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과학이야기 74. 하늘(2)

지난해 10월 14일,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라는 남자가 깜짝 놀랄 도전에 나섰다. 하늘 높이 올라가 낙하산 하나만 맨 채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스카이다이빙이라면 개그맨 김병만이 한 프로그램에서 몸소 보여준 것처럼, 맘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전은 많이 달랐다. 보통 스카이다이빙이 경비행기를 타고 올라가 지상 2~4k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달리, 바움가르트너는 기구를 타고 2시간 30분에 걸쳐 무려 39km까지 올라갔다. 그곳은 마치 우주 한 가운데 있는 듯 사방이 어두컴컴했고, 지구는 아득히 먼 곳에서 반짝이는 커다란 은쟁반처럼 보일 뿐이었다.

지상 39km는 어떤 곳일까. 그곳에는 산소가 없어 숨을 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온과 기압이 낮아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지구를 둘러싼 공기층을 대기권이라고 한다. 대기권은 지상 1000km까지 해당하지만, 지구 중력 때문에 전체 공기의 99%는 32km 이내에 몰려 있다. 대기권은 지표와 가까운 순서로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나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지 아니면 높아지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우리가 숨을 쉬고 사는 대류권은 약 11km까지로,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은 높은 고도 때문에 여름에도 꼭대기의 만년설이 녹지 않는다. ‘대류’는 뜨거운 것은 위로, 찬 것은 아래로 내려오면서 열이 전달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대류권에선 햇빛으로 달궈진 지표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위쪽의 찬 기운이 아래로 내려오는 대류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래서 대기가 대단히 불안정하다. 게다가 수증기가 많아 온갖 기상현상이 발생한다. 이 불안정한 층을 비행기가 열 시간이 넘게 날아야한다면, 아마도 보험회사들은 곧 문을 닫아야할지 모른다.

그래서 비행기는 대류권 너머 성층권을 따라 이동한다. 성층권은 대류권 위부터 약 50km 높이까지 해당한다. 비 오는 날 비행기를 타면, 대류권을 통과하자마자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싶을 만큼 멋진 풍경에 넋을 읽게 된다. 우중충하던 지상의 날씨와는 달리 새하얀 구름밭이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 속에 한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행기가 성층권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바움가르트너가 뛰어내린 곳이 바로 성층권이다. 그래도 비행기 항로는 높아봐야 20km를 넘지 않는데, 바움가르트너가 뛰어내린 위치는 39km이다. 그 높이를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게다가 비행기나 우주선처럼 자신을 보호해줄 든든한 이동수단 대신, 오직 헬륨 가스를 가득 채운 기구에 작은 캡슐을 매달아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그의 도전은 개인적인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극한의 환경에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우주복 등 각종 장치의 성능을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이 도전에 과학자 70여명과 스태프 300여명이 참여했고, 한 에너지 음료회사가 2007년부터 자금을 지원했다. 마흔세 살인 바움가르트너는 25년 동안 2500번 넘게 스카이다이빙을 해온 베테랑이었지만, 도전을 위해 무려 5년 동안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성층권은 대기가 적어 음속보다 빠르게 낙하하게 되는데, 이때 몸이 1초에 약 120회 회전을 한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으면 도전에만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길고 긴 시간이었을 4분 20초 동안 그는 자유낙하를 견뎌냈고 상공 1.5km에서 낙하산을 펼쳐 뉴멕시코 사막지대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 도전으로 그는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빨리 뛰어내린 기록에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그가 타고 간 헬륨가스 기구는 ‘최고도 상승기구’ 기록을, 그가 펼친 낙하산은 ‘최고 높이 낙하산’ 기록을 세웠다.

한 기자가 그에게 “캡슐 문을 열고 뛰어내리기 직전, 어떤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세상 꼭대기에 서면 매우 겸손해진다. 기록을 깨는 것에 대해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고, 그저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게 된다” 미사여구 없는 그의 대답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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