와 체결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자연스레 송도 영리 병원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12년 4월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송도에 영리 병원을 세우려했다. 인천경제청 역시 영리 병원 유치에 적극적일 때였다.

하지만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거세게 비판하면서 송영길 시장은 영리 병원이 아닌 국내 의료법에 따라 비영리 병원을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된 후 송영길 시장은 이 같은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 뒤 인천시는 올해 초 600병상 규모의 비영리 국제병원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서울대ㆍ하버드대와 체결했다. 양해각서 체결 당시 건립 예정부지는 명시하지 않았으나,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엔 국제병원 부지가 송도3교를 건너 오른쪽에 있는 커넬워크와 인접한 부지로 돼있다.

한진그룹 국제병원이 들어설 부지는 송도1교 왼쪽에 위치해있으며, 송도3교 오른쪽에 있는 가칭 ‘송도 비영리 국제병원’ 부지와의 직선거리는 약 2km에 불과하다. 또한 연세대가 2015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1000병상 규모의 송도 세브란스 국제병원과의 거리도 1.5㎞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급 과잉’을 우려한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병원의 병상 수가 이미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OECD 국가의 평균 병상 수는 1000명당 3.41개인데, 국내 병상 수는 5.53개에 이른다.

유숙경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장은 “인하대(=한진) 국제병원은 1300병상이고 서울대ㆍ하버드대의 국제병원은 600병상, 연세대 병원은 1000병상이다. 그런데 세 병원이 모두 반경 2km 안에 들어가 있다. 과잉 중복투자가 우려되는 이유다”라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또 “인천시가 이미 비영리 병원으로 방향을 정한만큼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며 “나아가 박근혜 정부 또한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인 송도 영리 병원 논란을 이젠 종식시켜야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천경제청은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승주 투자유치본부장은 “송도국제도시의 계획인구는 25만명이다. 송도만 놓고 얘기하면 공급 과잉일 수 있다. 하지만 국제병원은 송도 인구만 보고 들어서는 게 아니다. 가깝게는 수도권을 겨냥하고 나아가서는 외국인 방문객을 겨냥하는 국제병원”이라고 한 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다른 국제병원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너지효과를 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 국제병원, 인하대병원 신관 될 가능성 높아

한진그룹이 송도에 짓기로 한 국제병원은 인하대 의과대학병원 신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하대 의과대학은 지난해 5월 인하대병원 옆에 600병상 규모의 신관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인하대병원은 현 병원 건물 옆 한진택배 부지 1만 8512㎡에 2500억원을 들여 2016년 초에 신관을 개관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하대는 병원 신관이 문을 열면 총1500병상 규모를 갖춘 초대형 병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며 암센터와 심장ㆍ뇌ㆍ혈관 전문센터 신설로 국내 ‘탑(Top) 7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송도에 국제병원을 짓기로 하면서, 이 국제병원이 현 인하대병원 옆에 짓기로 한 신관을 대체할 전망이다. 송도에 짓는데 굳이 현 인하대병원 옆에 추가로 지을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은 자체 건물과 땅이 없어서 교육부로부터 대학원 입학정원 축소라는 행정명령을 받아, 내년 말까지 건물을 지어야한다. 이에 인하대는 남구 용현동 캠퍼스 3호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의과대학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한진그룹이 추진하는 송도 의료복합단지에 국제병원과 더불어 연구교육 부지도 포함 돼있어, 이 의과대학은 향후 송도로 이전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 관계자는 “복합의료단지 중 일부는 연구교육용지라 가능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복합지원단지는 상업용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했고, 인천경제청은 “현재 연구교육단지에는 학교가 들어설 수 없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상업용지의 경우도 마차가지 아니겠냐?”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