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교, 교사가 주인으로 나서고 학부모가 지지해야 가능”
“새로운 학교, 교사가 주인으로 나서고 학부모가 지지해야 가능”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2.12.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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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5.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어떻게 할까? <마지막회>
인천지역 교사ㆍ학부모ㆍ청소년기관 관계자 좌담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이 심화되고 있다. 무한 경쟁 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은 붕괴되고, 학교가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가기 싫은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의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학교에선 왕따와 폭력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혁신학교’가 떠오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작한 혁신학교는 진보적인 교육감이 당선된 6개 시ㆍ도교육청에서 현재 300여 개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을 포함한 나머지 10개 시ㆍ도교육청에선 혁신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천에서도 혁신학교와 같은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연대단체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다. 진보구청장이 당선된 남동구에서도 새로운 학교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혁신학교의 의의와 현황, 그동안의 성과 등을 짚어보고 인천지역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10월 30일부터 보도한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기획연재 기사를 이번 회로 마무리한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한 ‘토크 콘서트’를 통해 혁신학교가 어떤 학교인지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 현재 전국 혁신학교 현황과 충청남도 홍성군의 홍동중학교, 서울형 혁신학교인 상원초등학교, 경기도 혁신학교인 흥덕고등학교와 장곡중학교 등 4곳을 방문ㆍ취재해 새로운 학교와 혁신학교 사례를 소개했다.

‘보수’ 교육감이 있는 인천에서도 새로운 학교 만들기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서구의 석남초는 3년 전부터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실천을 조금씩 해오고 있고, 석남중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새로운 학교를 추진한다.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사들의 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인천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는 모임을 확대할 계획이고, 남동구는 교육청의 제동으로 ‘행복학교’ 추진이 어렵게 되자 교사연구동아리를 지원하고 학부모 제안 사업을 공모하는 등, 다른 방향으로 행복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취재하면서 느낀 것은 새로운 학교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것. 공교육이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과 주입식 교육에 머무른다면 더 이상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가 없다.

이번 기획 취재로 만난 사람들은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선 진보교육감 후보뿐 아니라 보수교육감 후보도 ‘새로운 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혁신학교와 같은 ‘새론운학교’가 학교폭력을 줄이고 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높이며 학업성취도 또한 높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인천에선 새로운 학교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사무실에 김명숙 전교조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2013 새로운인천교육실천연대), 김찬 석남중 교사, 함유숙(장수초 교사) 남동구 행복학교 추진단 위원, 류부영 부평지역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 이금남 인천시청소년회관 사업팀장 등 5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학교 구성원, 특히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내고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내년 ‘새로운 학교’ 출발을 앞두고 있는 석남중에 많은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 지난 18일 오후 6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교사ㆍ학부모ㆍ청소년기관 관계자 5명이 만나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함유숙(장수초 교사) 남동구 행복학교 추진단 위원, 이금남 인천청소년회관 사업팀장, 류부영 부평지역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 김찬 석남중학교 교사, 김명숙 전교조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


▶ 그동안 기획연재 보도를 읽어본 소감은?

김명숙 전교조 인천지부 수석부지부장 = 기사를 기획할 때부터 이야기를 들었다. 꼭 취재해서 보도했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혁신학교나 새로운 학교에 대해 인천에선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관련 기사를 계속 다뤄야 보다 많은 사람이 알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여러 학교를 탐방하고 기사를 썼는데 기자가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나름 교육적인 관점을 가지고 내용을 잘 정리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기획연재 보도를 묶어서 읽어보라고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김찬 석남중 교사 = 기사가 매우 반가웠던 까닭은 인천은 새로운 학교나 배움 중심 수업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천 교사 중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 혁신학교를 잘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다. 경기도 장곡중이나 흥덕고의 사례를 읽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를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학교 만들기는 교사들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석남중 보도 중 내년에 수업 연수와 교사동아리 활동을 매달 두 번씩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잘못 보도됐다. 내년에는 연수에 더 무게를 두기로 해서 매달 수업 연수 3회, 동아리 활동 1회 하기로 했다.

함유숙 남동구 행복학교 추진단 위원 = 방학이 얼마 안 남았지만, 인천지역 교사들은 많이 힘들다. 혁신학교 교사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혁신학교 교사들은 몸은 힘들지 모르지만 마음은 즐겁고 보람 있지 않은가. 인천도 교사와 학생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를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류부영 부평지역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 = 장호영 기자의 페이스북(facebook)에서 홍성 홍동중학교를 다녀온다는 소식을 보고 새로운 교육 현장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기대했다. 혁신학교를 가보기도 하고 관심 있는 부모들과 책으로 사례를 보기도 했는데, 인천과는 관련이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를 준비하는 사례나 교육과정 변화 시도 소식을 접해 반가웠다.

이금남 인천시청소년회관 사업팀장 = 남동구에서 행복학교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던 중, 최근에 이 기사가 눈에 들어와 읽었다. 더 구체적으로 빠르게 새로운 학교를 고민하지 않으면 또 한참이 걸리겠구나, 생각했다. 청소년 문화를 담당하는 청소년회관에서 일하고 있으니 당연히 청소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와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청소년지도사도 새로운 학교를 준비하는 교사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겠다.

김찬 = 장곡중 사례가 실린 기사를 보면 학부모와 함께 방문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석남중에서도 학부모들과 함께 장곡중을 방문했다. 학부모들이 그동안 교장선생님과 함께 만들려고 하는 배움 중심의 학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장곡중을 다녀오더니 ‘이런 학교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교장선생님의 생각에 이제 이견이 전혀 없다. 기획연재 기사로 끝내지 말고 학부모와 함께 혁신학교를 방문하는 탐방을 계속 진행했으면 한다.

김명숙 = 실제로 제일 좋은 것은 인천에서 작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학교나 혁신학교는 새로운 교육방식이라 여기기 쉬운데, 오히려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 새로운 학교라고 봐야 한다. 이런 각도에서 다뤄주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 인천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어떻게 해야 할까?

류부영 =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다.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싶어 운영위원이 됐는데, 회의에서 아무리 상식적이고 타당한 이야기를 해도 교장이나 교사, 다른 학부모들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해 회의하는 것이 아니라, 교장의 뜻에 따라가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교장이 바뀌면서 학력을 너무 강조해 시험도 많이 보고 학생들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이런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내지만, 바꾸기가 너무 어렵다. 표결로 가기 전에 소통이 아예 안 된다. 타당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교장은 자신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이 그냥 관성적으로 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김명숙 = 학부모들이 학교운영에 대해 알고 싶다면 먼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해 보는 것이 좋다. 어렵더라도 그렇게라도 참여하면 학교와 지역이 소통할 수 있고, 학교를 새롭게 바꿀 수 있다.

새로운 학교는 지역과 소통하는 사례가 많다. 교장의 생각을 바꾸기 어려우면 지역에서 청소년 사업이나 복지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해 학교와 지역이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전교조도 학부모와 지역 사회단체나 복지단체 등과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안팎을 계속 연결하려는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

함유숙 = 우리 학교에도 복지관 팀장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의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김찬 = 내년에 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게 됐다. 학교 근처에 있는 시민단체인 ‘희망을 만드는 마을 사람들’과 연계해서 영상이나 생태, 기타 취미 관련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고민 중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학업 중심이 아닌 취미나 독서 등의 프로그램을 짜려고 고민하고 있다.

함유숙 = 남동구에 진보구청장이 취임하면서 ‘행복학교’를 추진하고 교사연구동아리를 지원하기도 하는데, 교육청 관료들은 교육과 행정 분리를 주장하며 왜 월권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구청장이 정치적으로 치적을 올리려고 예산을 뿌린다는 뒷이야기까지 돌아 씁쓸했다.

하지만 사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구의 공문 수발도 안 해주던 교육청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공문을 학교에 전달해주는 등,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학교 교육경비 지원 공모에도 예전보다 많은 학교에서 신청하고 있다. 잘 심사해서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해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천에서 혁신학교가 생긴다고 가정하더라도 혁신학교 지정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교사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노력해야하고, 학부모도 설득해야한다. 그래서 천천히 한 발씩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남동구 교사연구동아리 지원 사업이 그래서 중요g하다고 생각한다. 수업이 끝난 시간도 모자라 휴일도 반납하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열정을 바치는 교사들이 있다. 이런 교사들에게 학부모들도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

김명숙 = 평교사 출신 교장이 있는 학교에서 혁신학교 성공 사례가 많은 것은 자발성 때문이다. 교사 자발성이 인정되면 새로운 학교가 시작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 사회의 관행인 행정중심, 관료주의… 이런 것들이 출발을 다 막고 있다.

새로운 학교는 어쩌면 오래된 교육 관행과 싸우는 것일 수도 있다. 상식이 통하는 학교가 새로운 학교일 수도 있다. 혁신학교가 잘된 지역을 보면 마을공동체가 잘 이뤄진 곳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천은 도심 지역이라 어려움이 있다. 이것 때문에 인천은 느리고 더디게 가지 않을까, 싶다.

김찬 = 연수를 받으면서 느낀 것은 학교가 상상력이 넘치는 공간이 돼야하는데, 반대로 상상력이 통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학교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학교의 모든 사람들, 교사나 학생들이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학교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춤춰야하는 공간이다. 학교가 변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이다. 사회가 민주화돼있다고 하지만, 학교는 아직 그렇지 못한 모습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이 걸림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해야한다.

김명숙 =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많이 봤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나 예의도 많이 사라졌다. 새로운 학교가 되려면 교사가 주체가 돼야하고 학부모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학생ㆍ교사ㆍ학부모, 학교의 3주체가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때 제대로 된 학교(=새로운 학교)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최근 인천에는 학부모단체나 교육시민단체의 활동이 많이 약해졌다. 교육희망네트워크가 자치구별로 있기는 하지만, 부족하다. 교육희망네트워크도 강화하고 교사와 시민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할 것 같다.

김찬 = 석남중이 내년에 배움 중심의 학교를 시작하지만, 인력이나 재정 등이 뒷받침이 안 돼 여러 가지로 열악한 상태다. 또한 교사들도 완전히 함께 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도 민들레 씨앗을 틔우듯이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농부는 토양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학교 구성원들과 최대한 노력해서 함께 만들어가려고 한다. 나 혼자가 아니라 천천히 하나하나 만들어가려고 한다.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당장 연수를 기획하려고 해도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 앞으로 부딪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류부영 = 혁신학교를 공부하면서 두 가지를 알게 됐다. 하나는 혁신학교가 새로운 것을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빼는 것이라는 것과 교사가 행복하면 학생들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혁신학교 교사들은 몸이 힘들고 마음이 고달프기도 할 것이다. 자율성을 보장받고 자기 일을 신명나게 하면서 교육자로서 본모습을 찾으면, 학생들은 덩달아 잘 클 수밖에 없지 않는가. 학부모들도 교사들이 신나게 교육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