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에서, 서울소재대학 초청 계획 ‘빈축’

인천시가 대학 입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경인교육대학교와 인하대학교, 인천대학교 등 인천 소재 대학교들은 초청을 받지 못했다. 시가 인천에서 세금을 걷어 서울을 위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는 오는 15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있는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주요 명문 대학 연합 입학 전형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설명회에는 연세대ㆍ한국외대ㆍ서강대ㆍ중앙대ㆍ이화여대ㆍ성균관대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 대학들이 송도캠퍼스타운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국립대법인 인천대는 이미 송도캠퍼스를 개교했고,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인하대와 인천대, 경인교대 등은 시로부터 ‘주요 명문 대학’에서 제외된 셈이다.

게다가 이번 설명회는 송도에서만 개최될 예정이라 원도심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도심 홀대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시가 원도심과 신도심 간 교육 불평등을 스스로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원도심 지역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얘기만 나오면 차별받고 있다고 얘기한다. 안 그래도 원도심에 있는 중ㆍ고등학교들이 송도로 이전하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원도심에서는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상실감이 큰데, 입시 설명회마저 송도에서만 한다니 원도심 주민들의 상실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부산시는 2012년 대입 전형 설명회를 자치구별로 순환하면서 개최했다. 설명회에 참가한 대학도 수도권 소재 대학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대학이 함께 했다.

시는 이번 설명회를 준비하면서 군ㆍ구와 산하 공기업 등 각 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홈페이지와 전광판, 자체 소식지 등을 통해 홍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는 “시가 산하 행정기관까지 동원해 특정 대학을 위한 입시 홍보에 나섰다. 입시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특정 대학에 특혜를 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시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지역 대학 홀대론’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인천대와 인하대는 매우 격앙된 상태다.

시는 올해 초 시립인천대를 국립대법인으로 전환시켰다. 국립대법인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시는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환 뒤 인천대측에 빚을 내 운영하라고 해, 사실상 ‘부실 국립대법인’ 전환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권기태 인천대 총동문회 사무처장은 “아직도 시는 국립대법인 전환에 따른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미루고만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입 설명회 참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시가 정말 인천지역 대학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인하대도 마찬가지다. 시는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를 5-7공구에서 11-1공구로 바꾸면서 인하대 구성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거세 비판을 받았다. 인하대송도캠퍼스비상대책위원회는 여전히 11-1공구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 여기에 이번 대입 설명회 건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이혁재 인하대총동창회 송도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인하대는 내년이면 개교 60주년이다. 반세기 넘게 지역에서 인재를 키워냈지만 정작 자기 터전에서는 홀대를 받고 있다. 송도에 캠퍼스 부지를 공급받을 때도 연세대와 비교하면 큰 차별을 받았고, 약학대학이 신설될 때도 캠퍼스조차 없던 연세대 송도캠퍼스가 배정받았다. 이번 일은 시가 지역 대학을 아주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시는 경인교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음에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나서 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하려 하지만 시는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이광호 사무처장은 “송영길 시장은 특정 대학들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입 설명회를 개최하기 전에 지역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계획부터 발표해야한다”고 한 뒤 “이번 대입 설명회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한다. 대입 설명회를 개최하려면 계획을 다시 세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종식 시 대변인은 “대학이 서울에 있어 인천지역 수험생과 학부모가 입시정보를 구하기는 인천 소재 대학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인천지역 대학들은 설명할 기회가 많다. 그래서 합동설명회를 송도에서 개최하게 됐다. 지역 대학을 홀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하반기 중 삼산체육관 같은 곳에서 지역대학을 포함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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