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4개월째 총장실 점거
국가ㆍ인천시에 재정지원 요구

시립 인천대학교가 국립대학 법인 인천대로 지난 1월 18일 출범했지만,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법인 이사로 참여하는 등, 학교 운영의 독립성을 훼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립대를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해 재정 부담을 던 인천시도 인천대에 대한 재정 지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472호 인천대, 국립대학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이로 인해 인천대는 안정적인 운영 재원뿐 아니라,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재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전문대와 통합으로 학생들이 많이 늘어 수업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인천대학교 총학생회가 6월 11일 연 토론회(‘국립 법인 인천대의 현황과 과제’)에서 최갑수 서울대 교수는 “국립대 법인 인천대에 미래는 없다”며 “법인 인천대는 기업과 다르지 않다. 교육의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법인화는 중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전승희 인천대 부총학생회장은 이날 인천대 소극장에서 열린 국립대학 법인화 관련 토론회에서 “(인천대는) 대학이 발전하는 데 최소한의 전제조건마저 훼손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대와 통합이 추진됐고, 학생들은 수업 받을 공간이 부족해 복도 바닥에 앉아 수업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메뚜기 수업을 받고 있다. 식당이 작아서 제대로 밥도 못 먹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천대에서 만난 한지웅(23) 학생도 “신설 학과에 다니다보니 수업 때마다 건물을 옮겨 다닌다. 불편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송도로 이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총장실 폐쇄 4개월, 해결 실마리 못 찾아

11일 오후 6시 30분, 인천대 학생 50여명은 총장실 앞에서 최병길 부총장과 언쟁을 벌였다.

학생들은 이날 ‘국립대 법인 인천대의 현황과 과제’라는 토론회를 진행한 뒤 최성을 총장을 항의 방문했다. 최 부총장은 학생들에게 “총장실이 폐쇄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공문으로 하라”고 학생들을 설득했고, 학생들은 “총장을 직접 만나 의견을 전달하겠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인천대 총학생회가 포함된 ‘법인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인천대가 국립대학 법인으로 전환된 지난 1월 18일 총장실을 폐쇄했다. 비대위에는 교수협의회와 총동문회, 직원노동조합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총장실이 4개월째 굳게 닫혀 있지만, 인천대 문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총장실이 4개월째 폐쇄되다보니 교무위원들은 11일 호소문을 통해 총장실 폐쇄를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무위원들은 “대책위의 노력과 충정을 잘 알고 있지만, 총장실을 폐쇄한 명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학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총장실이 장기간 폐쇄된 모습은 외부 방문객이나 언론의 눈에 우리 대학을 ‘내홍에 빠진 문제 있는 대학’로 비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과 총동문회 등은 인천대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학 측이 대안을 내놓으라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

 
최갑수 서울대 교수, “법인화 반대투쟁 나서야”

인천대 총학생회가 마련한 ‘국립대 법인 인천대의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최갑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는 학생들과 총동문회 등에 법인화 반대운동을 벌여야한다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는 국립대학 법인 서울대에서 유일하게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먼저 “법인 대학의 주인은 이사회가 되고, 학내 구성원은 피고용인이 됐다”며 “정부가 롤(=역할) 모델로 삼은 일본의 경우 2004년 이후 대학 80여개를 법인화했는데 등록금이 다섯 배 올랐고 기초 학문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사립대 위주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라며 “국립대학은 기초학문을 지키고 지방과 서울에서 그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인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화한 서울대의 상황에 대해선 “서울대 교수들의 욕망의 체계에 포섭돼 법인화를 승인함에 따라 재벌과 사학재단이 이익을 보고 있고, 대학의 존재 이유인 ‘비판적 성찰 능력’의 담지체로서 구실을 포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교육은 공공성의 영역으로 비시장적 부문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종교에서 성장한 사립대학들이 높은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으로 천문학적 이익을 보고 있다”며 “현재 인천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가만히 있어 해결될 수도 없고, 인천대 혼자 싸워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연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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