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총회장 명의 사과문’ 게재 거부 … “2년 내 건축허가 신청 안 하면 효력 상실”

▲ ‘신천지 대책 인천시 범시민연대’가 지난 8월 30일 부평구청 앞에서 신천지 인천교회의 청천동 종교시설 건축 허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말 많았던 신천지예수교회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의 교회 건물 신축이 구부능선을 넘은 듯했으나, 부평구건축위원회(이하 건축위)에서 건축심의 유보 조건의 하나로 주문한 ‘사과문 신문 게재’를 신천지 측이 거부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천지는 3년 전부터 청천동(391-19번지, 1만 5879㎡)에 교회 건물 신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건축위는 신천지의 건축심의 요청을 2010년에 네 번(부결3ㆍ유보1), 올해 두 번(재심) 부결 또는 유보 결정했다.

3년 끌어온 건축심의 ‘오리무중’

이에 신천지 신자 수천여명은 지난해부터 건축심의 통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부평구청 주차장을 점거해 구청의 민원업무 처리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건축위는 결국 8월 16일 열린 2012년 4회 위원회에서 ‘신천지의 사과문 언론 게재’를 전제로 건축심의를 유보했다. 당시 건축위는 ‘종교시설 측 대표자 명의로 위원회에 사과 공문을 보내고, 지역 유력 종이신문 두 군데와 유력 인터넷신문 두 군데에 사과문을 게재한 후 심의를 신청하면, 이를 심의하는 것으로 유보한다’고 결정했다.

신천지 신자들이 건축위원 개인 사무실 앞 등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건축위원이 심의를 억지로 안 하는 것처럼 부담을 준 점과 부평구청 안에서 집단 시위로 민원인에 불편을 준 것 등을 고려해 건축위는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됐다.

이후 신천지 측은 사과 문안을 놓고 부평구, 건축위와 몇 차례 줄다리를 하고 9월에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의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하려했다.

신천지 측은 이 사과문을 통해 ‘3년간 진행된 성전 건축을 위한 건축심의 요청 과정에서 구청 공무원 집 앞, 심의위원의 사무소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여 시민들과 구청을 찾은 민원인, 공무원에게 피해를 입힌 것을 사과한다’고 밝힐 계획이었다.

또한 ‘본 교회가 청천동 신천지 인천교회 건축심의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평구의 행정 행위가 건축심의 결과를 따른 것, 부평구의 편파 행정이나 담당 공무원의 의도적 종교 편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이후 시위를 자제했다’며 ‘불필요한 오해로 법과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과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건축심의를 하신 건축위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밝힐 예정이었다.

▲ 신천지 신자들은 지난 7월 11일 부평구청에서 성전 건축 허가를 촉구하는 연좌시위를 대규모로 개최했다. 이로 인해 구청을 찾은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이만희 총회장 명의’ 걸린 듯

당장이라도 사과문을 게재해 건축허가를 받을 것처럼 행동했던 신천지는 예상과 달리 석 달이 넘도록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만희 총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신천지 인천교회 측은 이만희 총회장 명의로 사과문을 준비했으나, 총회본부에서 반대 의견이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는 결국 지난 10월 8일 총회본부 명의로 부평구에 ‘사과문을 언론에 게재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신천지는 “폭증하는 성도의 예배 시설 부족 해소와 재개발 시행으로 인해 성전 이전이 불가피해 건축심의를 요청했지만, 법에 없는 조건과 타 종교시설에 비해 형평성이 결여된 불리한 조건 등으로 인해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지방세 문제와 건축 자재비 인상 등으로 막중한 손해를 입어 (부평구)청에서 사과를 해야 마땅함에도, 오히려 신천지에 사과문을 요구하는 행위는 허가권을 무기로 사용한 권한 남용 행위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과문 자제를 심의 유보 조건으로 하는 행정 행위에 대한 행정 법률을 자문한 바, 행정법에 준하지 않다”며 “사과문을 언론에 게재하지 않고 사과 공문을 보내지 않는다면 건축 허가를 해주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물었다.

법정으로 넘어갈 공산 커져

이에 대해 부평구는 “건축위 심의 결과(=유보)를 통보했으며, 건축위에서 유보된 사항을 보완해 건축심의를 신청하면 건축위에 상정(=서면 심의)해 통과된 후 건축 허가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며 “건축위 심의를 받은 자가 심의 결과를 통지 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건축허가를 신청하지 아니하면 심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처리 절차만 답변했다.

신천지가 사과문 게재를 거부하면서 11월 건축위 안건으로 신천지의 건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신천지 교회 신축은 한동안 추진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양측의 입장을 볼 때, 신천지 교회 신축은 법정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부평구는 신천지 측이 건축심의 결정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반면, 신천지는 법적으로 강제 조항이 없는 만큼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겠다는 의사이다. 신천지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한편, 인천지역 한 변호사는 “인허가 규정에 맞으면 건축허가를 내주면 된다. 사과를 조건으로 인허가를 하는 경우는 위헌 판결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23일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재를 규정한 방송법에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양심의 자유 침해 논란을 빚었던 ‘시청자 사과’ 방송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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