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편작에게 배우는 치미병(治未病)
[의학칼럼] 편작에게 배우는 치미병(治未病)
  • 인천투데이
  • 승인 2013.06.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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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성윤 한의사(푸른솔한의원 원장)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의 [사기조신대론]을 보면 ‘성인 불치이병 치미병’(聖人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나온다. 훌륭한 의사는 이미 생긴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생기지 않은 병을 치료한다는 뜻으로, 건강할 때 또는 병의 기미가 있을 때 미리 방비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이는 한의학의 예방의학적, 양생학적 성격을 강조할 때 많이 인용되는 문구이다.

치미병을 이야기할 때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이 빠질 수 없다. 편작에게는 의사인 형이 둘 있었다. 편작에 비해 형들의 명성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어느 날 위나라의 문공이 편작에게 삼형제 중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지를 물었다. 편작은 큰형이 가장 뛰어나고 둘째형이 그 다음이며 자신이 가장 하수라고 대답한 뒤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큰형의 경우 사람이 병의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얼굴빛만 보고 장차 병에 걸릴 것을 알아내 미리 예방함으로써 사람들이 병에 걸리지 않게 하며, 둘째형은 사람의 병세가 미미할 때 병을 알아채고 치료해주었는데, 저는 환자의 병세가 깊어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병을 알아보고 치료를 해주니 사람들이 큰 병을 고쳤다고 명의라 칭하며 고마워합니다. 삼형제 중 실력이 가장 미천한 제가 명의라 소문난 이유입니다”

▲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
2000년 전의 옛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뻥튀기된 의술의 대단함도 아니고 편작의 겸양도 아니다. 이 고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역시 병은 미연에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치미병이다.
개개인에게 치미병의 핵심은 좋은 생활습관을 가지는 데 있다. 독일의 철학자 포이에르바하는 사람의 건강은 그가 먹는 것에 달렸다(Man is what he eats.)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그가 숨 쉬는 것, 생각하는 것, 만나는 사람, 생활하는 것에 규정받는다.

욕심을 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과도한 식욕과 성욕은 비만과 대사성 질병, 그리고 정기의 고갈과 정신의 황폐화로 이어진다. 지나친 완고함과 강직함, 체면중시, 완벽주의 등은 몸 안에 죽지 않는 세포를 배태한다. 그것이 암이다. 지기를 싫어하고, 남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도움을 청하는 것을 죽기보다도 싫어하며 끊임없는 성취욕으로 자기 자신을 착취하면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의 신경증적 질환이 입을 벌린다.

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개인의 차원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는 문제다. 치료중심의학에서 예방의학으로의 방향 전환을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시스템의 모색이 이뤄져야할 것이다.

또한 공공의료의 확대로 더 이상 의료가 자본주의적 돈벌이 수단이 아닌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온전히 책임지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을 혹사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조성돼야한다.

결국 병을 다스림(治病)이 나라를 다스림(治國)과 무관하지 않음이다. 일찍이 ‘의학은 넓은 의미의 사회과학이고 사회과학은 넓은 의미의 의학이다’라고 설파한 비르흐의 명제는 그래서 항상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