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한두 명이 하는 행동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세 명이 같은 행동을 하면 그때부터 관심을 보이고 심지어 그 행동을 따라 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로 얼굴도 모르는 세 사람의 행동이 많은 이들을 움직여 한 생명을 살린 일이 있었다.

2005년 10월, 지하철 천호역 승강장에서 열차를 타려던 한 승객이 그만 발을 헛디뎌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어버렸다. 위급한 순간, 한 남자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하철을 함께 밀어봅시다” 한동안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멈춰 서서 열차를 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세 사람의 행동을 본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너도나도 열차에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줄지어 열차에 손을 얹었다. 구령에 맞춰 열차를 밀자, 33톤의 육중한 열차가 기우뚱 움직였다. 힘을 모아 한 승객의 목숨을 구한 이 일은 한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미담으로 소개됐다.

자칫 무모해 보일 수 있는 열차 밀기에 세 사람이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거꾸로 말하면, 뜻이 맞는 사람 단 세 명만 모여도 주위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숫자 ‘3’은 예사로운 숫자가 아니었다. 동양에선 양을 뜻하는 1과 음을 뜻하는 2가 만난 3을 음양이 조화를 이룬 완벽한 숫자라 여겼다. 셋을 나타내는 영어 ‘Three’의 어원은 ‘변화, 전환’을 뜻하는 ‘trans’이다.

기독교의 ‘삼위일체’도, 불교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세 개의 존재계(삼계: 三界)도, 빛의 삼원색도, 프랑스 소설 ‘삼총사’와 나관중 ‘삼국지’의 주인공도, 모두 셋이다. 의자의 다리가 최소 셋이어야 쓰러지지 않듯, 숫자 3은 안정과 균형, 완벽을 의미한다. 심지어 어른들이 명절에 많이 하는 ‘화투(고스톱)’도 3점이 돼야 난다.

한자 三(석 삼) 역시 단순히 ‘셋’을 의미할 리가 없다. 一과 二를 합해 三으로 쓰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一과 二의 의미부터 살펴봐야한다.

一은 ‘한 개’를 뜻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있음’, 즉 존재를 의미한다. 허신은 ‘설문해자’에서 ‘一은 하늘을 뜻하고 二는 땅을 뜻하며, 애당초 도(道)는 一에서 나왔다(天一地二 惟初太始 道立於一 : 천일지이 유초태시 도립어일)’고 설명한다. 一을 ‘태초의 시작’ ‘하늘’로 본 것이다.

二에서 위에 있는 획은 하늘을, 아래에 있는 획은 땅을 뜻한다. 三은 하늘과 땅 사이에 무언가 있음을 가로획으로 표시했다.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는 존재, 바로 사람이다. 三은 가로 획 세 개에 하늘, 땅, 사람, 즉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를 모두 담고 있다. 하늘도, 땅도, 사람도, 혼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셋이 만난 三은 곧 만물을 뜻한다. 이 안에서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만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낙심하기보다는 우선 뜻이 잘 맞는 두 사람을 먼저 찾을 일이다. 세 사람이 즐겁고 신나게, 그리고 우직하게 일을 해나가다 보면, 분명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통계학과 심리학, 그리고 저 먼 옛날 조상들이 만든 한자가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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