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안을 공연장으로 만드는 ‘레일아트’

부평역 지하2층. 경인전철과 인천지하철의 유일한 환승역이다 보니 평일이고 휴일이고 지하철을 갈아타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이다.
이곳 어디선가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온다. 지하철에서 흔히 마주치는 걸인들의 하모니카 소리가 아니다. 저음, 멜로디, 고음이 한데 어우러진, 세련된 하모니카 합주 소리다. 무슨 소리지? 사람들은 급히 지나던 걸음을 뚝,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본다.
인천지하철에서 부평 남부역 방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음향시설이 설치돼 있고 무대도 따로 없는 작은 공간에서 여남은 살 돼 보이는 아이들이 깔끔하게 옷을 맞춰입고 하모니카 합주를 하고 있다. 나이는 어려보이지만 연주 실력은 프로다. 웅성웅성… 무대 주위로 사람들은 모여들고 아이들이 연주를 마치자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곳은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 포크가수, 요들송 노래단, 하모니카 합주팀 등 다양한 공연예술팀들이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공연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는 사단법인 철도·지하철예술원 ‘레일아트’의 사업으로 문화가 있는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2000년 서울에서 시작한 것. 지하철 역 안에서 연주를 하는 공연예술팀들은 나름의 활동을 하면서 자원봉사 형태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환상의 하모니카 합주를 들려준 이들은 ‘하모니키즈’라는 이름의 어린이 하모니카 연주팀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어린이들로 구성된 전국적인 연주팀으로 지난 달 세계 하모니카연주대회에서 합주와 독주 부문에서 수상을 할 만큼 실력 있는 팀이다. 이날은 부평역이다 보니 인천에 살고 있는 하모니키즈 회원 세명이 연주를 했다.
이번 달에는 하모니키즈 외에도 전흥철, 안데스 뮤지션 ‘시사이’, 노래여행, 엄진서 등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력있는 밴드와 개인가수, 연주팀들이 공연을 한다.
이들의 공연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여유와 기쁨을 안겨준다. 10여분 동안 하모니키즈의 공연을 지켜본 한아무개(46. 갈산2동. 주부)씨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가 너무 감미로운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춰졌다”며 “정신없고 바쁜 느낌의 지하철역이 공연 하나로 환하게 밝아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라고 전한다.
일부러 공연티켓을 구입하고 공연장까지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운 이들이라도 찾아보면 곳곳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보석들이 숨어있다. 부평 지하철역의 ‘레일아트’는 지하철에서 찾은 숨은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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