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들, 법 시행 앞두고 이사 늘려 선임 … 인천시는 수수방관, 장애인단체만 분통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3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애인사회복지(시설)법인의 운영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외부추천 이사제도가 시작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 시행을 앞두고, 장애인 폭행 등 인권유린으로 언론의 지탄을 받은 인천지역 시설법인들이 정관을 미리 개정해 사실상 당분간 외부추천이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12월 이른바 ‘도가니법’이라 불리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사회적 관심 속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시설법인의 이사회 정원을 기존 5인 이상에서 7인 이상으로 늘리고, 이중 ‘3분의 1’ 이상을 외부(=사회복지위원회 또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추천받아 선임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사회는 시설법인의 사업과 운영, 예산 전반에 관해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관이다. 이사장의 지인이나 가족, 친척 등으로 이사회가 구성된 경우가 많아, 이사장 독단에 의한 의사 결정이 가능했다. 이에 외부추천이사 제도 도입으로 이사회 운영이 투명해지고 시설법인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장애인시설, 미리 정관 개정해 제도 무력화 … 인천시, 법 들먹이며 수수방관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이 올해 시행(1월 27일)됨에 따라 시설법인들은 외부추천이사를 2명 이상 의무적으로 선임해야한다.

하지만,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23일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다수 시설법인들이 법 시행을 앞두고 미리 정관을 개정해 이사회 정원을 7명으로 늘린 뒤, 이를 일반 이사로 채웠다. 따라서 이들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외부추천이사 선임은 이뤄지지 않게 됐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부 추천이사 선임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시설법인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강재경 공동대표는 “지난해 23일 동안 노숙농성을 열어 ㅁ과 ㅇ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을 폭로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이때 시는 두 시설에 외부추천이사를 파견해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인권유린을 감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이 제도(=외부추천이사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시에 요구했지만, 시는 ‘아직 법 시행 전이라 강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제 법 시행을 앞둔 지금에 와서는 ‘시설법인이 법 시행을 앞두고 정관을 개정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는 입장만 나타낼 뿐이다. 그동안 시는 무엇을 했나?”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장종인 작은자야간학교 사무국장은 “시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시설법인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사로 모두 채워놓았다. 그리고 시설법인들은 이 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결국 이 법을 없애겠다는 것이 시설법인의 계획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그동안 시에 여러 차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시는 노력할 테니 믿어달라는 말만 했고, 결국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문영기 시 장애인복지과 주무관은 25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외부추천이사에 대해 특별한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우리가 강제로 해라, 하지 말라 할 수 없었다. 외부추천이사를 당장 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피해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외부추천이사 후보자 모집에 적극 나서 … 물의 일으킨 ㅁ시설 관할 구, “아무 계획 없어”

한편, 외부추천이사 후보자 인력 풀을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후보자를 모집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 법 시행을 앞두고 1월 18일부터 후보자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서울시 담당공무원은 “500여명의 후보자 인력풀을 구성하기위해 시와 자치구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인화학교가 소재한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지난해 외부 추천이사제도를 조기에 도입하기도 했다.

인천시는 남동구와 중구, 부평구에서 후보자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ㅁ시설법인의 관할 지자체인 연수구는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수구 사회복지협의체 담당자는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 업무를 맡은 지 이제 한 달 됐다. 앞으로 이사회 결원이 들어오면 후보자 추천을 요구하려 한다. 아직 계획된 건 없다”고 말했다.

ㅁ시설법인 관계자는 25일, 미리 이사를 선임한 이유를 묻는 <부평신문>의 질문에 “외부추천이사가 정말 우리 시설법인에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일까? 누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나 시민단체 쪽 사람이 (외부추천이사로) 들어오지 않을까 싶어, 미리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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