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전면 개방 이후 10년, 이렇게 될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전 세계에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초속 2백미터가 넘는 강력한 토네이도가 북아메리카 대륙을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100년만의 가뭄으로 식물은 물론 수천명의 사람들이 말라죽고 있는 형편입니다. ……”
배고파씨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얼른 리모콘을 눌러버렸다.
우리가 쌀을 수입해오는 미국과 중국에 기상이변이 일어났으니 쌀 생산량이 턱없이 줄어들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럼 수입해오는 쌀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것이고 배고파씨처럼 가난한 월급쟁이는 쌀밥 먹는 것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을 게다. 쌀이 없으면 빵을 먹으라고? 쌀값 뛰니까 모든 식료품 가격이 경쟁이라도 하듯 널을 뛰고 있으니… 이제 딱 굶어죽는 일만 남았다.
10년 전 단행된 쌀 전면 수입개방은 우리나라 농업 자체를 완전 초토화시켰다. 농지는 10년만에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쌀 생산량도 그에 따라 대폭 줄었다. 이제 국내 쌀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쌀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처음에 미국과 중국쌀이 들어왔을 때 배고파씨는 은근히 콧노래를 불렀더랬다. 가계지출 중 먹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 값싼 수입쌀을 사다 먹으니 괜히 부자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전면 개방이 된 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미국과 중국은 태도가 돌변했다.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면 쌀을 못 주겠다며 부산항과 인천항에서 배를 돌려버리기까지 했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이 부르는 게 값이다. 그나마 서민들이 무리해서라도 먹을 수 있는 쌀은 수입쌀이다. 국산쌀은 흔히 재벌이라 불리는 소수만 사먹을 수 있는 명품이 된 지 오래다.
이제 할인매장 라면 코너는 사재기를 하려는 쇼핑카트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쌀값이 오르면서 라면 수요가 늘어, 라면 가격이 한 달에 한번 꼴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지금껏 수해와 가뭄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던 농지가 없어지니 여름 장마 한번이면 전국이 난리가 난다. 정부예산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재해복구기금이라고 아예 월급에서 몇 만원씩 떼 가기 시작했다. 쌀값은 쌀값대로 오르고 세금은 세금대로 떼 가니 배고파씨 같은 월급쟁이들은 도통 살수가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 쌀 싸게 사먹고 다른 공산품 비싸게 팔면 그게 남는 장사라고 떠들던 정부와 언론은 이제 와서 “쌀 전면 개방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인데, 일주일 째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으니 밥 달라고 난리일 텐데 이걸 어쩌나… 배고파씨는 방구들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밥 줘!”
딸아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아… 다행이다. 꿈이었구나. 쌀 재협상 뉴스를 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이런 악몽을 꾸다니….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며 배고파씨는 신신당부를 했다. “남기지 말고 싹싹 긁어먹어. 쌀은 그냥 곡식이 아니라 우리 생명이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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