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이렇다! - 인천혜광학교 김은기 비상대책위원장


인천, 경기지역에서 유일한 시작장애인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

우리 구 십정동에 위치한 인천혜광학교는 지난 1956년 6명의 실명 어린이 양육을 시작하면서 개교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혜광학교에는 만 3세 이상의 유치부부터 성인 이후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이료(안마·물리자극 치료)재활부까지 다양한 반 편성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현재 약 120명의 학생이 있다.
고등부 1년까지는 국민교육 공통과정을 교육하고 고등부 2년부터 안마, 침술, 지압 등의 직업교육을 받는다. 3학년이 끝날 무렵에는 안마시술소, 침술원 등지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자격증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항의의 표시로 지난 8일 인천시교육청까지 거리행진과 항의집회를 펼친데 이어 9일에는 서울 명동에서 열린 전국 집회에 참여하는 등 학내가 분주하다.


▲ 지난 8일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이 시각장애인 생계 보장을 요구하며 인천시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승희


이러한 항의시위를 중심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혜광학교 비상대책위원장 김은기(33)씨는 이번 시위가 시각장애인들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중요한 생존권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김은기씨는 지난해 3월 입학해 2년 과정의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이료재활부 학생이다. 김씨가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남동공단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지난 2003년 10월, 급격한 시력 저하를 느꼈다. 원인은 ‘시신경 위축’. 갑자기 동공(눈동자)이 기능을 못하고 동공 주변 시력만 남아 코앞에 있는 물체도 볼 수 없게 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청천병력 같은 시련을 겪어야 했으나, 그냥 주저앉을 수만은 없는 일. 딸아이와 임신 중인 아내를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야 했고 그래서 절실한 심정으로 찾은 것이 혜광학교에서 안마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일이었다.


안마사는 실제적으로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경제활동


▲ 인천혜광학교 김은기 비상대책위원장

“현실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사 빼놓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헌재의 판결에 따라 안마사 자격을 비장애인에게도 허용하게 되면 시각장애인들이 설 곳이 없어집니다. 누가 시각장애인을 쓰겠습니까? 그 때문에 수업을 포기한 채 거리로 나서는 것입니다”

김은기씨는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안마사에 관한 규칙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사라는 영역은 기본권인 동시에 살아가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생존권이라고 반박했다. 컴퓨터 등 전문적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시각장애인들의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안마사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며, 사회활동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학교에서 3년 이상의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안마사자격증을 일반인들은 불과 몇 주 과정으로 딸 수 있어 안마사자격을 시각장애인들에게만 허용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판결은 결국 시각장애인들이 공부할 이유도, 미래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헌재의 판결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사형선고와 다름없으며, 장애인의 삶과 직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생존권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대체할 직업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허물어 버리면 시각장애인은 거지처럼 살라는 것과 같다.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일하고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이 정도는 국가가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김은기씨는 자칫 월드컵 때문에 지금 이러한 문제가 사람들에게 간과될까 우려하고 있다.

김은기씨는 “시각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안마권을 지킬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우리 구 시각장애인 현황


5월 현재 부평구 등급별 장애수당 지급 현황(재가 장애인)을 살펴보면 장애수당을 지급받는 시각장애인 수는 3천223명이다. 이중 중증장애인인 1~2등급이 1천500명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1~2등급은 한 달 평균 11만원, 나머지 3~6등급은 평균 2만원 정도의 장애수당을 지급 받는다. 하지만 모든 시각장애인들에게 장애수당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장애등급이 매겨진 후 수당이 나오기 때문에 수당을 받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등록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별도의 생계비를 보조 받지만 부양 가족수, 소득 등에 따라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1백만원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