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쇄 논란으로 본 인천의료원의 역할과 기대-①

▲ 새누리당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밝혀, 사회적으로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과도 배치되고, 새누리당과 시민들도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홍준표 도지사가 왜 무리하면서 의료원을 폐쇄하겠냐? 홍 도지사가 제2의 오세훈으로 나선 것 같다. 다음 대선을 겨냥한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고 나섰다”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에 대해 노동조합뿐 아니라 보건의료단체와 정치권 등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공공병원 확충’과 ‘지방의료원 활성화’를 내세운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새 정부 출범 후 하루 만에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밝혔다. 홍 지사의 이러한 행보에 여당과 정부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홍 도지사는 의료원의 누적적자와 강성노조의 이기주의를 폐업의 이유로 밝혔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진 못하고 있다.

전국 지방의료원 34곳 중 27곳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문을 닫는 곳은 없다. 이유는 지방의료원의 공공성 때문이다.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은 건강보험 급여 항목 위주의 적정 진료를 하기 때문에 진료비가 민간 병원에 비해 저렴하다. 또한 ‘보호자 없는 병실’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운영도 적자의 한 이유다.

“전시성 행사 안 하면 의료원 적자 충당”

진주의료원 사태는 다른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운영에도 관심을 갖게 한다. 이에 <부평신문>은 10일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을 만나 인천의료원의 운영 실태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천의료원은 80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의 대표적 공공병원이다. 조 원장은 2010년 10월 13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조 원장은 “공공의료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 부족이 진주의료원 사태를 야기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얼마 전 인천지역 한 기초단체장에게 공공의료시설이 지역에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민간 병원이 있어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체장 즉 정치인들은 10년, 20년 투자해야 공공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방의료원보다 당장 손에 잡히고 표와 연결되는 민간 병원과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지하철이 적자가 크다고 해서 지하철 운행을 하지 않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면 버스나 택시 회사는 만세를 부른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진주)의료원 폐쇄하고 보건소에 재정 지원한다고 하지만, 환자들은 의료원보다 몇 배 비싼 민간 병원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녀야 하는 처지가 된다. 공공병원에 들어올 재원을 표와 연관된 복지로만 투입하면 안 된다”

조 원장은 정치인들의 전시성 행사만 줄여도 의료원의 1년 적자는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의료원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마이너스 34억 3900만원이다. 그럼에도 조 원장의 지적은 타당성이 꽤 있다.

인천시의 대표적 전시성 행사로 꼽힌 2009년 인천도시축전의 총사업비는 약 1313억원이었다. 이 행사 개최에 맞춰 개통하려한 월미은하레일은 안전문제로 운행되지 않고 있다. 은하레일 사업비와 철거비로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치인들이 치적을 쌓기 위해 벌이는 각종 행사와 무분별한 토건 사업만 줄여도 공공병원의 적자를 충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 원장은 “운행도 못한 (월미)은하레일로 인해 인천의료원 적자 분 25년 치가 날아갔다. 4대강 공사비에서 1조원를 아끼면 복건복지부가 20년 동안 전국 지방의료원들을 지원할 수 있다. 전국 공공병원에 100년 동안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4대강에 부은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인천의료원 본관 1층의 모습. 인천의료원은 인천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동구와 남구, 서구 주민들이 찾는 대표적 공공병원이다. 민간 병원에 비해 저소득층이 의료원을 이용한다.

“노조는, 우리가 더 강성이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의 이유 중 하나로 강성노조를 꼽았다. 이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종사자들의 임금은 6년째 동결됐으며, 수개월 치 임금이 체불상태다.

인천의료원도 한 때 노사 갈등이 첨예했다. 조 원장 취임 전에는 의료원을 대학병원 부속병원으로 추진하려는 바람에 노사 갈등이 심하기도 했다.

안재형 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의료원지부장은 “대한민국의 공공의료기관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복지가 발달한 유럽의 경우 전체 의료기관의 80~90%이고, 미국과 일본은 30% 수준이지만, 우리는 겨우 5.9%에 불과하다”며 “인천의료원 노조가 진주보다 강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새 원장 취임 후 극단적 노사 대립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진주(의료원)의 경우 6년째 임금이 동결되고, 수개월째 임금이 체불됐고, 명예퇴직 등이 이뤄졌다”며 “병원을 어떻게 활성화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적자 이유를 노조로 돌리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무엇보다도 의료원에 대한 인천시의 인식 전환과 함께 소통을 강화해온 조 원장의 노력이 노사 대립을 줄였다고 귀띔해줬다.

조 원장은 2010년 부임 이후 생일 축하 카드를 직접 작성해 전달하면서 전 직원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에도 자신의 ‘페이스 북’에 “31병동 오춘애 수간호사님과 61병동 김현아 간호사님의 생신입니다. 어려운 환경에도 묵묵히 환자를 돌보느라 애쓰시는 두 분의 생신을 축하합니다”라는 글을 두 직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올렸다.

▲ 홍준표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로 '강성노조'를 꼽았지만, 인천의료원의 노조도 강성(?) 노조로 알려졌지만 노사 갈등은 첨예하지 않다. 여러 이유 중 새로 부임한 조승연 원장이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했기 때문이라 평가가 나온다. 조 원장은 취임 후 400여명의 직원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11일에도 생일을 맞은 두명의 간호사를 찾아가 자신이 작성한 생일 카드를 선물로 줬다. <사진출처 : 조승연 원장 페이스북>

인천시, “공공의료기관 지원 늘릴 계획”

경상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뒤 강원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의료원 폐쇄나 이전, 매각 등의 대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의료원 기능을 확대 강화할 계획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지시에 따라 인천시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설립해 인천의료원의 공공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의료지원단은 인천의 공공보건의료정책 개발과 기술 지원 등을 수행한다. 시는 이를 통해 인천의료원과 보건소(10곳)의 협력을 강화, 공공의료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인천시는 올 11월 인천의료원 백령 분원을 신축ㆍ개원할 예정이다.

허종식 인천시 대변인은 “공공병원에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돈 없는 서민의 주머니를 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천시는 향후에도 공공병원인 인천의료원 등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가 경제적 논리로 공공병원의 폐업과 매각을 밀어붙이는 것과 비교해 인천시의 공공의료 강화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 8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인천의료원. 의료원 주변에는 공단과 경인고속도로 등이 위치해 있어 주민들의 접근성이 낮다. 대중 교통 노선 등을 조절해 주민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인천시가 몇 년째 뾰족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 않다.

공공병원 접근성도 고민해봐야

하지만 시의 고민은 더 필요해 보인다. 조승연 원장은 지방의료원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건 꼭 재정적 지원만이 아니라며, 당장 의료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중교통노선이라도 일부 변경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주의료원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의료시설에 주민들의 접근성이 없다는 것이다. 외곽 변두리 허허벌판에 병원을 신축하니 환자는 감소하고 지자체의 지원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진주의료원을 시내에 개원했으면 흑자를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의료원도 환자의 접근성이 낮다. 의료원 주변에는 공장뿐이다. 의료원을 지나가는 버스노선도 한두 개에 불과하다. 돈 없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많이 오는데,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오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렇다보니 부평과 계양, 남구에서 오는 시민들이 꽤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진주의료원은 과거 진주시 한가운데 위치했지만, 2008년 신축과 함께 외곽 변두리 허허벌판으로 이전했다. 진주의료원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1개 노선(355번)밖에 없다. 의료원은 자구책으로 버스 차고지를 유치해 1개 노선을 확보했다. 향후 아파트 단지(4000세대)가 들어서고 인근에 건설 중인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11개가 이전해올 예정이지만, 현재로는 환자들의 접근성이 낮아 이용 빈도도 낮은 실정이다.

인천의료원도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다. 의료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도 1대밖에 없어, 의료원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0일 부평구 청천동에서 인천의료원을 찾은 김아무개(74ㆍ여)씨는 “오늘은 며느리가 직장에서 시간 내서 태워다줘서 의료원에 왔지만, 부평에서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없어 환승해야한다”며 “돈 되는 지역으로만 버스가 다니지 말고, 병원(=인천의료원) 같은 곳을 다닐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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