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피씨방도 사이버 도박장으로 편법 운영


산곡2동 한신휴아파트 단지 정문 바로 앞 상가 건물에 최근 성인 피씨방이 생겨 아파트를 비롯해 인근 주민들이 주거와 교육환경이 침해된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신휴아파트 부녀회원들은 “밤이면 성인 피씨방 앞에 자가용이 늘어서고 ‘조폭’ 같은 사람들이 서성거려 불편하다”며 “특히 바로 앞이 마을버스 종점이고 피씨방이 들어선 건물에는 학원도 있어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또한 이러한 이유로 관계기관에 탄원서를 내기 위해 집단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 PC 게임방’이라고 적혀 있는 이 피씨방의 겉모습은 최근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성인 오락실과 유사하다. 피씨방 앞면 전체는 포카와 화투가 그려져 있는 썬팅지로 꾸며져 있다.
그러나 부평구 관련 부서에 따르면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해도 현행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상 민원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사이버도박장으로 둔갑한 한 성인피씨방의 모습             ⓒ이승희


사이버 도박 확산...대책마련 시급


정부에서 성인 피씨 게임방을 자유업으로 풀어 놓으면서 성인 피씨방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청소년 게임장(오락실)이나 일반 게임장(성인 오락실)은 조건을 갖춰 자치단체에 등록해야 영업할 수 있지만 피씨방은 자유업이기 때문에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증만 제출하면 된다.

구 관계자는 “피씨방의 경우 자유업이기 때문에 학교 정화구역(반경 200m 이내)이 아닌 이상 쉽게 설치할 수 있어 피씨방이 얼마나 생기고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지, “최근 부평경찰서에서 사이버 도박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성인 피씨방 4군데를 적발해 통보해왔다”며 “경찰이 단속해서 알려주면 행정처분을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듯 성인 피씨방을 중앙 서버와 연결해 사이버 도박장으로 변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이런 사이버 도박장에서 100만~200만원을 잃는 경우가 허다할 만큼 이용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하지만 자유업으로 풀어놓은 상황에서 경찰의 단속만으로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인 오락실 병폐 심각...부평구 현재 149개소 등록


네티즌들이 성인 오락실의 병폐를 알리는 한편 이를 없애자는 청원운동까지 벌이는 등 성인 오락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되고 있다.

미디어다음에는 “정부에게 간절히 바란다”며 “가정, 사회, 나라 망치는 성인오락실 없애달라”는 청원이 14일부터 시작돼 1천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청원 발의자는 “낮부터 도박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며 “폭력 조직들과 연계해 가정의 파괴, 사행심 조장 등 아무리 생각해도 성인 오락실들이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부평구에도 현재 149개소의 성인 오락실이 등록돼 있다. 이는 인천시에서 남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십정2동이 27개소로 최고이며, 부평1동(23개)과 부평5동(17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도박을 제공하는 성인 오락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는 이유는 ‘대박’사업으로 인식된 데다가 불법 운영을 해도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설치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

이들의 수익구조는 ▲환전소를 통해 상품권 1장(5000원)당 10%씩 떼는 수수료 500원 ▲본사에서 사이버머니를 배정할 때 제공하는 웃돈 10%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딜러비 1.5% 등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들은 현금이 오가는 사이버 도박장은 불법이기 때문에 상품권 환전소를 게임방 밖에 두는 것으로 처벌을 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화부,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골격 마련


사행성 성인오락실과 피씨방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문화관광부는 오는 10월 28일 시행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담길 주요 내용을 17일 발표했다.

이번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핵심은 사행성 게임물 대책으로 볼 수 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시간당 투입 금액은 현재의 절반인 4만5천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시간당 경품 한도액도 20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화관광부는 또 현재 사행성 게임물이 만연해 있다고 보고 기존 18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은 게임물도 2007년 4월까지 등급 재분류를 받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사행성 게임물은 수거, 폐기 등의 조치를 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게임장의 영업시간을 아침 9시부터 24시까지로 제한하며 전체 이용가 게임물의 제공비율 면적을 종래 40%에서 60%로 확대하고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물은 40%로 축소토록 했다.

또 최근 도박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PC방에 대해서도 사행성 게임물로 결정된 것과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에 접속을 차단하는 장치 또는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했다.


사행성 영업 엄격히 규제해야


정부가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편법 운영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성인 오락실을 아예 없애거나 영업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는 한 그 폐해는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네티즌은 “전국 각지의 동네가 썩어 들어가고 가정이 파탄나고 있는데 정부는 오락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좋은 정책 펴느라고 고생 많다”며 “규제할 건 규제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라고 쏘아 붙였다.

산곡2동 한신휴아파트 한 주민도 “말이 성인 피씨방이지 도박장이나 다름 없는 유해시설이 아파트 단지 앞에서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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