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연희ㆍ심곡ㆍ검암동 ‘상인협동조합’ 설립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대형쇼핑센터 대응 모색

▲ 인천 서구 연심회상인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창립총회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사진제공ㆍ연심회상인협동조합>
인천 서구 지역 상인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동조합을 최근 설립했다.

연심회상인협동조합(조합장 신천용ㆍ이하 조합)’은 지역화폐 발행을 시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강화를 꿈꾸고 있다. 조합은 서구 연희ㆍ심곡ㆍ검암동에서 치킨ㆍ피자ㆍ중화요리 등을 배달하는 배달 전문 음식점들이 모여 2007년 결성한 ‘연심회’라는 모임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모임을 만든 계기는 특별했다. 당시 연희동과 심곡동 일대에는 피자가게가 20여개나 됐다. 그렇다보니 경쟁이 치열했다. 동네에 광고 전단지와 책자도 넘쳐났다. 업주들은 배달하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으르렁’거리기만 했다.

이렇게 계속 경쟁하다가는 함께 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순번을 정해 광고하기로 했다. 또한 가게 당 광고비가 월 300만원 가까이 들었는데,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단지와 책자를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니 상생할 수 있었다.

그 후 모임 참여대상 업종을 치킨과 중화요리로, 지역도 검암동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대형마트, 대형 프랜차이즈 때문에 골목상권이 붕괴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골목상권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에 연심회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특히 인근에 2014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건설되고 있는데, 이곳에 대형마트와 유명 브랜드 매장, 영화관, 아울렛, 대형 푸드코트 매장이 들어서기로 예정돼있어, 골목상권을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이유가 컸다.

김남녕 조합 사무국장은 “지역 상권이 많이 약화됐는데 주경기장에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와 지역 소비력까지 끌고 가면 정말 다 죽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협동조합 등 법적 단체로 전환해서 적극 대응하고 상생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합은 5월 9일 창립총회를 열고 같은 달 16일 인천시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설립 당시 발기인 23명으로 출발했는데, 현재 조합원이 37명으로 늘었다. 배달 전문 음식점 외에도 식자재 유통점, 횟집과 해물탕 전문점 등도 가입했다.

조합은 주경기장 대형 쇼핑센터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주민들의 공동체성 강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서구 연희동 주민참여예산제 위원으로 참가해 지역화폐 발행을 제안해놓았다.

지역화폐 1만원을 소비자가 8500원에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1000원, 상인이 500원을 부담하는 구조로 계획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소비자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강원도 양구군의 인구가 4만 5000명 정도인데, 지역화폐가 활성화돼있다. 2007년 첫해에 12억원을 발행했는데, 작년에는 9월 말까지 67억원을 발행했다. 덕분에 상인들은 매출이 15% 정도 올랐고, 인근 춘천시를 찾던 사람들이 이제는 양구군으로 찾아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고 한다”며 “우리 지역도 양구군처럼 고립돼있고 인구도 2만 5000명 정도로 여건이 비슷하다. 양구군은 의식 있는 공무원 한 명이 상인들을 만나 설득하는 등의 노력으로 성과를 냈는데, 우리 지역은 이미 협동조합에 가입한 상인들이 있다. 조직된 상인들이 나서서 조합원을 모집하면 양구군보다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치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이 나서지 않아, 지역 상인들이 직접 나서서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을 만들었다”며 “상인들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비가 살아나고 활동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길 바라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정치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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