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공회의소ㆍ인천투데이 공동기획 - 중소기업이 뛴다] 감속기 전문 ‘제이에스티’ 이한종 대표

▲ 이한종 (주)제이에스티 대표.
배운 게 기술이고, 지금껏 연마한 게 기술이다. 무일푼이었지만 설계도 한 장 달랑 들고 신용보증기금을 찾아갔을 때만해도 이렇게 성장할 줄 알았을까? 기술 하나로 시작했는데 이제 감속기 분야 선두업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제이에스티 이한종(48) 대표는 평택기계공고에서 선반을 배운 뒤 졸업 후 곧바로 반월공단에 취직했다. 그 뒤 서울로 가 금형ㆍ선반ㆍ사출 업체 등을 창업하기 전까지 영등포의 이른바 ‘마치코바(=영세공장)’ 곳곳을 누볐다.

그는 스무 살 때부터 시작한 직장생활을 IMF 경제 불황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99년에 정리했다. 이제는 자신의 사업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한종 대표는 창업하기 전 ‘스크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임가공업체에 다니면서 산업용 스크류와 기어 제작 분야 책임자로 일했다. 그 곳에서 산업용 스크류와 기어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서른넷에 과감히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공작기계를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퇴사 후 연구 끝에 설계도를 만들었다. 돈은 한 푼도 없었다. 2000년, 설계도 한 장 들고 서울신용보증기금(아하 서울신보)을 찾아갔다.

이 대표는 “스크류와 기어 제작에 쓰이는 전용 공작기계를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제조업체는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일본이나 독일제를 사용했다. 대당 가격은 10억원대다. 나는 이를 응용해 우리 제작방식으로 특화한 전용기를 직접 개발했다”며 “서울신보에서 3000만원을 지원했다. 보통 공장을 갖춰 놓고 임대계약서가 있어야 지원해주는데, 아무것도 없이 설계도 하나 달랑 들고 가서 설명했는데, 지원해줬다. 그 돈으로 문래동에 30평 남짓한 마치코바를 차려 직접 제작한 전용기로 스크류를 혼자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술력 인정받아 주문 늘면서 김포로 이전

그렇게 창업한 회사가 진성테크놀로지다. 지금은 주력 생산품이 산업용 감속기이지만 출발은 스크류로 했다.

처음에는 부품만 생산했는데, 실력을 알아본 업체들이 ‘아세이’까지 조립해달라고 했다. 주문이 늘기 시작했고, 창업 후 두 달 만에 직원을 두 사람 더 늘렸다.

매출이 늘면서 서울신보에서 빌렸던 3000만원을 1년 만에 다 갚았다. 당시 진성테크놀로지는 공작기계인 선반과 밀링, 머시닝센터, 보링기계에 들어가는 스크류를 전문으로 생산했다.

스크류에서 시작한 기술은 감속기 생산으로 진화했다. 스크류가 수평으로 동력(회전)을 가해 축이 상하로 움직이는 단순장치라면, 산업용 감속기는 동력이 가해지면 상하ㆍ전후ㆍ좌우로 움직이는 장치다.

자동차 미션에도 감속기가 들어가 있는데, 원리는 간단하다. 자동차 미션 내 감속기는 엔진회전수를 유지하면서 기어 변환으로 저속에서 토크를 늘리고, 고속에서 속도를 늘린다. 언덕을 오를 경우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면서 기어 변속으로 힘을 늘려 올라갈 수 있는 것은 감속기 때문이다.

감속기는 산업전반에 쓰인다. (주)제이에스티의 주 거래처인 포스코에서도 감속기는 필수고, 자동차 제조업체에서도 필수다.

제강 시 철의 종류에 따라 철의 두께와 폭, 길이를 조절하면서 하중을 견디고 밀어주는 장비가 필요한데, 이때도 감속기가 쓰인다. 자동차 제조 공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차체를 올리고 내리는 데 쓰이며, 반도체 제조회사에서는 클린룸 장비의 내장부품으로 감속기를 사용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크류에 이어 감속기를 양산하면서 업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문래동 공장에서 처음에는 오이엠(OEM) 방식으로 타 회사 브랜드의 감속기를 생산해줬으나, 2002년 자체 개발에 성공한 감속기를 선보이면서 사업 규모는 더욱 커졌다.

주문이 늘어, 문래동 공장이 좁았다. 이 대표는 그동안 모은 돈을 김포 대곶면 공장에 투자했다. 2004년 문래동 공장을 정리하고 김포로 확장ㆍ이전한 뒤, 거기서 본격적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에 들어가는 자체 브랜드 감속기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감속기 후발주자지만 기술력만큼은 선두

▲ (주)제이에스티 직원들이 자동차 운전 게임을 시험하고 있다.
김포로 이전한 후 설비를 더 갖췄다. 2000년 직접 만든 장비 하나(=선반처럼 생겼으나 스크류 제작에 특화된 공작기계)로 시작한 회사는 이제 밀링ㆍ선반ㆍ머시닝센터 등 공작기계를 두루 갖췄다.

매출이 커지고 품질이 인정을 받으면서 이 대표는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지금의 (주)제이에스티다. 제이에스티는 진성테크놀로지의 각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회사가 커지면서 외국 수출 기회가 열렸다. 첫 대상지는 일본. 자신이 처음 기계를 만들 때 모방했던 일본에서 이제는 주문을 받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에 맞춰 이 대표는 올해 봄 회사를 인천 서구 검단일반산업단지로 옮겼다. 검단산업단지가 공항에서 접근이 편하고, 인천이 일본과 중국에 한국의 대표적 경제도시로 알려져 있어, 인천에 본사가 있는 게 외국 바이어들에게 어필할 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김포공장은 자연스레 제2공장이 됐다.

이 대표는 공작기계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출은 종합무역상사를 통해 이뤄졌는데,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도쿄기계요소전시회에 참여했는데, 올 10월에는 킨텍스 전시회, 내년에는 도쿄와 오사카, 상하이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 뒤 “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감속기 공급과 관련한 접촉이 왔다. 실사를 마쳤고, 일본신용평가회사에서도 실사를 마친 상태다. 조만간 납품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껏 축적한 노하우에 부설연구소와 공장들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수출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감속기는 산업용이라 각 산업에 특화된 주문제작 방식이다. 현재 국내 감속기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공작기계는 외국산으로 노후화돼있다. 하지만 장비 가격이 비싸서 교체가 쉽지 않다. 우리 장비는 자체 기술로 제작했다. 특화된 주문제작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순수기술로 공작기계를 만들어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주)제이에스티의 감속기 제작 기술력은 태양광발전사업과 게임 산업에도 활용될 정도로 수준급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중국 티벳자치구 4000m 고지에 10메가와트 급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국내 태양광발전장비가 남향 고정식인데 비해, 티벳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장비는 센서를 부착해 햇빛을 추적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도 감속기가 사용됐고, 감속기에 국내 전자제어기술이 접목됐다.

이 기술은 게임기에도 적용됐다. 자동차 운전 게임인데, 운전할 때 운전석이 상하ㆍ좌우로 움직이며 뱅그르르 돌기까지 한다. 이 대표의 자신감이 헛된 것이 아닌 까닭이, 이 같은 기술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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