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업체, 미분양 우려 등으로 재개발 사업 포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개발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던 건설사들이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노후한 주택이 밀집한 인천 구도심 지역 주민들은 시공사가 혹여 사업에서 철수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반면, 전임 인천시장 시절 무분별하게 정비사업 (예정)구역을 지정한 것에 대해 반대한 일부 주민들은 안도한다.

재개발 사업서 철수하는 중견 건설업체

부산시 북구청에 따르면, 구포5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재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8년 전 시공사로 선정돼 106억원을 투입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십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구포5구역 외에도 구포2ㆍ4ㆍ6ㆍ8구역 등의 재개발 사업도 표류 중이다. 사업권을 포기하는 시공사가 늘어날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은평구 구산1구역의 경우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권을 내놓았다. 지난 2008년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지역에서도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는 경우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속출했다. 서울과 인접한 인천 계양ㆍ부평ㆍ남동구 등에선 시공사 선정이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인 동구와 중구에선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평구 청천2구역의 시공사로 컨소시엄 형태로 선정된 벽산건설도 롯데건설에 시공권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청천2구역 외에도 시공권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 건설업체의 인천본부장은 “삼성, 현대를 비롯한 ‘빅5’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재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대기업만 남고, 중견 건설업체들은 다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어 “분양가격을 낮추어도 미분양 위험 부담이 있어 일부 업체는 손해를 보고 시공권을 넘겨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분별한 정비(예정)구역 지정도 한 몫

한국에서 대학 등록금과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매년 올랐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해 아파트 가격은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추락했다. 평당(3.3㎡) 1200만원을 상회하던 아파트 가격은 1000만원 밑으로 급락했다.

인천의 경우 전임 인천시장 시절에 재개발 (예정)구역을 무분별하게 지정하면서 구도심 지역의 빌라와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보였고, 거품이 빠지면서 서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검단 신도시를 비롯해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ㆍ영종ㆍ청라지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 주택 수요마저 없게 했다. 송도ㆍ청라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상당수 주민들은 1억~2억원의 손해를 보고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기도 했다. 게다가 저가의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의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 아파트 등의 수요가 줄어들었다. 부평구의 경우 최근 1~2년 사이에 도시형생활주택이 1000세대 이상 공급됐다.

부평지역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조합에 필요한 최소 경비만 지원하면서, 부동산 경기를 관망하는 거 같다”면서, “서울과 인접한 부평, 계양 등은 괜찮지만 동구와 중구 등 주택 소요가 적은 지역의 경우 시공사가 철수할까 불안해하는 처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남승균 경인여자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천시가 구도심을 우선해 개발하지 못하고 신도시 중심으로 아파트를 과잉 공급했고, 주택 가격 하락이 건축 경기를 더 어렵게 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거 빈곤층은 (주택) 공급이 부족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일정 정도 이상의 소득을 가진 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과 함께, 주거 빈곤층에 적합한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투트랙(two-track)’ 주택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천 재개발 수주, 현대> 대우> 한신

인천지역 재개발 정비사업 수주의 으뜸은 현대와 대우건설이 차지했다. 건설사 중 ‘빅5’로 불리는 삼성ㆍ현대ㆍ대우ㆍGSㆍ대림건설의 수주율이 높았다.

<부평신문>이 취재한 결과, 현대건설이 인천에서 총9곳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중 한 곳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대우건설은 총6곳에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다음으로 한신공영이 총5곳에서 시공권을 확보했으며, 이수건설은 재건축 정비사업 구역 2곳을 포함해 4곳에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코오롱은 4곳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는데, 이중 한 곳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이밖에 GSㆍ풍림ㆍ금호ㆍ한화ㆍ대림ㆍ삼성ㆍ동부ㆍ두산건설이 각각 3곳에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STXㆍSKㆍ롯데ㆍ쌍용건설이 2개 지역의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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