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로 늦은 출항... 귀항편 ‘야간운항 금지’ 결항
연휴 방문객 수천명 발 묶여 숙소·식당 포화상태
최첨단 기능 선박 유명무실 “엉터리 행정” 비판
인천해수청 “해운규정 준수할 뿐 어쩔 수 없어”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과 서해3도(백령·대청·소청도)를 오가는 항로가 며칠째 짙은 안개와 야간운항 금지 규정으로 잇따라 운항에 차질을 빚어 여객·주민들의 원성과 항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해운당국은 안개로 인해 인천에서 늦게 출항한 여객선이 백령도에서 귀항할 때 야간운행 금지 규정에 걸린다며 편도운항만 허가했다. 백령도에 몰리는 여객·주민 수천명이 빠져나가지 못해 숙소와 식당 문제가 심각하다.

기상악화로 인천연안항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악화로 인천연안항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을 당시 모습.

1일 <인천투데이> 취재를 정리하면, 인천~백령 여객선 항로는 지난달 29일부터 3일째 안개로 인해 운항 통제를 받고 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하모니플라워호와 코리아프라이드호, 백령에서 출발하는 코리아프린세스호 여객선 운항을 모두 통제했다.

하지만 같은날 오후 안개가 풀려 운항이 가능한 상황이 됐어도 인천해수청은 출항 통제를 풀지 않았다. 여객선이 늦게 출발하면 그만큼 귀항편이 일몰시간을 한참 지나 운항할 수밖에 없어 야간운항 금지 규정에 걸린다는 이유였다.

지난 30일에는 하모니플라워호와 코리아프라이드호가 지연 출항했으며, 코리아프린세스호는 편도운항만 허가해 백령도로 복귀하지 못했다.

이어 1일에도 안개가 짙어 출항이 늦어지자 이번엔 인천~백령 항로 여객선 세편 모두 백령 방면으로 편도운항만 허가했다. 이 역시 귀항편의 경우 야간운항 금지 규정에 저촉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이날 백령도로 들어가는 여객선 세편의 승객만 1500명이 넘는다. 이를 싣고 나오는 배편이 없을 뿐 아니라, 앞선 30일 백령도로 들어갔다고 1일 배로 나오려고 했던 승객 1000여명이 못나오게 되면서 모두 백령도엔 2300여명이 갑자기 머물게 됐다.

이로 인해 연휴에 숙소와 식당이 몰리는 인원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승객 상당수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른바 엉터리 해운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인천해수청은 지난달 코리아프라이드호 취항을 허가하면서 야간운항이 가능한 야간투시경과 전자해도, 자동항해 장치를 설치했다며 홍보한 바 있다. 선박 기능은 갖췄어도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유명무실하다.

현행 연안여객선 운항관리규정은 안개 등 기상악화로 해상 가시거리가 1km 이하일 경우 출항을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인 서해5도는 안보를 이유로 국내 영해 중 유일하게 야간운항이 금지돼 중첩된 통제를 받는다.

이에 따라 서해5도 주민들과 어민들은 십수년째 야간운항 제한 해제와 가시거리 제한 완화(1km→500m)를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고작 일출·일몰 전후 30분씩 연장됐을 뿐이다.

인천해수청 선원안전해사과 관계자는 “야간운항 금지 규정 해제는 해군·해경 당국과도 함께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인천해수청은 현행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개천절 연휴로 인해 방문객이 더 몰려 운항 차질로 인한 민원이 늘긴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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