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해 열사 1주기 추모 및 우리쌀지키기 주간’을 선포한 이래 주말인 11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쌀 시장

전국농민회총연맹·민주노총·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영화감독협회 등 11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우리쌀지키기 식량주권수호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가 지난 6일 ‘이경해 열사 1주기 추모 및 우리쌀지키기 주간’을 선포한 이래 주말인 11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쌀 시장 개방 반대와 시장 개방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등을 요구하는 농민대회가 이어졌다.
농민들은 10일 시·군별 집회를 가진 뒤 각 도청 소재지에서 시·도민 농민대회를 갖고 쌀 개방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전남지역 농민과 학생, 시민단체 등 1천여명은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국민의 주권이자 생명인 쌀 산업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북 장수 공설운동장에서는 농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작년 멕시코 칸쿤에서 할복한 고(故) 이경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의 1주년 추도식과 쌀 개방 반대 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추도식이 끝난 뒤 행사장 바로 옆 미니공원에서 고인의 추모비 제막식을 가졌다.
부산지역 농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 1천여명도 이날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쌀 개방 반대집회를 갖고 정부의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와 국민투표 실시 등을 요구한 뒤 거리행진을 벌였다.
전농 충북도연맹 농민 1천여명도 ‘식량주권 사수와 쌀 수입개방 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청주시내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또 대구·경북지역 농민 1천500여명은 ‘식량주권 사수 시·도민대회’를 열고 쌀시장 개방 반대와 정부의 농업정책 재고 등을 촉구했다.
이밖에 강원도 춘천 공지천시민공원에서도 농민 300여명이 고 이경해 열사 추모식 및 식량주권 수호 도민결의대회를 가졌다. 

다음날인 11일 농민들뿐 아니라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합세했다.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우리쌀 지키기·식량주권수호·WTO/DDA반대 국민대회’가 열렸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1천여명의 농민, 시민, 학생들은 ‘쌀 개방 반대’의 결의를 다졌다.
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는 지난해 같은 날 멕시코 칸쿤에서 ‘WTO 반대’를 외치며 자결한 고 이경해씨에 대한 추모식으로 시작됐다. 추모사에 나선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경해 열사는 WTO를 죽이기 위해, 죽음으로 WTO를 죽인 것”이라며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쌀시장 개방을 기필코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김미정(부평2동)씨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식량주권을 빼앗긴 나라를 내 딸에게 물려줄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쌀시장 개방 문제를 시장논리로 해결하려 하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전국 광역도시 범국민대회 이후에도 논갈아엎기, 농성, 가을 추수 농산물 출하거부 등 쌀 시장 개방을 저지하게 위해 강력한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다. 

 

 농민단체, 쌀시장 개방 왜 반대하나?

 

정부는 현재 ‘쌀 관세화’ 유예를 협상 목표로 세우고 있다. 하지만 쌀 관세화 유예를 위해서는 쌀 의무수입(MMA) 물량 확대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쌀 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추곡수매제를 포기하고 농지법을 개정하는 등 농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전농 등 주요 농민단체들은 쌀시장 개방을 전제로 한 정부의 농업정책과 협상태도는 이미 파탄지경에 이른 농업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며 쌀시장 개방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들이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가의 외국산 쌀이 수입되면 한국농업 전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는 벼농사의 규모화를 통해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농민단체들은 “미국의 경우 평균 경지면적이 190ha에 이르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6ha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며 정부의 논리에 반박하고 있다. 또 정부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에게 연간 5천3백만원의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농민단체들은 “농가소득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매제를 폐지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농민단체들은 현재 자급률 26.9%에 그치고 있는 국내 식량사정을 감안해 볼 때, 우리 민족의 생존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쌀시장만이라도 개방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식량자급률 법제화’를 통해 식량생산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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