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17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 더욱이 어린이들은 어른들보다 때가 묻지 않고 순수해서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1학년 아이들 수업이 있는 날 때마침 비가 내렸다. 햇빛 밝은 날엔 꼭꼭 숨어있던 갖가지 생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비 오는 날은 시 쓰기 좋은 날이다.


1. 시 맛보기


비와 연관된 시 읽어주기


“비 오니까 도서관 오는데 힘들었지?” / “옷이 다 젖었어요” “추워요” “우산 쓰기 귀찮아요” / “그래도 난 비오는 날이 좋아” / “왜요? 못 놀잖아요” / “난 비오는 날 더 신나게 노는 걸?” / “뭐하고 노는데요?” / “빗방울 모양도 관찰하고 달팽이도 보고 지렁이도 보고….” / “비오는 날 축구하면 재미있죠?” / “그래. 나중에 감기 걸리는 것만 걱정 안 해도 되면 비 맞고 다니는 것도 좋은데” / “우리 엄마가 산성비라 맞으면 안 된대요” “머리 벗겨진대요” / “그래, 환경이 오염돼서 마음껏 비도 못 맞고 정말 아쉽다. 대신, 비에 대한 시를 읽어줄게”


봄비


비가 그쳤네
햇빛이 반짝어리네
세수한 산과 들이
수군거리오
“어어 시원하구료”
“어어 시원하구료”
(김석전, 엄마야 누나야 /보리)


“히히히” “낄낄낄” “헤헤” “산과 들이 세수했대요” / “산과 들은 비오는 날만 세수하는 거네?” / “좋겠다. 매일 안 씻어도 돼서” / “그리고 또 재미있는 부분은 어디니?” / “어어 시원하구료, 하는 부분이요” / “산과 들이 개구쟁이 같지” / “저 같으면 어어 춥구료, 했을 것 같아요” / “또 읽어줄게”

빗방울


비오는 날


빗방울들이
빨랫줄 위에서 동 동 동
줄타기 연습하오.


뒤에 오는
빗방울 하나
앞선 놈 밀치다
뚜-욱-딱
둘이 다 떨어져요.
(송창일 ‘귀뚜라미 나와’ /보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이 그려지지?” / “네, 빗방울이 꼭 사람 같아요” / “시를 맛보면 시 속에 나오는 모든 글감들이 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장난치는 게 좋더라” / “아까는 산과 들이 세수했는데 여기서는 빗방울이 놀고 있어요” / “맞아. 서로 밀치고 장난치다가 둘 다 떨어졌지”


달팽이


색시 달팽이가
방귀 뀌어 놓고


누가 보았을까 봐
누가 들었을까 봐


모가지 기다랗게 느리고는
요리조리 살피다가 


아무도 없으니까
그 속에 쏘옥 들어가 잔다.
(권정생, ‘꽃이 파리가 된 나비’ /우리교육)


“달팽이도 방귀 뀌어요?” / “그럼 안 뀌겠냐?” / “그럼 꽃도 방귀 뀌어요?” / “우리 예전에 꽃방귀 시 읽은 거 기억 안 나? 꽃이 뀌는 방귀냄새가 꽃향기라잖아” / “에에이… 엉터리” “그래도 그런 꽃방귀 끼면 좋겠다” / “달팽이 모습이 잘 그려지니?” / “네, 달팽이 색시가 너무 귀여워요” “우리도 나가서 찾아봐요”


2. 겪어보기


아이들과 함께 학교 앞 운동장으로 나갔다. 비 오는 날의 친구들인 달팽이와 지렁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선생님, 지렁이 찾았어요” “으이…… 징그러워” / “그래도 지렁이가 있는 땅은 깨끗한 땅이라잖아” / “왜요?” / “지렁이가 흙을 먹고 뱉고, 먹고 뱉고, 하면서 흙을 깨끗하게 만드는 거지” / “지렁이는 좋은 애네요?” / “그래, 지렁이는 좋은 일을 많이 하지”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지렁이가 못생겼다고 징그럽다고 발로 문대서 죽이기도 하더라. 지렁이도 사실은 우리 인간이 징그러울 거야” / “맞아요, 얜 발이 없는데 우린 있잖아요” / “지렁이는 지네를 무서워하거든. 지네가 지렁이를 꽉 잡고 터트려서 잡아먹더라. 지렁이는 눈도 없는데” / “지렁이는 그럼 앞을 못 봐요?” / “응. 지렁이는 앞을 못 봐” / “불쌍하다” “선생님, 지렁이는 만지면 부드러워요” “지렁이를 만지면 지렁이가 쪼그매져요” “와! 죽은 척 하나봐. 안 움직여” / “그래 얼마나 무섭겠니?” / “지렁이가 다시 간다!” “기어가는 거 너무 웃겨요. 꼬불꼬불”


3. 지렁이 관련 책읽기


운동장에서 한참을 지렁이에 대해 관찰하고 온 아이들은 지렁이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 아이들과 ‘지렁이 굴에 들어간 부르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곰인형 부르노가 지렁이를 만나 땅 속을 여행하는 내용의 책인데, 지렁이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지렁이를 귀여운 친구로 생각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롱브릭(지렁이)이 너무 귀여워요” “이빨도 없고 눈도 없어서 아무하고도 못 싸워서 불쌍해요” “지렁이한테 친구 톡톡이가 있어서 좋아요” / “그래. 지렁이는 이빨이 없다고 했잖아. 그래서 톡톡이가 잎을 부드럽게 해 주어야만 먹을 수 있어” “우리 지렁이를 보았던 것, 느끼고 생각한 것을 시로 써볼까? 했던 말 그대로 써도 좋고, 생각나는 것이 없으면 지렁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내가 지렁이라면 어떤 기분일까에 대해서 써도 좋아” / “다 쓰고 서로 읽어줘요” / “그래 다 쓰면 서로 발표해보자”





지렁이


일신초 1학년 정지원


꿈틀꿈틀 지렁이 만지면 간지럽다
지렁이는 땅에 산다
가끔은 놀이터에도 많다
지렁이는 거름을 만든다

지렁이


일신초 1학년 박건우


지지 지렁이 몸이 꿈틀거리니
똥을 싸려는 것 같다
지렁이 할머니가 됐나
꼬부랑꼬부랑 가네
지렁이 만지면 말랑말랑 해서 너무너무 귀엽다
흙 속에서 흙을 맛있게 입에 넣었다 뱉었다
그래서 흙이 부드러워졌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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