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최계철(국제경기지원관) 인천시 OCI 조세심판 TF팀장

국세청 조세심판원은 지난 14일 전원 합의 심판제를 열어 OCI(=옛 동양화학)가 ‘인천시 남구가 부과한 지방세 1720억원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청구를 기각했다.

이 청구는 올해 3월 열린 1차 조세심판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고, 이번 전원합의제에서는 ‘12대 9’로 기각됐다. 이에 따라 OCI는 지방세와 더불어 법인세도 내야 한다. 조세심판원이 OCI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사건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OCI는 이번 조세심판에 대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인천시는 행정소송에 대비하고 있지만 OCI가 행정소송을 할지는 미지수다. 문제가 된 기업 분할이 세 가지 항목에서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헌정사상 가장 큰 지방세 추징이 될 전망이다. 지방세가 처분되면 OCI는 기업분할 차익의 28%에 달하는 법인세 2600억원을 내야한다. 지방세가 국세를 견인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인천투데이>은 이번 조세심판 청구소송에서 OCI 조세심판 태스크포스(TF)팀 팀장을 맡아 거대 로펌을 상대로 기각 결정을 얻어낸 최계철 인천시 국제경기지원관을 만나 지난 과정을 듣고, 그의 이야기를 정리했다.<편집자 주>

감사팀에 있으면서 발견 후 직접 챙겨

시 감사팀장으로 일할 때인 2011년 11월 남구(당시 구청장 박우섭)에 대한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세정분야 5년치 자료를 감사하던 중, 남구가 DCRE(=OCI가 기업분할로 만든 회사)에 지방세를 감면해줬다고 해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했다.

당시 지방세 감면액 약 60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감면 처분한 서류가 빈약했다. 남구에서 다소 소홀히 다룬 면이 있었다. 감면 내역을 들여다보고 그 때서야 DCRE라는 회사가 있는 줄 알았다. 당시 인천에서는 동양화학(=OCI) 부지의 폐석회 문제가 지역 이슈로 떠올라 있었다.

처음 접한 게 OCI의 기업분할 계획서였다. 자세히 검토해보니 문제점이 있었다. 그 당시 과세 규모를 600억원 정도로 예측했다. 감사 결과를 남구청장한테 보고하면서 ‘OCI 기업분할은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 시에 들어가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남구 공무원들은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시로 가져와 실무자와 둘이서 매달리게 된 게 이 소송사건의 시작이다.

나름대로 검토한 뒤 ‘우리(=TF팀) 판단’이 적합한지 시 고문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객관적인 검토를 위해 시에 협조적인 곳을 피해 로펌 세 군데에 의뢰했는데, 우리 판단이 옳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 뒤 남구에서 검토해보니 과세 규모가 600억원이 아니라 1720억원으로 늘었다. 이를 OCI에 부과했고, OCI는 곧바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OCI는 태평양 로펌을 대리인으로 세웠고, 시에서는 나와 실무자 둘이 대응했다.

2012년 9월 11일, 조세심판관 1차 회의가 열렸다. 그 후로 다섯 번이 열렸고, 2013년 1월 22일 1차 조세심판관 회의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OCI, 조세심판 전원회의 앞두고 삼일회계법인 투입

그 뒤 2013년 3월 조세심판원장이 임기를 얼마 안 남겨두고 OCI 조세심판 청구권을 조세심판원 전원회의에 부의했다. 조세심판원장은 조세심판관이 내린 1차 결정을 변경하거나, 조세행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될 때, 조세심판원장이 필요하다고 할 때, 전원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전원회의에 부의되기 1주일 전 업계 큰손인 삼일회계법인이 OCI의 대리인으로 투입됐다. 사실 의아스러웠다. 조세심판원 전원회의는 내부 상임위원(=조세심판관)과 외부 비상임위원(=로펌과 관련 협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정치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전임 심판원장이 그만 두고 국세청 내부에서 승진된 심판원 출신 심판관이 심판원장으로 취임했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 보호 기구이기 때문에, 기각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6월 14일 열린 2차 합동회의에서 12대 9로 기각됐는데, 그 만큼 기업분할의 쟁점이 된 사안들이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적격 기업분할 조건, 모두 기각돼

▲ 최계철(국제경기지원관) 인천시 OCI 조세심판 TF팀장
기업분할이 면세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한다. 하지만 OCI는 이번 조세심판에서 세 가지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법인세법 46조와 시행령 82조는 기업분할 시 ‘독립하여 사업이 가능한 사업부문을 분할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 기업분할 시 자산과 부채를 모두 포괄적으로 승계하도록 돼있으며, 마지막으로 분할 시점을 기준으로 회계연도 종료시점까지 승계 받은 고정자산의 절반 이상을 승계 받은 사업에 직접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우선 독립해 사업이 가능한 사업부문을 분할하라고 한 것은, OCI가 자신의 사업영역(=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따른 사업영역을 5자리 코드로 표기함)을 분할하려면, 해당 사업코드에 속한 사업영역은 모두 DCRE에 포함돼야한다. 그런데 OCI는 인천공장만 분할했지 나머지 광주와 익산 등에 있는 사업영역은 분할하지 않았다. 그래서 기각됐다.

둘째는 포괄적 승계의무다. OCI는 DCRE로 기업을 분할하면서 OCI가 가지고 있던 ‘폐석회 처리의 의무’를 DCRE가 승계하지 않는 것으로 분할계획서에 명시했다. 이 채무는 기업분할과 연결된 채무인데, 이 채무를 뺐다.

기업이 적격(=세금을 면제받는) 분할할 경우 OCI의 사업 중 승계한 사업의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승계해야하는 폐석회 관련한 채무는 ‘우발 채무’라며 누락했다. 우발 채무는 양도 모르고 금액도 추정할 수 없는 채무인데, 폐석회 처리 의무가 그렇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분할계획서를 보면 OCI도 일부분에 대해서는 채무를 인정해 폐석회 처리 비용을 충당금으로 넘겼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이미 하부 폐석회 양을 조사했다. 그 조사를 바탕으로 처리하겠다고 시민사회에 약속했다. 환경부에서 처리 단가를 고시하고 있어 처리비용도 측정할 수 있다. 즉 우발 채무가 아닌 것이다.

또한 대체 유수지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 121억 5000만원을 착공하기 전에 자기네 땅을 담보로 인천시에 제공했다. 그렇다면 이미 확정된 채무다. 그래서 두 번째 조항에서도 기각됐다.

마지막은, 기업분할일 기준 해당 기업은 회계연도 종료일까지 승계 받은 고정자산의 절반 이상을 승계 받은 사업에 직접 사용해야한다. 2008년 5월 1일 분할했으니, 당시에는 회계연도가 끝나지 않아 조건부로 ‘2008년 12월 31일까지 절반을 직접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기업분할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2008년 12월 31일까지 직접 사용했는지 살펴보면 된다. DCRE가 직접 생산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나 지금도 OCI 시설에서 OCI 직원들이 DCRE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고 있다.

감사실 떠나더라도 우리가 마무리 짓자

감사팀에서 2012년 2월에 나왔다. 사건은 2011년 11월 시작됐지만, 이듬해 2월 국제경기지원관실로 발령을 받았다. 후배 실무자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가 책임지고 마무리 짓자고 했다. 감사실 떠나더라도 책임지자고 했다.

사실 감사실은 남구에 ‘받아내라’고 처분만 하면 된다. 그런데 시민들의 눈물과 관련된 게 바로 동양화학 폐석회라고 하는 것이다. OCI가 시민사회와 약속을 어겼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감추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천시민들이 OCI 쪽에 배려를 많이 해줬다. 폐석회를 밖으로 내다 처리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데 부지 안에 매립시설을 만들어 거기에 매립하게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했다. 이건 시민들이 OCI에 제공한 특혜나 다름없다.

그럼 OCI는 왜 이런 기업분할을 했을까. 아마도 자금이 필요해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OCI 부지 도시개발 사업을 위해서 분할했는데, 자산(=땅값)이 재평가됐을 것이다.

해당 부지는 약 45만평에 달한다. 기업분할 전 해당부지의 자산 가치는 3500억원에 달했는데, 기업분할 후 폐석회가 제거된 상태를 가정한 자산 가치는 1조 1000억원으로 상승했다. 즉, 폐석회 처리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자산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폐석회 처리 채무를 제거한 상태에서 분할 차익은 약 7500억원 정도인데, 폐석회 처리를 DCRE가 떠맡게 되면 달라진다. 법에서는 처리비용까지 포함해서 승계하라고 돼있는 만큼 당연히 포함해야한다.

폐석회 처리 시민협약도 법적 근거 사라져

OCI는 폐석회를 처리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두 번에 걸쳐 협약을 체결했다. 한 번은 2003년 12월 31일이고, 두 번째는 2009년 3월 17일이다.

폐석회 부지 내 폐석회는 빙산처럼 상부에 쌓여있고 하부에 매립돼있다. 상부에 드러난 폐석회는 75만 3780㎡ 부지 위에 563만㎥가 쌓여있고, 하부에는 70만 6413㎡ 부지 아래 234만 4631㎥가 적치돼있다.

2003년 12월 31일 체결한 협약은 지상 폐석회 처리방안이고, 2009년 3월 17일 체결한 것은 하부 폐석회 처리방안이다. 이 같은 협약 체결로 2만원대에 달하던 OCI의 주식은 십수만원대로 상승했다. 주가 상승 배경에는 시민들이 인정한 협약서가 있다.

문제는 두 번째 합의주체가 OCI로 돼있는데, 기업분할은 2008년 5월에 했다. 그렇다면 DCRE가 다시 협약을 체결해야한다. 2차 협약이 법적 근거가 없는 주체와 체결한 것이기에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소송이 엄두가 안 났다. 대형 로펌에 속한 당대의 변호사들이 모여 있었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살폈다. 행여 선의의 피해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공직자의 신분으로 옳지 않은 일을 목격했을 때 ‘이런 것도 안 하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나’ 싶었다. 기업 가치가 높아진 만큼 OCI도 사회공공의 정의 차원에서 (세금을) 납부하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올해로 공직에 33년이다. 아마도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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