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연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조교수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진드기에 물린 후 발생하는 중증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면서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가 ‘살인 진드기’라는 좀 자극적인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 이 진드기의 원래 이름은 ‘작은소참진드기’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주로 풀숲이나 야산에 살고 있고, 흔히 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집먼지진드기’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이다.

이 작은소참진드기 자체가 사람에게 위협적이기보다는, 이 작은소참진드기 1000마리 중 4마리 정도에 중증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한 바이러스가 살고 있는데, 작은소참 진드기가 사람을 물면서 그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진드기와 관련한 대표적 질병은 ‘쯔쯔가무시병’이라는 감염병이었다.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릴 때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이고, 우리나라에서 봄철에 약간, 주로는 가을철에 많이 발생한다. 가을철에 밭일을 한 후에나 추석에 성묘를 다녀온 후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쯔쯔가무시병은 세균 감염에 의한 감염병이기 때문에, 진단이 되면 원인 세균에 맞는 항생제 투여로 대부분 잘 치료할 수 있다.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린 후에는 쯔쯔가무시병과 다른 바이러스 감염병이 생길 수 있는데, 이 질병의 정식 이름은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이다. 2009년 늦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중국 중부지방에서 높은 열이 나고 혈액 성분 중에 혈소판이 감소되는 특징을 보이는 원인불명의 중증 열병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그래서 이 열병에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원인을 찾는 연구를 해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후에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이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가 확인되고 있다. 이 질병이 보고된 초기에는 치명률이 30%라고 알려졌는데, 몇 년 동안 자료가 모아진 이후에는 치명률이 6% 정도라고 확인됐다.

이 바이러스 감염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다. 발열과 구토, 설사는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 외에도 많은 감염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증상은 보통 진드기에 물린 후 1주에서 2주 정도에 시작되기 때문에, 진드기가 있을 만한 야외에서 활동한 후 1~2주가 지난 후에 38도 이상의 높은 열과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생기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 가서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의료기관에 가면 혈소판이나 백혈구 감소 같은 소견이 있는 지 혈액검사를 하고, 다른 감염에 의한 증상은 아닌지 확인한 후에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이 의심될 경우에는 치료하면서 원인 바이러스 확인을 위한 검사를 국가기관에 의뢰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해서 모두 중증 감염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고, 비교적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환자가 더 많다. 일부에서 위험한 중증 감염으로 발전한다.

 
진드기는 발육단계의 중간 중간에 동물이나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을 빨아먹으며 성장한다. 혈액이나 체액을 흡입하기 위해 동물이나 사람을 무는데, 이 때 진드기 속에 있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사람이나 동물에게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킨다.

그래서 진드기와 관련한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진드기가 활동하는 시기나 활동하는 환경을 알고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진드기의 활동이 왕성한 때가 4월에서 11월 사이인데, 5월에서 8월에 걸쳐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릴 경우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있고, 가을철에 털진드기 유충에 물릴 경우 쯔쯔가무시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진드기가 주로 있는 곳은 수풀이 우거진 곳이나 야산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 노출될 경우에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게 예방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야외에서 작업이나 다른 활동을 할 때에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한다. 작업할 때 나무나 풀밭에 있는 진드기가 옷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토시와 장화를 착용하는 게 좋다. 풀밭에 머무를 경우에는 풀밭 위에 직접 옷을 벗어 놓고 눕거나 잠을 자지 말고 돗자리를 사용해야 하고, 사용한 돗자리에 혹시 진드기가 붙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깨끗이 세척해야한다.

작업이나 야외활동이 끝난 후에는 입었던 옷을 즉시 털고, 세탁하고 목욕해 혹시 옷이나 몸에 붙어있을 수 있는 진드기를 없애야한다. 약국에서 파는 해충기피제를 바지 끝, 소매 끝, 허리띠 부분에 뿌려주는 것도 진드기에 물리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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