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50) 혈액순환 장애④

[증례] 56세 최아무개씨는 대기업 부장이다. 3년 전에 당뇨병을 진단받고 혈당 강하제를 복용하고 있다. 혈당은 비교적 잘 조절되는 상태이나, 담배는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직장 동료와 함께 주말에는 등산을 하는데, 산에 오를 때 특별히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픈 일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등산 후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점점 통증이 심해졌고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심한 통증이었고 식은땀도 나서 부축을 받으며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관상동맥 사진이다. 혈전에 의해 관상동맥 중간 부분이 완전히 막힌 상태로 마치 혈관이 도중에 끊어진 것처럼(←) 보인다(왼쪽 사진). 혈관이 막혀 혈액순환이 완전히 차단되는 순간 심장 근육이 상하기 시작하므로, 막힌 혈관을 빨리 열어주는 것이 심장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이다. 막힌 부위를 풍선을 이용해 열어주는 시술(가운데 사진) 후, 관상동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오른쪽 사진)
심근경색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혈전에 의해 막혀 심장 근육이 상하는 질환이다. 심장에 ‘풍’이 온 것이다. 평소 협심증이 있다가 심근경색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혈전에 의해 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혈액순환이 차단돼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급성’이라는 말이 앞에 붙는 이유는 대부분의 환자가 평소에는 동맥경화증이 있더라도 혈관 폐쇄 정도가 심하지 않아 심장 혈액순환 장애 증상이 없다가, 혈전이 혈관을 막는 순간 갑자기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이 혈액순환 장애에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첫 발병 시 약 30%의 환자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아주 심해서 참을 수 없는, 죽을 것 같은 가슴의 통증이 생기면서 식은땀이 나면 급히 병원에 가야 한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없는 것을 ‘0점’, 죽을 것 같이 심한 통증을 ‘100점’이라고 했을 때, 통증의 강도가 70점 이상이면 빨리 응급실에 가는 것이 좋다. 손끝을 따는 등의 민간요법은 효과가 없다. 막힌 혈관을 빨리 열어 주면 심근 세포가 죽는 것을 최소화해, 심근경색증이 발병하기 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있으나, 즉 죽상이 혈관 내에 있으나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 따라서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 죽상이 없는 정상 혈관은 아주 튼튼하다. 그러나 죽상이 있는 혈관은 매우 약해져 있어 사소한 자극으로도 죽상을 덮고 있는 막에 쉽게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균열이 생기면 이 부위를 메우기 위해 혈소판이 모여든다.

그러나 균열이 일어난 부위로 죽상을 형성하고 있는 여러 물질이 혈관 속으로 넘쳐 나오게 되면 더 많은 혈소판이 모여들게 되고 그 자리에서 굳기 시작해 큰 혈전을 형성하고 이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게 된다. 그 결과 심한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심장에 산소와 영양이 전혀 가지 않아 심장세포가 죽어 가는 신호로 심한 가슴 통증이 발생한다.

[심근경색증의 특징]

1. 평소 경험하지 못한 심한 통증 = 흉통이 없는 심근경색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근경색증의 진단은 심장전문의만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심근경색증의 증상을 심한 흉통으로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다. 심근경색증에 의해 통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심장 근육이 썩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통증 강도는 매우 심하다. 평소 경험하지 못한 심한 흉통이 발생하면 일단 심장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2. 가슴 앞쪽에 주먹 크기 정도의 통증 = 심장은 가슴 흉골 바로 밑에서부터 왼쪽 젖꼭지 근처까지 걸쳐 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대부분 흉골 바로 밑에 통증이 발생하지만 명치(상복부), 턱, 어금니 부위에 발생하기도 한다. 지진의 진원지가 내가 서 있는 바로 밑이더라도 진원지가 땅속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진원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지진에 의한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심장은 가슴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진동이 주위로 퍼지듯 심근경색증에 의한 가슴 통증도 넓게 퍼지므로 아픈 곳이 어디인지 손가락으로 정확하게 지적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일 아픈 곳을 손가락으로 정확히 가리킬 수가 있으면 심근경색증에 의한 통증이 아니다.

3. 터질 것 같은 가슴 통증 = 조이는 느낌, 압박감, 아주 기분 나쁜 느낌, 터질 것 같은 느낌 등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바늘이 찌르는 듯한 느낌인 경우는 거의 없다.

4. 15~20분 이상 지속되는 가슴 통증 = 대부분 설사할 때 복통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때 복통은 최소 몇 분 이상 지속된다. 그러나 바늘로 찔렸을 때 상처가 나지 않으면 통증은 몇 초 정도 짧게 지속한다. 심근경색증에 의한 통증은 15~20분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증이 심하더라도 1~2초 정도 지속하고 숨을 들이마실 때 발생하면 심근경색증 혹은 협심증에 의한 통증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5. 식은땀을 동반한 가슴 통증 = 거의 대부분 식은땀이 발생한다. 식은땀은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위험 신호이다. 따라서 가슴 통증이 위에서 설명한 내용과 비슷하고 식은땀이 발생하면 심근경색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밖에 어지러운 증상, 졸도 등의 증상도 있을 수 있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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