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 브랜드를 소유한 SPC그룹 불매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매운동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소재 SPC그룹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어 20대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SPL 노동자들은 주야간 맞교대와 특별연장근로 등으로 오랜기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사망사고가 안전장치가 없었던 문제 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도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런데 사고 다음날 사고가 난 작업장 근처에서 고인의 동료들을 그대로 일 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SPC그룹 불매운동이 번졌다. 그런데 사망한 노동자의 빈소에 SPC측에서 경조사 지원품이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놓고 간 일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샀고 불매운동에 더 불을 지폈다.

SNS를 보면, 시민들은 ‘SPC 불매’ 헤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올리고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 삼립, 파스꾸찌 등 SPC 브랜드 목록을 작성해 SPC그룹 브랜드를 불매하겠다는 게시물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로 전파하고 있다.

지난 21일 허영인 회장과 임원들은 본사에서 제빵공장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자리에서 허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며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고 다음날 사고 작업장 근처에서 일을 시킨 것과 관련한 시민들의 비판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저의 불찰”이라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안전시설 확충과 작업환경 개선 등에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고 사외 전문가와 현장 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SPC 불매운동은 이번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계속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에 SPC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문구를 본사나 가맹점, 온라인에 게시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SPC는 201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5000명이 넘는 제빵기사를 가맹점에 불법파견한 사실이 드러나 이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2018년 1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 등 노조,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가맹점주, 시민단체 등과 사회적 합의를 맺었다.

그러나 SPC는 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노조를 탄압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올해 노조 탄압 중단과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53일간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시민들이 SPC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뜨 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8월에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내 파라바게뜨 매장 350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인천에서도 불매운동과 SPC를 비판하는 공동행동이 이어졌다. 지난 8월 9일 인천 소재 매장 20여개 앞에서 ‘파리바게뜨는 노동자 괴롭히지 말고 사회적합의 성실하게 이행하라’ ‘멈춰라 SPC’ ‘점심시간 보장’ ‘파리바게뜨 노동자 응원해’ ‘던킨, 베라, 삼립 안사요’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하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런데 SPC는 법원에 노조 등이 회사를 비판하는 표현이 담긴 현수막이나 유인물을 본사 건물 100m 이내에 설치할 수 없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 가처분이 지난 20일 일부 받아들여져 파리바게뜨 노조는 비판 현수막과 천막을 치워야 했다,

SPC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 기업인지는 그동안의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시민들은 ‘착취로 만들어진, 먹지 않겠다’ ‘노동자의 피 묻은 빵은 다시 먹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SPC는 이제 진정성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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