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9개교, 부평 1개교 식중독 증세

9개교 중 8개교 CJ푸드시스템 위탁 운영

“학교급식 직영 전환” 목소리 높아져



▲ “급식 대신 도시락” 지난 21일 학교급식을 먹은 학생들이 집단 복통 및 구토, 설사 증세를 보이자 22일부터 급식을 중단한 부평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영주


지난 21일과 22일에 걸쳐 인천 9개교에서 학교 급식을 먹은 학생들이 설사, 복통, 구토 등 식중독 증상을 보여 각 학교에서 급식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시는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소 등과 합동조사에 나선 결과 서구의 검단고, 가좌여중을 비롯해 9개 학교에서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증세를 보인 환자가 1천254명 발생했다고 23일 밝혔다.
현재 인천시는 급식사고 발생 학교 환자들의 가검물을 채취,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증세를 보인 환자가 발생한 9개 학교 중 서구 서곶중을 제외한 8개 학교는 CJ푸드시스템에 급식을 위탁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CJ푸드 인천·수원물류센터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은 학교 67개교에서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증상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급식사고가 발생한 학교는 21일 돈육볶음, 돈육야채볶음, 돈육야채불고기 등 돼지고기 반찬이 식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CJ푸드시스템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회사에서 문제가 있는 고기를 납품했거나 CJ푸드시스템의 보관 및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교육청은 22일 오후 학교급식을 CJ푸드시스템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인천시내 17개교와 장티푸스 의심환자가 발생한 1개교에 급식 중지 명령을 내리고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오도록 했다.

전국적으로 사상 초유의 급식사고인 데다가, 그 중 인천지역 학교에서 1천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자 인천지역 정당·사회단체, 학부모단체들은 “학부모들의 직영 요구를 묵살하고 영리를 추구하는 업체에 학교급식을 위탁한 것 자체가 이미 대형 사고를 예고한 것”이라며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 지난 23일 CJ인천물류센터를 방문, 현장답사를 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강기갑 의원.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위원장 김성진)은 급식사고가 확인된 다음 날인 23일 문제의 식재료 공급처인 CJ인천물류센터에 대한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이 답사에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강기갑 의원과 최순영 의원의 보좌관이 참석했다. 답사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이번 급식사고가 냉동물품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인 CJ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올해 3월 식약청의 단속 과정에서 CJ가 제외됐던 점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또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지부장 노현경)도 26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참교육학부모회에 따르면 인천지역 학교 위탁급식 계약 업체는 2005년 기준 총 24개 업체이며, 이중 CJ푸드시스템, 한화국토개발, 신세계푸드시스템, (주)TSF, 삼보캐터링, 동명외식 등 6개 업체가 인천시내 85개교와 계약, 전체 위탁 급식 계약 학교의 72.6%를 차지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이번 급식사고의 원인이 업체의 공동물류센터에서 제공한 식자재로부터 발생한 것임을 감안한다면, 나머지 급식 업체 역시 동일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급식사고가 또 다시 재현될 것을 우려했다.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 ‘위탁운영’ 자체가 문제


이번 급식사고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지만 학교급식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인천에서는 26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2004년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을 구성하고 학생들에게 안전한 급식 제공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평에서도 정당·사회단체, 시민단체, 학부모단체 등이 부평구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를 결성, 학교급식 직영 전환과 부평구의 급식지원 등을 요구하며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미 예고된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위탁급식은 인건비·감가상각비·시설비 등이 고정돼 있어 위탁 업체가 이윤을 더 남기려면 재료비를 줄이게 돼, 신선도가 떨어지는 값싼 재료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

급식 위탁운영이 매번 시빗거리가 되면서 교육청 차원에서도 직영으로 전환할 경우 시설비를 지원하는 등 방안이 나오고 있고 초등학교는 모두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고등학교는 여전히 위탁운영이 많은 형편이다.


위탁업체 감가상각비가 직영 전환 발목 잡아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사회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이 학교급식의 위탁운영 자체에 대해 문제삼고 있지만, 학교급식의 직영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이번 사고 학교들은 계약 상 사고가 발생할 시 자동 계약이 해지되므로 CJ푸드시스템과의 위탁계약은 없었던 일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가 3~6년 정도의 계약기간 동안 위탁업체에게 시스템 투자비(감가상각비)를 분할 부담하게끔 계약이 돼 있어, 계약 해지 이후에도 곧바로 직영으로 전환하기엔 어려움이 남는다.

이번에 급식사고가 발생한 부평의 한 중학교 교장은 “지금까지 4년 동안 매년 4천만원 정도의 투자비를 업체에 지급해 왔다”며 “지금 당장 CJ와 계약 해지를 하더라도 남은 6천만원 가량을 CJ에 지급해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또한 “급식 직영에 따른 교육청의 지원에는 이전 위탁업체의 투자비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직영 전환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이번 사건 이전에도 위탁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급식을 추진하던 몇몇 학교가 문제의 ‘투자비’ 회수 문제로 직영 전환이 좌절된 바 있다. 이번에 급식사고가 발생한 연수구의 한 중학교는 올해 4월 CJ푸드시스템과의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려 했지만 CJ푸드시스템에서 ‘학교측이 2억6천9백여만원의 투자비를 돌려주거나 투자비를 회수할 때까지 계약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노현경 지부장은 “CJ푸드시스템을 비롯한 대형 위탁 급식업체들이 투자비 보전 조항을 내세워 직영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며 근본적인 법제도 개선이 밑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영급식,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제도화 시급


과연 위탁급식으로 안전한 학교급식을 보장할 수 있는가?
사상 초유의 급식사고가 발생하면서 학교급식의 위탁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학부모단체들은 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게 운영을 맡기는 위탁급식은 언제든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직영급식의 식자재도 되도록 우리농산물을 사용해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학교급식의 직영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법제도의 보완과 더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급식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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