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가족재단 출범 기념 좌담회

▲ 지난 14일 인천여성가족재단 소강당에서 출범기념 간담회를 열었다.
3월 6일 출범한 인천여성가족재단(대표이사 장부연ㆍ이하 여성재단)이 14일 출범 기념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는 여성재단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와 여성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배임숙일 인천여성연대 공동대표ㆍ이정희 인천여성단체협의회장ㆍ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ㆍ최윤선 경기가족여성연구원 박사ㆍ홍미희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이 패널로 참가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이 자리에서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은 자료 보관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공기관은 5년마다 서류를 없애기 때문에 데이터 축적이 어렵다는 것. 김 원장은 “사소한 것이라도 자료를 모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다른 기관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수직적 구조로 운영하면 연대가 어려울 수 있다. 과제에 따라 병렬ㆍ수평적 구조를 염두하고 다른 기관에도 자문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직사회에 성인지 교육이 필요함을 짚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공직사회에 성인지와 평등에 관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 이밖에도 그는 여성재단에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와 함께 대다수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파트타임ㆍ계약직ㆍ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방안을 연구할 것과 생애주기별 비전 제시 등을 요구했다.

이정희 인천여성단체협의회장은 여성단체와 여성들이 활동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속적으로 행복한 재단이 되기를 당부했다. 이 회장은 또 “여성단체들이 교류ㆍ협력하려면 공간이 필요하다. 소모임이나 교육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임숙일 인천여성연대 공동대표는 여성재단 출범을 위해 인천와이더블유시에이(YWCA)가 10년간 위탁 운영하던 인천여성문화회관을 양보하게 된 과정을 밝히며 “그래도 YWCA에서 양보해 여성재단 설립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배 공동대표는 예산 확보와 공간 개방, 소통, 그리고 여성노동자 문제 등 네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우선 대표이사가 무보수 명예직으로 선임된 문제를 짚으며 “지금은 장 대표이사가 기꺼이 역할을 맡았지만, 왜 여성들은 돈 안 받고 일 해야 하나. 여성 노동착취 현장이 아닌가 싶다”며 예산을 확보해 인건비와 연구비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성재단에서 여성들이 동아리모임이나 자조모임을 할 수 있게 공간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인천발전연구원에 있던 여성정책센터가 여성재단 내 정책연구실로 이전한 만큼, 기존 사업과 연구 작업의 경계가 분명해야함을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다수 여성노동자가 속한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윤선 경기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재단 내 여성정책센터와 관련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최 연구위원은 “연구자의 주 업무는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밖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업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정책하는 사람을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여성정책센터는 연구원 수가 너무 적다”며 인력이 확보돼야 더 실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장부연 여성재단 대표이사는 “모두 진지하게 좋은 의견을 준 것에 감사한다. 재단 출범에 기대를 하는 사람이 많더라. 그래서 부담도 된다”며 “지금은 연구원과 예산이 모두 부족하지만 앞으로 예산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홍미희 실장은 “여성재단의 발전방향을 수립할 때 오늘 나온 의견들을 반드시 참고하겠다”며 “금방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현장에 있는 분들과 협업해 보다 실질적인 연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부연(62·사진) 대표이사는 40여 년 동안 공직생활에 몸담고 지난해 정년퇴직한 행정 베테랑이다. 그는 인천에서 여성 행정직 공무원 최초로 부구청장과 자치행정국장, 여성복지보건국장을 지냈다.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인천여성정책기본계획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 하는 등 25년 동안 여성과 복지정책 업무를 맡아왔다.

여성복지보건국장 재임 시에는 보육시설 종사자에게 지급하는 보육업무수당제도를 도입하고, ‘행복상담원’을 모집해 동 주민센터 136곳에 파견하는 등 여러 정책을 수행해왔다. 여성관련 사회복지기관이나 여성문화회관, 여성단체, 전문가그룹과 활발하게 교류해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것이 큰 장점이다.

장 대표이사는 “여성정책과 관련해 싱크탱크 역할을 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각계의 요구가 있었다. 시 재정이 어려운 탓에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이 통합됐지만, 여성단체 등 여러 기관과 교류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여성과 가족문제를 연구하는 창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어 “오랫동안 관련 분야에서 일해온 만큼 봉사하겠다는 각오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예산은 부족하지만, 천천히 하나하나 바꿔나가겠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미희(51·사진) 여성정책실장은 독일에서 여성사회학을 공부한 이 분야 전문가다. 2007년부터 인천발전연구원 여성정책센터장으로 일하며 ▲시민의 가족가치관에 관한 연구 ▲한부모가족 생활실태 및 지원방향 연구 ▲영유아 부모교육 활성화 방안 ▲지역특화 여성정책 사례연구 등 여성들이 처한 현실에 기초한 연구 20여개를 진행하고 정책을 제안해왔다.

특히 2011년에는 인천여성가족재단 설립을 위한 기초연구를 실시해 누구보다 여성가족재단의 속사정을 훤히 이해하고 있다.

홍 실장은 “‘인천에 여성정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정책은 있다. 시에서 5년마다 여성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일자리나 보육 요구가 대부분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보편적인 문제에 집중해 정책을 펼치다보니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로 ‘돌봄’을 꼽았다. 그는 “자녀 돌봄 문제는 여성의 사회진출과 노인층의 무보수 노동 등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인천시 가족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정책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일자리 문제와 여성인권 연구 등 분야별 신뢰할 만한 연구를 진행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연구진이 확충돼야한다”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긴, 인천 여성들이 원하는 정책을 제안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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