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선 개방’과 ‘대체부두 선결’ 제시해 놓고 인천시에 떠넘겨

▲ 개방 예정지인 인천 내항 8부두에 서 있는 크레인. 내항은 자체 크레인이 없는 중소형 선박이 이용하는 데 적합하다.
내항 개방과 재개발 놓고 지역 내 갈등 심화

인천 내항 1ㆍ8부두 개방과 재개발정비사업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인천의 현안으로 부각하고 있다. 내항 개방과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정부(해양수산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내항 8부두 시민광장 조성 추진위원회(위원장 하승보 중구의회 의장)는 인천항만공사와 내항 부두운영사(=TOC)와의 계약이 4월 30일 만료되는 만큼 무조건 계약을 종료하고 8부두를 우선 개방해 시민 광장을 조성하라며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 해양수산부를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는 4월 26일 8부두 우선 개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시민 친화적 내항 활용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장)’는 1ㆍ8부두 개방에는 동의하지만, 인천 신항 건설계획에 맞춰 단계적으로 개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항만 노사정 합의’에 따라 계약 기간 5년 연장을 요구하며 개방 전 항만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이 전제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인천 내항 8부두 시민광장 조성 추진위’는 4월 12일 오후 인천항만공사 앞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항 8부두 개방과 시민광장 조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뒤이어 25일 ‘시민친화적 내항 활용 범시민대책위’는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부두 개방에 따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인천 내항 ‘개방과 재개발’ 논란, 어디서 비롯됐나?

인천 내항은 지난 40여 년간 국가경제와 인천경제 발전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인하대학교와 인천대학교, 인천항만연수원 등이 2010년 5월 공동으로 발표한 ‘인천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항 재개발 정책제안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를 보면 인천항만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수 있다.

보고서를 보면, 항만의 필수산업만을 기준으로 한 생산 유발효과는 2008년 기준 인천 총생산의 7.15%,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 552억원, 취업 유발인원은 2만 2531명을 기록했다. 이를 직간접 의존산업까지 확대했을 경우, 생산 유발효과는 33.3%,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4조 8919억원, 취업 유발인원은 10만 3618명에 달한다.

2008년 인천지역 제조업의 출하액이 56조 7000억원 규모였는데, 이중 인천항만과 연관돼있는 업종의 출하액은 32조 1000억원으로 56.6%를 차지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인천내항 주변 북성동ㆍ만석동ㆍ화수포구에 있는 대한제당ㆍ대한제분ㆍ대한사료ㆍ대한싸이로ㆍ선창산업 등 5개 회사의 매출액만 2008년 기준으로 2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내항의 부가가치와 내항 배후단지에 조성된 산업단지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져온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고철스크랩과 원목 하역, 운송에 따른 먼지와 소음 발생 등으로 내항 인근 주민들이 입는 피해도 존재했다. 내항 인근 주민들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초기 민원은 내항 내 먼지와 소음의 원인을 제거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민원은 당시 정부(해양수산부)의 항만 재배치 계획과 맞물리며 인천 내항 재개발사업으로 확장된다.

그 후 2007년 11월 인천 내항 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국회청원이 통과되면서 안상수 전임시장 시절 내항 재개발사업 추진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국토해양부와 인천시는 북항과 남항, 신항 건설계획에 따라 항만별 기능 재배치 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시절 국토해양부는 2008년 6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내항 재개발사업 기본구상 용역을 실시해 ‘1ㆍ8부두를 복합상업시설ㆍ주상복합ㆍ친수시설로 개발하고, 6부두는 테마파크로 개발’하는 기본(안)을 발표했다.

그 사이 인천항만공사는 주요 민원이던 8부두의 고철부두 기능을 북항으로 이전하기도 했으며, 2008년 말 안상수 전 시장이 내항 전체를 드러내고 주거ㆍ상업시설로 개발하려는 양해각서를 크레타건설과 비밀리에 체결한 게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일기도 했다.

그 뒤 2012년 4월 국토해양부가 제1차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 수정계획을 고시하면서 1ㆍ8부두(=27만 5322㎡) 재개발 계획이 정부 계획에 최초로 반영됐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토해양부가 다시 ‘1ㆍ8부두 재개발 타당성 용역’을 실시해 ‘항만 종사자 고용보장과 부두기능 재배치’ 를 선결 과제로 한 개발방향을 제시했다.

내항 이전, 인천항 재배치 계획에 맞물려

▲ 중고차를 선적하기 위한 대형 RORO선박이 인천 내항 3부두로 들어오고 있다.
인천 내항 재개발과 관련한 정부 입장은 국토해양부가 2012년 4월 고시한 ‘제1차 항만 재개발 기본계획 수정계획’이다. 현재 인천 내항 1부두는 국제여객터미널로 이용되고 있고, 8부두는 원목과 고철스크랩을 제외한 잡화부두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 수정계획에 따르면, 내항 1부두는 남항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하는 2016년 이후 가능하고, 8부두는 인천 신항이 일부 개장한 이후(2014년 12월) 4부두가 인천신항으로 이전한 다음에 4부두로 이전하게 돼있다.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본계획 수정계획’을 고시한 뒤, 2012년 11월 30일 인천지방항만청에서 ‘인천 내항 항만재개발사업 타당성 및 기타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당시 용역을 진행한 업체는 8부두를 우선 개방하는 안(12만 483㎡에 문화공간ㆍ체육시설ㆍ 주차장ㆍ문화상업공간 조성)을 제시했다. 동시에 우선 개방할 경우 항만 종사자들(=인천항운노조)의 보상 대책과 8부두 운영사들(=동부익스프레스ㆍCJ대한통운ㆍ영진공사)의 대체부두가 전제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인천항운노조원 보상비는 150억원 이상들 것으로 추산됐고, 동부익스프레스와 CJ대한통운은 북항으로 이전하고, 영진공사는 1부두로 이전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 부두 운영사들의 반대가 심해 정부는 공식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 내항의 경우 갑문이 있어 조수간만의 차이와는 무관하게 수심이 일정한 깊이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하역 등 고부가가치 화물 하역이 가능하며, 중소형의 선박 하역지로 적합하고, 기상 악화 시 일반화물선은 물론 관공선과 군함까지 피난할 수 있는 항만이다. 또한 인천 내항은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큰 곡물하역장이 있어 식량안보와도 직결된다.

반면 우선 개방 시 대체부두로 거론된 북항의 경우 조수간만의 차이가 9m에 달한다. 내항 1ㆍ8부두를 이용하고 있는 선박이 북항을 이용할 경우, 이 조수간만의 차이 때문에 선박 접안 시 충격방지를 위해 선석에 붙여 놓은 범퍼에 선박이 끼어 파손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게다가 소형 선박의 경우 자체 크레인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북항은 내항과 달리 자체 크레인을 장착한 대형선박이 출입하는 곳으로 특성화돼있다. 이 때문에 국토해양부는 대체부지로 내항 4부두와 인천 신항을 제시했던 것이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보고서의 내용은 용역사의 제안일 뿐이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용역 결과와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핵심은, 내항 이전에 필요한 재원마련 방안

시민광장을 조성하든 친수공원을 만들든, 또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든 결국 부두 이전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항운노조원 보상비 150억원 외에도 대체부지를 마련하는 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항 재개발 사업 논란의 핵심 쟁점은 재원마련 방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보고회 당시, 국토해양부는 부두 개방과 이전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을 전혀 제시 하지 않았다.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우선 개방과 그에 따른 전제조건만을 제시한 채 항만시설과 관련해서는 권한도 없는 인천시에 ‘내항 재개발 지역협의체’ 구성을 떠넘겨 ‘지역 갈등만 야기하고 있다’는 빈축만 사고 있다.

앞서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1ㆍ8부두 재개발 타당성 용역’에 따르면, 1ㆍ8부두(27만 5322㎡, 인천항만공사 소유) 재개발 사업에 건축비를 포함해 약 942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내항 재개발사업은 토지 소유주인 인천항만공사(IPA)가 토지를 현물로 출자하고, 민간자본 사업으로 시행할 때만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정부 투자가 없으면 민자 사업으로 시행할 수밖에 없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원 대신 대형쇼핑몰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되고 만다.

이와 관련해 이광호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재원 마련을 명분으로 대형쇼핑몰 등을 추진할 경우 내항 인근 전통시장 붕괴가 현실화된다. 인근 신포시장과 신흥시장, 송월시장 등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민자개발이다”라고 한 뒤 “또한 이미 부동산경기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무리한 민자 개발이 빚더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원조성 원칙을 살려 전통시장도 보호하고 항만 종사자의 생존권과 대체 부지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재원 마련 방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인천 내항 8부두 시민광장 조성추진위원회’ 현황

인천시중구의회, 인천광역시의회, (사)내항살리기시민모임, 천주교인천교구, 인천중부감리교회, 인천경원감리교회, 인천생활정치텃밭포럼, (사)인천시의정회, 인천중구의정동우회, (사)인천상인연합회, 인천언론인클럽, 인천시주부클럽, 인천시민족통일협의회, 세계평화대사협의회인천지부, (사)한국마리나항만협회, 중구공무원노조, 중구새마을회, 중구바르게살기협의회, 중구통장자율회, 중구자유총연맹, 중구요식업조합, 중구여성단체협의회, 인천아파트연합회중구지회, 신포상가연합회, 연안발전협의회, (사)인천종합어시장, 월미상가번영회, 신포시장번영회, 중구체육회, 중구생활체육회, 개항장문화지구주민협의회, 신포시장번영회, 개항장문화아카데미, 인천향토문화연구소, 인터넷방송파도TV, 여성종합뉴스, 한국산동예술문화원, (지)야외놀이문화협의회

■‘시민 친화적 내항 활용 범시민대책위원회’ 현황

인천상공회의소, 인천경영자총협회, 선광관세사회, 인천항발전협의회, 새얼문화재단, 인천항만물류협회, 인천항운노동조합, 한국선주협회인천협의회, (사)한중카페리협회, 인천항도선사회, 인천시창고업협회, 인천관세물류협회, 인천관세사회, 인천복합운송협회, 인천검수검정협회, 인천항만산업협회, 인천예선업협동조합협회, 한국노총인천지역본부, 인천 중ㆍ동구지역 노동조합협의회, 한국무역협회인천지역본부, 남동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 인천공장장협의회, 인사800,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인천물품공급협회, 한국대리점협회인천지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천지부, (사)인천산업진흥협의회, 대형마트규제, 중소상인살리기인천협의회
.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