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어중국학과, 6개월 전 타 대학으로 간 교수 특채 추천
교수들 “총장 탄생 일등공신 특채… 채용 지침에 어긋나”

 
사립대와 시립대를 거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학교가 최근 교수 채용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학과는 2002년 신설된 중어중국학과다. 이 학과에 재직했던 A 교수는 올해 초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에 특별 채용돼 인천대를 떠났다. 그는 2002년부터 인천대에서 전임강사와 조교수 등을 거쳐 부교수를 지냈다. 중어중국학과 교수진의 절반가량은 A 교수의 대학 후배들로 채워졌다.

논란은 이런 A 교수를 올 9월 2학기 개강 전에 특별 채용하자는 의견이 중어중국학과에서 나오면서 불거졌다. 해당 학과 교수들이 최근 A 교수를 특채하자고 교무처에 추천서를 올린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A 교수 특채가 ‘인천대 전임교원 특채 지침’에 어긋난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다른 학과 교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 지침에서 자격요건을 보면 ▲학문적 역량이나 연구 실적이 탁월한 내ㆍ외국인 ▲새로운 학문 분야 또는 대학 특성화 등 대학의 발전에 필요한 특수한 분야의 연구ㆍ강의를 담당할 자 ▲본 대학 졸업자 중 세계 100위권 이내의 우수 대학 학위 취득자로서 임용 후 2년 이내에 탁월한 연구 실적이 가능한 자 ▲이공계열의 경우, 최근 5년 이내에 SCI급의 연구 실적이 200% 이상인 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투데이>이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A 교수의 논문 실적은 많지 않았다. 인천대 특별채용 지침 전형 방법을 적용해 ‘최근 5년간 연구 실적’을 확인한 결과, A 교수의 논문은 7건에 불과했다.

인천대에 따르면,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총 8명으로 인문·사회과학대학 타 과에 비해 교수 충원률이 높은 편이다. 인천대는 상반기에 교수 확보율이 80% 미만인 학과의 의견을 받아 교수들을 신규 채용했다. 43개 학과 교수 44명 모집에 636명이 몰렸지만 25명만을 임용 결정했다. 당시 중어중국학과는 교수 충원을 희망하지 않다가 이번에 특채를 추진 중이다. 인천대의 교수 충원률은 지난 해 기준으로 71%에 불과해 국·공립대 평균 충원률 76%에는 못 미친다

특히 인천대가 최근 특채로 뽑은 교수는 전원 외국인이다. 이로 인해 현 인천대 총장 선출의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는 A 교수를 특채하려한다는 의혹이 교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부총장 “총장이 최종 결정한 것도 아니다”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학과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분이라, 다시 오셔도 학과에는 마이너스가 안 된다고 본다. 학과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해 추진했다. 더 이상은 말하기 어렵다”

중어중국학과 B 교수는 A 교수의 특채와 관련해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어중국어학과에 A 교수와 같은 대학 출신 교수는 3명이다. 학과 직속 후배도 교수로 재직 중이다.

A 교수는 지난해 선출된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초대 총장을 탄생시킨 일등공신으로 교수 사회에서 정평이 났다. 총장 경선 당시 캠프에서 중요 역할을 했다는 것이 교수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총장의 임기는 2016년 7월 말까지로 법인 이사장까지 겸한다.

복수의 인천대 교수들은 총장이 A 교수를 특채해 보직교수로 임명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A교수가 특별 채용되기까지 교육연구위원회와 연구심사실적위원회, 특별채용심사위원회 등을 통과해야 하지만, 총장의 의중만 있다면 크게 어렵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회과학대 한 교수는 “교수 채용이 장난도 아니고, 올 초에 서울 유명 사립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6개월 만에 다시 학교로 복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이 문제는 학교 자존심의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교수도 “국립대로 출범해 대학 차원에서 개혁을 추진하는 마당에 임용 규정에 미달할 수 있는 교수를 특채한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내부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데려온다고 교수진은 보고 있다”고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교수도 “A 교수의 작년 논문은 2건에 불과하다. 중어중국학과는 교수 충원률이 높은 편이다. 특채 사유가 안 됨에도 특채를 할 경우, 모든 학과가 서명을 받아 총장에게 특채를 건의하면 어떻게 하겠냐”면서, “특채를 통해 A 교수를 다시 임용할 경우, 교수진뿐 아니라 학내 구성원의 강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총장 퇴진운동까지 언급했다.

이와 관련, 대학 관계자들은 “의혹은 의혹에 불과하다”며 교수 사회에서 보내고 있는 의혹을 부인했다.

최병길 인천대 부총장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정치적으로 보면 간 지 6개월밖에 안 된 사람을 데려오면 학교가 장난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총장과 친하니 그 사람을 데려오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할 수 있다”며 “학과 요청이 없으면 우리 시스템 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A 교수가) 유수의 사립대학으로 갈 때도 특채로 갔다. 아직 거쳐할 단계도 있고, 총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내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해당 학과 의견일 뿐이다. 교육연구위원회와 이사회 등을 거치는 사항으로, 특채는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대학은 1979년 설립 후 1988년 종합대 승격했다. 대표적 비리 사학인 인천대는 학내 갈등이 심각했다가 1994년 시립대학으로 전환됐다. 2009년 송도캠퍼스로 이전했으며, 올 초 국립대학으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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