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과학이야기 68. 개미(1)

 
개미가 ‘응가’하는 장면을 봤다고 하면 믿을까? 사실, 그게 ‘응가’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난 개미의 꽁무니에서 뭔가가 나오는 걸 분명히 봤다.

어렸을 때 살던 방에 개미가 돌아다녔다. 장판을 들면 그 아래에도 개미가 있었다. 길이는 3mm 정도 됐다. 그날도 개미는 방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멈춰서더니 허리를 약간 접었다. 다리와 더듬이가 파르르 떨렸던 것도 같다. 아주 잠깐 그렇게 있다가 개미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개미가 멈췄던 자리에는 아주 작은 까만 점이 남았다. 방바닥에 엎드려 손톱으로 살짝 건드려봤다. 묽은 상태인 것 같았다. 난 지금도 이것이 개미의 ‘응가’라고 굳게 믿는다.

먹으면 싸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신기했다. 개미처럼 인간에 비해 몸집이 작은 동물에게도 그런 일상이 있을 거란 생각을 미처 못했다.

지금 내 책상에는 ‘개미언덕’이란 소설이 있다.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이 2010년 펴낸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3월 출간됐다. 윌슨은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사회생물학’이란 학문을 창시한 인물이다. 사회생물학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사회적 현상(행동)이 생물학적인, 즉 유전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한 학문이다.

윌슨은 열 살 때부터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개미언덕’은 그가 일생에 걸쳐 터득한 개미에 관한 온갖 지식을 소설 형식으로 전달한다. 나는 지금 한창 흥미진진한 부분을 읽고 있다. 사실 저자의 자전적인 내용이 담긴 앞부분은 지루한 감이 있었다. 책 절반 무렵부터 나오는 ‘개미언덕 연대기’에는 앞의 내용과 전혀 다르게, 개미들이 땅 속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적과 어떻게 싸우는지, 다섯 계절에 걸쳐 관찰한 기록을 바탕으로 아주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놓았다.

이 책으로 안 사실들을 정리하면, 여왕개미와 일개미는 모두 암컷이다. 여왕개미는 자신이 태어난 집을 떠나며 일생에 단 한 번 짝짓기를 한다. 교미를 위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던 수개미는 땅에 떨어진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죽는다. 먹이를 찾을 줄도, 먹을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땅 속에 있던 시절엔 일개미들이 먹이를 먹여줬다. 결국 수개미는 단 한 번의 사정을 위해 태어난다고 볼 수 있다.

여왕개미는 짝짓기를 한 후 땅에 내려와 날개를 떼어낸다. 상처도 고통도 따르지 않는다. 그리고 서둘러 땅을 파고 땅 속으로 들어가 방을 만들고 알을 낳는다. 확률로 치면 여왕개미 100마리 중 오직 한 마리만이 이렇게 땅 속에 방을 만들고 알을 낳을 수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알들이 부화해 개미 군락이 만들어지는 확률 역시 100분의 1이다. 결국, 여왕개미 1만 마리 중 오직 한 마리만이 군락을 이뤄 진정한 여왕개미로 살아간다.

여왕개미는 수명이 길다. 무려 20년을 넘게 사는 종도 있다. 하지만 여왕개미의 딸들인 일개미는 수명이 2~3년을 넘기기 어렵다. 여왕개미는 자신이 낳은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면, 쓸모없어진 날개 근육을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바꿔 애벌레에게 먹인다. 이렇게 태어난 첫째 개미들은 이후 태어날 개미보다 크기가 작다. 이들에겐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역할이 있다.

먹이를 물어오는 개미, 여왕개미와 알을 돌보는 개미, 개미집 확장 공사를 하는 개미…. 이중 한 가지라도 실패하면 개미 군락은 살아남지 못한다. 이들의 행동은 모두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기계처럼 움직이는 건 아니다. 이들도 ‘소통’을 한다. 군락을 이뤄 사는 동물들이 모두 그렇듯이.(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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