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장순홍 대안학교 위탁교육기관 ‘사랑의 비전학교’ 교장

인천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인천에서 학업을 중도에 그만 둔 ‘학업중단학생’(초ㆍ중ㆍ고생)이 1년에 4000명 가까이 된다. 이중 중ㆍ고생이 3000명 넘게 차지한다. 학교를 떠난 이 학생들은 과연 어디로 갈까? 일부만이 인가 또는 비인가 대안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지속한다. 인천에 있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현재 300명 정도로 집계된다.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대안학교의 범주에는 시ㆍ도 교육감이 지정하는 ‘학력 인정 대안학교 위탁교육기관’이라는 게 있다. 부평구 청천동 쌍용아파트 후문에 있는 ‘사랑의 비전 학교’도 그 중 하나다. 올해 2월 신규 지정돼 4월 초부터 학생들을 받았다. 이곳에선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한다. 지난 7월 10일, 이곳의 교장인 장순홍(54·사진)씨를 만나 그의 삶과 대안학교 위탁교육기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 마음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다려주기

 
‘대안학교 위탁교육기관’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은 학생들의 교육을 일시적으로 맡아서 하는 곳이다. 교과과정을 보면, 일반교과와 대안교과가 섞여있다. 축구나 무예처럼 체육 분야에서 전문화된 영역이나 바리스타처럼 미래직업과 연계한 교과를 운영할 수도 있다. 시험이나 방학 등 학사 일정은 일반학교와 비슷하다.

‘사랑의 비전 학교’는 장기위탁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1년을 지내면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정해진 평가에서 상위 50%에 들어야 위탁교육기간에 더 다닐 수 있다. 정원이 안 찼을 경우에는 상위 50% 미만인 학생도 더 다닐 수 있다.

‘사랑의 비전 학교’에는 학년별로 한 반씩 있다. 그래서 전임교사는 모두 3명이다. 강사까지 포함하면 전체 20명 정도가 교직원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석 달 남짓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 장순홍 교장이 그동안 느낀 점이 궁금했다.

“우리 학교 학생 수는 처음엔 20명이었다가 며칠 전 1명이 자퇴했고, 내일(11일) 3명이 더 온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어서 이곳에 오는데, 대안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라는 인식이 있다. 그런 인식이 맞는 것만은 아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느낀 것은, 일단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소통하는 학교가 대안학교인 것 같다. 소통이 되니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생님들이 그것을 수용하고 기다려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곳에 정착한다고 생각한다”

태권도를 좋아하는 아이가 ‘미래자녀에게 쓴 편지

그가 이 일에 뛰어든 계기는 뭘까?
“인천에서 1년에 학생 4000명 정도가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 중에 대안학교에 올 수 있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학교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300명 정도라는데, 나머지 3700명은 어디에 있을까? 그들의 진로와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다. 대안학교가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결단을 내린 밑바탕에는 그가 살아온 이력이 깔려있다. 그는 교회를 통해 30년 넘게 나라 안팎의 청소년들을 만나왔다.

“목사가 되기 전부터 교회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또, 해외 빈곤아동 돕기 활동도 많이 했다. 주로 중국ㆍ베트남ㆍ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다녀왔다. 러시아와 몽골도 다녀왔고, 남아공과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도 다녀왔다”

그는 지역아동센터 일에도 관여해왔다. 그의 아내가 10년 째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85년 결혼했다.

“음악학원을 하고 있던 아내를 내가 끌어들였다. 지역아동센터 운영 여건이 열악하고, 일이 매우 힘들다. 만만치 않은 일에 시달리면서 목사 아내로서의 역할까지 하는 아내가 늘 안타깝고, 미안하다. (지역아동센터를) 그만 놓을까, 여러 차례 고민했고, 최근에도 했다”

힘든 일을 놓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아이들이 대안학교 위탁교육기관에 오기 전에 거치는 곳이 있다. 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해피스쿨’이라는 곳이다. 나흘 과정을 잘 마치면, 위탁교육기관을 배정해준다. 그곳 프로그램 중에 자신의 미래자녀에게 편지를 쓰는 게 있다. 우연하게 그걸 보았다. 그 여자아이(고1)는 초등 3학년 때 부모가 이혼해 아빠와 단둘이 살았다. 아빠는 지방으로 일을 다녔다. 한 번 가면 1~2주일씩 걸렸다. 아이는 혼자 있어야했다. 그 즈음 집 주변에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만났다. 그 아이는 태권도를 좋아했는데,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태권도도 계속할 수 있었다. 아이는 평생 태권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편지를 읽고, 지역아동센터를 놓을 수 없었다. 우리 눈에 보였던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인데, 그런 이야기를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다보니 그만 둘 수 없었다”

이야기는 다시, ‘사랑의 비전 학교’로 돌아왔다. 그는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춤출까

“여기 오는 아이들은 정서가 불안하고 조급한 편이다. 수업시간에 한 아이가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갔다. 선생님이 따라 나가 30분 정도 지나 함께 돌아왔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정시키고 온 것이다. 아이는 갑자기 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했단다.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가 굉장히 혼날 거라 생각했을 것이고, 일반학교면 혼났을 것이다. 권위적인 압박, 일순간 제압이 아니라, 기다려줘야 한다. 그게 아이가 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 학교는 내 모든 것을 내려놓는 곳이다. 왜냐면,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이나 기준으로 보면, 우리도 일반학교와 똑같이 규제해야하고, 야단쳐야하고, 처벌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아이들이 여기 와 있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온 아이들은 어쩌면 목표를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의욕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춤을 추게 할까를 고민한다. 학교 프로그램으로 계획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오지를 찾아가 그곳의 삶을 체험하는 것이다. 오지에서 사는 아이들이 갖지 못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리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것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고 기다려주려고 한다지만, 육십을 바라보는 그가 푸릇푸릇한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소통이 잘 되는 편이라고 했다. ‘카카오톡’도 많이 한다고 했다.

“일단 ‘안 돼’라는 말을 안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한번은 한 아이를 칭찬해주려고 불렀는데, 오면서부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또 뭘 야단치려고 하나, 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참 속상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고, 선생님이 부르면 혼날 일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학교에서 흡연을 가지고 토론해봤다. 둘 빼고 모두 담배를 피운다. 아이들 모두 담배 피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과 약속한 게 있다. 담배 피우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에 숨어서 몰래 피우지 말고, 학교에 오면 휴대폰과 담배를 꺼내 놓기로 했다. 문제는 담배 피울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 학교 주변에서 피우는데, 그러다보니 민원이 걱정된다. 2주 전부터 학교 밖 청소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봉사의식이 없다. 다만, 버려진 담배꽁초와 가래침을 보면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인내를 가지고 하고 있다. 몇 아이는 금연교육을 시작했다”

5년 전으로 돌아가면 무얼 하고 싶니

 
앞서, 한 아이가 자퇴했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결석일이 50일이 되면 다니던 학교로 보내야한다. 그래야 퇴학 처분되지 않고 유급이나 자퇴할 수 있는 기회라도 줄 수 있다. 그 아이는 첫날 나오고, 다음날부터 나오지 않았다. 부모와 상의해 자퇴를 선택했다. 다른 두 아이도 하루만 더 결석하면 보내야한다. 한 아이는, 내가 집을 네 번 찾아갔다. 선생님들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가보니 정말 눈물 나는 형편이었다. 부모가 너무 어렸을 때 이 아이를 낳은 거다.

지금 아버지 나이가 아이의 두 배가 안 된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아이가 여섯 살 때 이혼해, 아이는 엄마 얼굴을 기억 못한다. 할머니가 키우고, 아버지는 지방에서 일하느라 두 달에 한 번 올라온다. 어떤 아이는 아버지가 사업을 하는데 그 사업을 자기가 물려받아 망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여기에 온 아이들 중에는 가정형편이 괜찮은 아이들도 많다. 가정형편을 떠나 가정환경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위탁교육기관을 운영하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고 했다.

“여기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100% 다 수용할 순 없지만, 가슴에 맺힌 이야기가 나온다. 학교에 대한 분노를 읽을 수 있다. ‘저희는 개, 돼지에요’라는 말을 쉽게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 ‘너희에게 무슨 의견이 있어’라는 말을 들으며 학교생활을 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잣대는 대부분 성적이다. 아이들에게 5년 전으로 돌아가면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공부 열심히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더 듣다보니, 선행학습이 문제인 경우도 많았다. 선행학습을 한 아이와 하지 않은 아이의 수준차가 많이 난다. 그런데 수업은 선행학습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엄청난 중압감을 느낀다. 그것은 포기로 이어진다. 그런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말할 데가 없다. 보통 그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울고, 아버지는 화를 낸다. 부모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먼저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수용할 줄 아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왕관보다 아이가 귀한 것 아닌가

교장이 목사이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라는 인식 때문에 입학을 꺼리는 경우는 없는지, 궁금했다.

“신학교(한림대)를 졸업하고 17년 동안 전도사와 부목사로 일했다. 내 교회를 갖고 싶지는 않았다. 같은 일을 하는 교회가 너무 많은데, 굳이 나도 차릴 필요는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새 교회를 개척하고, 지금의 교회를 설립한 지 19년째다. 교회를 설립하는 목적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선교와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이다. 최근 성교육 강사가 ‘교회 다니는 사람 있느냐’고 물으니, 4명 정도만 손을 들었다.

혹시 교회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신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신앙적인 말을 못하게 한다. 아는 목사들이 개교 예배를 보지 않느냐고 묻더라. 개교 예배를 볼 생각은 전혀 없다.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정말 아름다운 보화가 있는데, 그 가치를 너무 떨어뜨렸다.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걸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야하는 것인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사랑의 비전 학교’는 그의 교회 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1층에 교무실과 상담실, 다목적 강당이 있고, 2층은 교실이다. 원래 2층에 지역아동센터가 있었는데, 3층으로 옮겼다. 3층에 있던 살림집은 다른 곳으로 옮겼고, 교회도 곧 이전할 계획이다.

그는 이 사회가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본질’이란 뭘까?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다. 한 아이가 전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여기가 맘에 들긴 한데 집에서 너무 멀어 통학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탁교육기관에서 전학은 쉽지 않다고 하더라. 시교육청에 사정을 계속 이야기해, 그 아이는 집 근처로 전학할 수 있었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학교는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없다. 물론 아이들에게만 다 맡길 수는 없다.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았으니. 그렇다고 부모나 어른 중심의 판단은 아니어야한다.

우리 학교에 유아교육을 하는 게 꿈인 여학생이 있다. 그런데 스스로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야기해줬다. 너희 때면 앞으로 100세까지 충분히 살 수 있다. 이제 ‘5분의 1’ 정도 산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다. 남들보다 조금 늦을 수 있지만, 할 수 있다. 그 아이가 하는 걸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일이 남은 거다. 어려운 시기가 계속되는 건 아니다. 한때다. 그 파고를 잘 넘어갈 수 있게 이해의 눈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왕관을 쓴 아이가 있다. 왕관보다 그 아이가 귀한 것 아닌가. 우리는 왕관에 취해 그 아이를 놓치고 있다. 이 사회가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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