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혜광학교 시각장애 학생들, 헌재 판결에 항의 시위


▲ 항위시위를 하고 있는 혜광학교 학생들     ⓒ이승희

지난 5월 25일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후, 인천·경기지역 유일의 시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십정동 소재) 학생들도 수업을 포기하고 거리로 나섰다.

이는 시각장애인이 헌재 판결에 비관해 투신 자살하는가 하면 안마사협회 시각장애인들이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서 열흘 넘게 고공시위를 지속하는 등 전국적인 시각장애인들의 분노와 안마권 보장 촉구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은 지난 8일 학교에서부터 인천시교육청까지 5km를 행진하며 헌재의 위헌 판결에 항의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나눠준 호소문을 통해 “비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기 위해 사회 약자인 시각장애인들의 천부적인 생존권을 빼앗으려 한단 말이냐”며 “사회적 동정만으로 살고 싶지 않다. 눈치보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우리 힘으로 살아가고 싶다는데 그게 그렇게 큰 꿈이었냐”고 반문했다.

또한 “학교에서 배운 꿈과 희망이 망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손가락이 붓고 피가 나도록 안마를 배웠다”며 “새로운 제도나 지원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안마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원했다.

시교육청에 도착한 행진 대열은 항의집회를 열고 교육청이 방관자적 자세를 버리고 책임감 있는 사태해결 노력을 보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각장애인 학교 졸업생의 80%가 안마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직업을 갖는 것은 자아실현의 기본이며, 직업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고등부 2년)이 시각장애인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바람에 혼자 나왔다는 김정자(부평1동 거주)씨는 헌재의 위헌 판결에 대해 “안마사 자격증은 아이들에게 유일한 미래의 희망인데 이를 빼앗는 건 너무한다”고 분노했다.

또한 혜광학교 한 교사는 “대체할만한 취업 길이 없는 상황에서 안마사 자격증이 비시각장애인에게도 돌아가면 경쟁이 안 된다”며 “교육청 소속인 교사들이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이번 헌재의 결정은 교사들로부터 가르칠 의욕도 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6월 중순까지 의료법 개정안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할당제’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며 이밖에 자격증 시험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법, 보건소 및 관공서에 의무적으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하는 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천혜광학교 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시각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법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며, 현행대로 유지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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