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입지 발굴사업 풍황계측기 5기 설치
어장·항로 중첩... 인천시 “어민들과 협의 과정"
“수확 좋은 농지에 무턱대고 아파트 짓는 셈”
현행 제도 인·허가 때만 의견수렴 필수 허점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가 공공주도 해상풍력발전 적합입지 발굴사업을 명목으로 꽃게어장과 유사 시 여객선 항로가 겹치는 곳에 풍황계측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어 어민 반발이 지속하고 있다.

해당 해역은 어민들이 지속해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반대한 곳이다. 어민들은 인천시가 협의도 없이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첫 단계로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려는 데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풍력발전 자료사진.(사진출처 픽사베이)
풍력발전 자료사진.(사진출처 픽사베이)

인천시는 8일 해상풍력 적합입지 발굴사업으로 인천 앞바다에 풍황계측기 5기를 설치하기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신청서를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옹진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돼 ‘해상풍력 적합입지 발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내 풍황자원과 해양환경, 지역수용성 현황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시는 적합입지를 찾기 위해 옹진군 관할 연안해역 2곳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할 배타적경제수역(EEZ) 3곳에 부유식 풍황계측기 총 5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시가 풍황계측기를 설치하려던 해역은 국내 최대 꽃게 어장이자 특정해역인 덕적도 서방어장과 겹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이중 2기는 각각 연평도와 백령도를 오가는 서해5도 여객선 유사 시 안전항로와도 겹친다.

인천시, 위치 조정했다지만... 여전히 어장·항로 겹쳐

이 일대는 현재 민간·발전공기업 등이 무분별하게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해 어민·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곳이다. 모두 지역 어민들이 반대하는 조업구역(특정해역 꽃게어장, 초지도어장, 굴업도어장 등)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해특정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업인과 인천닻자망협회 등 인천 어민 578명은 이미 지난 4월 꽃게어장에서의 해상풍력사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시는 어업인·주민들과 구성한 민관협의회에서 협의해 위치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ㆍ[관련기사] 인천시, 해상풍력 검토에 어장·항로 포함 어민들 ‘화들짝’

하지만 시가 공유수면 점·사용 신청을 한 곳을 보면, 해당 해역이 여전히 어장과 항로에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어업인들과 주민 반발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해상풍력 민관협의회 어민대표인 강차병 이작어촌계장은 “오는 22일 회의에서 공공주도 해상풍력 입지를 논의하기로 했는데, 시가 먼저 공유수면 점·사용을 신청했다”며 “어민들이 반대할 곳이란 걸 알면서도 계측기를 설치하려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적합입지를 발굴하기 위해 풍황계측기를 설치할 예정인 구역. 인천시는 어업들과 협의해 위치를 일부 조정했다지만, 여전히 덕적도 서방어장과 서해5도 안전항로와 일부 겹친다.
인천시가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적합입지를 발굴하기 위해 풍황계측기를 설치할 예정인 구역. 인천시는 어업들과 협의해 위치를 일부 조정했다지만, 여전히 덕적도 서방어장과 서해5도 안전항로와 일부 겹친다.

해상풍력 입지선정 주민수용성 의무 아냐... 제도 허점

이는 발전사업 허가 전 계측기 설치 단계에선 어업과 환경영향 등의 검토를 의무화하지 않은 현행 제도의 허점이기도 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국민의힘 안병길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해상풍력사업 과정에서 어업인들의 의견 수렴을 필수로 규정하고 있으나 여전히 유명무실하다.

또한 산업부는 이달 초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주민수용성과 환경성을 보강한 계획입지 개발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럼에도 인천 앞바다에선 해상풍력발전 입지 선정 과정에서 여전히 주민수용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공공주도 해상풍력 입지 발굴 사업은 벼 수확이 좋은 논에다 무작정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과 같다”며 “해당 해역은 국내 최대 꽃게 어장이며, 백령도 주민들의 안전항로 구간이기도 하다. 인천시가 입지발굴 단계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에너지정책 관계자는 “공유수면 점·사용 신청서를 낸 해역은 어업인 의견을 수렴해 어느정도 위치를 조정한 곳”이라며 “풍황계측기 설치가 아무리 빨라도 12월이다. 그 전에 어업인 의견을 별도로 수렴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다. 사업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우선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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