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중 허우정 사서교사의 <인천투데이> 활용 수업

“삐요삐요”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동영상에선 한 학생이 마치 경찰차나 소방차에서 나는 사이렌 소리와 같은 소리를 냈다. 이 학생은 지나가던 학생이 자신과 이야기하던 친구를 팔로 밀치는 폭력을 행사하자, 이 같이 소리를 낸 것이다. 주변에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도 함께 “삐요삐요” 같은 소리를 내며 폭력을 행사한 친구 주변으로 모였다. 이들의 소리는 10초간 이어졌다.

캐나다의 ‘핑크셔츠데이’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이 동영상은 ‘2월 27일’인 핑크셔츠데이를 홍보하는 30초짜리 영상이다. 이 영상은 왕따나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발견한 모든 사람들이 “삐요삐요” 같은 소리를 10초간 내며 함께 대응하고 예방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5월 29일, 부흥중학교 도서관에 모인 독서동아리와 아침신문읽기반 학생 27명은 허우정 사서교사와 함께 이 동영상을 감상했다. 동영상 감상 후 허 교사는 학생들에게 “우리도 10초 동안 ‘삐요삐요’ 소리를 내보자”고 말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허 교사가 악기를 가져와 연주하며 소리를 내보자고 하자, “삐요삐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부흥중 허우정 교사(왼쪽)가 독서동아리와 아침신문읽기반 학생들과 ‘핑크셔츠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 교사는 “아무 일이 없을 때도 이렇게 10초 동안 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왕따를 당하거나 학교 폭력을 당하는 학생을 발견했을 때는 더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핑크셔츠데이의 취지가 널리 퍼질 수 있게 각자가 내는 10초의 소리를 모아 UCC(개인이 제작한 콘텐츠) 동영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허 교사가 학생들과 ‘핑크셔츠데이’ 동영상을 본 것은 <인천투데이>으로 진행하는 신문활용수업(NIE)의 일환이다. 허 교사는 NIE 협약을 맺고 <인천투데이>으로 NIE를 진행하고 있다.

허 교사는 영상을 보기 하루 전 학생들에게 <인천투데이> 5호에 실린 ‘굿바이 학교폭력, 핑크빛 날개 달기’ 기사를 읽고 ‘핑크셔츠데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주문했다. 학생들은 인터넷 웹서핑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았고, 결국 캐나다의 ‘핑크셔츠데이’ 공식 홈페이지도 발견했다.

공식 홈페이지를 보기 전 허 교사는 <인천투데이>에 실린 기사를 학생들과 함께 살펴봤다.

“이 기사의 핵심 문장은 어떤 건가요? 핵심 문장에 동그라미는 쳤나요?” “두 번째 문장인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본 같은 반 친구들 중 남학생 2명이 다음날 학교 친구들에게 핑크색 셔츠를 나눠줬고, 이에 전학 온 학생을 괴롭히던 학생들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습니다’라고 쓰인 부분입니다”

“이유가 뭔가요?” “이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핑크셔츠데이’의 취지인데, 그 문장에 잘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핵심 문장을 파악한 후 웹서핑을 통해 찾은 자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웹서핑을 해보니까 어때요?” “찾아지는 자료가 너무 적습니다”

“한 번에 찾기는 어렵고, 블로그를 찾아본 후 공식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죠? 블로그는 좋은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완전하게 신뢰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공식 홈페이지나 언론의 기사를 통해 정보를 찾는 게 좋아요. 그럼 누가 ‘핑크셔츠데이’에 대해 찾은 자료와 그에 대한 소감을 발표해 볼까요”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핑크셔츠데이’ 기원에 관한 글을 읽어봤습니다. 동생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어 많이 공감이 갔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를 하나 읽었는데, 왕따를 당하는 아이의 부모가 적극 나서면 안 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부모가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니,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 정도에만 머무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허 교사와 학생들은 올해 가을에 있을 학교 축제에서 UCC 동영상을 만들어 ‘핑크셔츠데이’를 주변에 많이 알리자는 이야기를 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독서동아리 정주은(3년) 학생은 “뉴스를 잘 안 보는 편이었는데, 지난 3월부터 신문 읽기를 진행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와 지역의 다양한 행사 정보를 알게 돼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이번에 ‘핑크셔츠데이’를 처음 알았는데 이를 처음 실천한 학생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허우정 교사는 “학생들이 신문 읽기를 통해서 정보를 획득하고 획득한 정보를 다시 인터넷 웹서핑을 통해 찾아보면서 사회 현상에 대해 넓고 깊게 이해하게 도움을 주는 것이 수업의 목표”라며 “앞으로 훈련이 되면 신문을 읽다가 의문이 생기는 점은 스스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왕따나 학교 폭력이 많은데 캐나다의 ‘핑크셔츠데이’를 접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반대 의사를 적극 표시하는 모습이 긍적적이었다”며 “우리 학교 안에서 붐이 일어나 왕따와 학교 폭력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 교사는 5월 30일 학부모 독서동아리 발대식에서도 참가한 학부모들과 함께 <인천투데이>에 실린 기사를 읽고 6월 1일 부평문화의거리에서 진행하는 ‘굿바이 학교폭력, 핑크빛 날개 달기 행동의 날’ 행사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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