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의 질을 책임지는 보육교사들은 최저임금과 평균 9시간 30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속에서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라며 자신과 싸우고 있다.

지난 5월 5일 부평공원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장의 한 부스에서 부모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좋은 어린이집의 조건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보기로 제시한 다섯 가지 조건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교사가 있는 곳’이었다.

설문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지난달 부산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원장이 18개월 된 아이를 시퍼런 멍이 들도록 폭행한 사건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의 불안은 고조됐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는 보육교사와 원장의 태도는 더 큰 분노를 샀다. 현재 해당 보육교사는 구속된 상태다.

보육교사로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닌데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다. 폭행을 저지른 보육교사와 같이 도매급으로 취급되는 말을 들으면 자존심도 상한다. 그러나 이보다 말 못하는 아이가 받았을 상처와 그 공간에 함께 있던 다른 아이들이 느꼈을 불안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속이 상한다.

아이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한편 이번 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다수 보육교사들이 져야할 공동책임의 무게가 너무도 무겁기에 마음이 착잡하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의무설치 법제화 논의들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서 보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해법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현 보육시장은 민간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민간사업자가 보육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공성을 띤 국공립 어린이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올해부터는 무상보육이라는 이름으로 전 계층, 전 연령에 100% 보육료를 지원한다. 그러다보니 민간 보육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감시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간 어린이집에서 더는 예전처럼 이윤을 남길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린이집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급간식비, 특별활동과 체험학습비를 정해진 선에서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이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건 보육교사의 급여밖에 없다. 보육시장에 값싼 노동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원가를 줄이기 위해 값싼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처럼, 숙련된 보육교사들을 고용하는 것은 손해(?)를 보는 지름길이 돼버렸다. 보육현장에는 최저임금의 무경력 보육교사들이 대량 유입되고 있다. 보육교사의 연령비율도 30~4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볼 때,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일이 됐다.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현실은 값싼 노동력의 유입으로 보육의 질 저하를 낳는다. ‘보육의 질은 교사의 질’이라고, 교사들은 입에 가시가 돋도록 이야기한다. 그 질을 책임지고 있는 보육교사들은 최저임금과 평균 9시간 30분 이상의 장시간 노동 속에서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라는 생각으로 자신과 싸운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의 책임을 보육교사가 지고 갈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과연 누가 얼마나 더 버티어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보육의 공공성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담보하기 어렵다. 그 누구도 오늘은 아동학대, 내일은 급식비리, 모레는 안전사고로 끝없이 도는 이 악순환을 멈추게 할 순 없을 것이다. 보육의 시장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

/김정숙 인천보육교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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