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쉬는 것만큼 편한 게 또 있을까. 온종일 방에 드러누워 뒹구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해진다. 하지만 그런 하루를 보내기란 쉽지 않다. 그날그날 해야 할 크고 작은 일들이 있으니 말이다.

피곤이 쌓여 어찌할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날을 잡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불도 개지 않고 뭉그적거려야 한다. 그래야 쉰 것 같다. 공식적으로 맘껏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소중한 휴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그래서 이번 한자는 ‘휴식’이다.

休(쉴 휴)에는 사람(人)과 나무(木)가 들어있다. 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나타낸다. 지금도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놓고 도시락을 먹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쉽게 이해가 가는 글자다.

息(숨 쉴 식)은 自(스스로 자)와 心(마음 심)이 위아래로 놓여 있다. 自는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그러면 ‘휴식’은 ‘마음을 스스로 쉬게 한다’는 뜻일까?

 
自는 원래 코를 본떠 만든 글자이다(오른쪽 그림). 양쪽 콧방울을 둥그렇게 표시한 것을 보면 제법 그럴싸하다. 心은 심장을 뜻한다. 옛날 사람들은 코와 심장이 연결된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코는 심장보다는 폐와 더 관련 있다. 하지만 심장과 연결됐다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와 호흡의 찌꺼기인 이산화탄소는 혈액 속에서 교환된다. 산소를 가득 담은 신선한 혈액은 심장에서 나와 온몸을 돌며 노폐물을 실은 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곤 폐로 간다. 폐에서 산소를 가득 채워 깨끗한 피로 탈바꿈한 뒤 다시 심장으로 가 온몸을 도는 것이다. 그래서 코와 심장의 연결을 의미하는 息은 ‘숨 쉰다’는 뜻을 갖게 됐다.

여기서 잠시 다른 길로 새야겠다. ‘코’를 가리키던 自가 왜 ‘스스로’ ‘자기 자신’을 뜻하게 됐는지, 두 가지 재밌는 해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을 가리킬 때 손가락을 심장 쪽으로 향한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코를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 ‘코’를 뜻하던 自가 ‘자기 자신’으로 확장됐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갑골문자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3000여년 전이다. 그 당시 중국 땅에 살던 이들이 과연 지금과 똑같은 행동을 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 의견도 재미있다. 잠을 잘 때 이것까지 잠이 들면 정말 큰일 난다. 바로 코다. 코는 우리가 잠을 자는 순간에도 ‘스스로’ 숨 쉬기를 멈추지 않는다. 만일 코에서 바람이 드나들지 않는다면 생명이 다했을 가능성이 크다. 얼굴 한 가운데 있는 코는 어떤 이의 실체를 상징한다. 전쟁 시에는 승리한 쪽이 적군을 죽여 증거물로 코를 베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自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뜻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여튼, 休息의 의미가 다 드러났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숨을 쉬는 것’이 바로 휴식이다. ‘휴식’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라고 나와 있다. 맞다. 날마다 쉬는 사람에겐 휴식이란 말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고된 농사일과 부역을 하던 중 나무 그늘에서 잠시 숨을 돌리듯, 휴식은 그렇게 쉬는 것이다. 이번 휴가에도 큰 계획 없이, 제대로 쉬어야겠다. 휴가가 어서 왔다가 천천히 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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