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적법한 행정절차 걸쳤는데, 납득하기 어려워”

지난해 12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시행을 불과 2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유통재벌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인천 연수구를 상대로 지난 2월 또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GS리테일,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은 연수구의 해당 조례가 제정절차에 문제가 있고 직업선택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인천지방행정법원에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공휴일과 주말을 포함해 월 2회 의무휴업이 가능하게 유통법이 개정됐다. 이 개정안은 4월 24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무리한 소송 남발로 사회적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통재벌이 대형마트와 SSM을 무분별하게 출점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차원에서 지난해 초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을 골자로 한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자 홈플러스와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조례 제정절차에 일부 문제가 있다’며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6월 22일 서울행정법원은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이 강동구와 송파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내용을 사전에 통지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하는데, 그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조례 제정절차상 문제가 있고, 기초단체장의 재량권을 침해한 것도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불이익을 수반하는 행정처분의 경우 청문(=의견을 구하는)절차를 거치도록 돼있는데 그 절차가 빠졌다는 것이었다. 재량권 침해의 경우, 당시 유통법이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 돼있는 만큼, 조례도 ‘할 수 있다’고 하면 되는데 ‘해야 한다’로 명시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에 연수구는 인천에서 가장 먼저 해당 조례를 개정(2012년 8월)한 뒤 9월부터 시행했다. 연수구 홍보팀은 “제정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전통지를 했고,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게 했다”며 “그런데 대형마트 측은 올해 2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조례 제정절차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위헌이라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절차라는 게 형식을 갖추는 것이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절차를 갖춰 진행한 일에 대해 형식적인 절차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 뒤 “위헌이라면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문제이지, 지자체를 상대로 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통법 시행 후 조례 개정까지 의무휴업 피하려는 꼼수”

지자체의 월 2회 의무휴업일제 시행을 둘러싼 행정심판 청구와 행정소송이 끊이지 않자, 유통법을 개정해 의무휴업일제 시행과 영업시간 제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여야합의로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유통법 개정안은 지자체가 공휴일과 주말을 포함해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게 했다. 또 유통재벌은 대형마트와 SSM 입점 시 사전출점예고제에 따라 미리 알려야하며, 나아가 상권영향평가도 실시해야 하고, 지역협력계획서도 제출해야한다.

한편으론, 지난해 11월 서울ㆍ전주ㆍ대구지방행정법원은 유통재벌이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처분 정지’ 행정심판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재벌이 연수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유통법 개정안이 4월 24일 시행되면 지자체는 이에 따라 다시 조례를 일부 개정해야한다. 그러면 지자체가 조례를 시행하기까지는 2~3개월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아마도 소송을 통해 그 기간만큼이라도 의무휴업을 피해가려는 속셈일 것”이라고 해석한 뒤 “이번 소송은 사회적 혼란만 초래하는 유통재벌의 꼼수”라고 덧붙였다.

<부펑신문>이 확인한 결과, 유통재벌이 연수구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재판 일정은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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