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실내사격장 건설 현장의 토양 오염 논란이 인 가운데, 인천시는 토양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조사한 결과 오염 정도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그러나 이 조사는 환경단체와 언론, 지역주민이 참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돼 그 결과를 믿기 어렵고, 공사 강행을 위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앞서 인천녹색연합과 언론사 기자들이 함께 토양 오염 현장을 확인하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토양 오염 정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이 실내사격장 공사 현장은 이미 암반층까지 드러나 터파기공사가 종료된 상황으로 추가 토양 시료 채취가 어려운 상태다. 현 표토에서 시료를 채취하면 이미 토양을 오염시킨 유류의 상당 부분이 공기 중으로 휘발돼 오염수치가 현저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사 현장 절개지 등 주변지역과 터파기 과정에서 파낸 토양을 조사해야한다.

시는 2011년 11월과 2012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실내사격장 건설 현장의 토양 오염을 조사한 결과 모두 기준치 이내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는 2011년 11월 사전환경성 검토에서 9만5000㎡ 넘는 사업지구의 토양 조사를 간이 정비를 이용해 3개 지점에서 표토 1m 이내로 실시했고, 2012년 11월 공사 중 유류 냄새가 발생해 실시한 추가조사도 단 1개 지점에서 실시한 것이 고작이다.

인천녹색연합에서 올해 2월 1일 3개 지점에서 토양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석유계 총탄화수소가 각각 906mg/kg, 757mg/kg, 620mg/kg 검출됐다. 이는 토양오염우려기준(1지역 기준 500mg/kg)을 초과한 것이다. 이에 공사 중단과 정밀조사를 요구하자, 시는 2월 5일 단 2개 지점만을 조사한 후 석유계총탄화수소각 각각 28mg/kg, 29mg/kg로 기준치 이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 뒤 공사 현장 토양에서는 유류 냄새가 심하게 나고 있었고, 2월 13일 시와 현장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과거 미군 유류저장시설이 있었던 곳으로부터 100여 미터 떨어진 공사 현장 절개지에서 오염된 토양을 확인했다.

문학산 옥련동 지역(일명 옥골)은 이미 2000년에 과거 주한미군 유류저장시설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토양오염 문제가 사회 문제화된 지역이다. 2007년에는 중금속인 납(Pb)이 기준치를 무려 26배나 초과 검출돼 토양 정화작업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문학산의 토양 오염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땜질’조치하는 바람에 재개발 사업과 수인선 공사가 중단된 데 이어, 이제는 아시안게임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는 사태에 이르렀다.

문학산은 중금속과 유류 등으로 오염된 복합 오염지역이며, 과거 주한미군의 유류저장시설에서 유출된 기름에 오염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한미군에 공여된 구역으로 주변지역의 낙후한 경제를 살려 지역 간 균형 있는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제정됐다.

시와 연수구는 토양환경보전법뿐 아니라 이 특별법을 검토해 환경부와 국방부에 문학산 오염문제 해결을 요구해야한다. 동시에 학계와 지역주민,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환경조사와 주민피해조사, 토양 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

소모적인 시간 끌기 진실공방이 아닌 민관공동 정밀조사로 문학산 전체에 대한 유류 오염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임을 시는 알아야한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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