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현(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인천투데이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은 어떤 교육일까. ‘모두를 위한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한 사람이 민주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기 위해 2022년 바로 지금, 우리는 교육에 어떤 가치와 목표를 두어야 할까.

윤나현(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윤나현(서울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장)

최근 교육부가 2022 개정 교과과정을 발표했다.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교육’이다. 총론의 방향은 이러하다.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와 학령인구 감소 등 미래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초소양과 역량을 함양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8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 국민참여소통채널’ 홈페이지에서 국민 의견을 1차로 모았다. 국민과 함께하는 교과과정 개정이 이뤄지게 하겠다는 취지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가장 많은 의견이 달린 것은 도덕(1078건), 보건(619건)이다.

주요 의견으로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다.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수정해야’ 등 성 관련 용어와 문구 수정 요구”, "인권 관련 지도 시 동성애, 성전환, 낙태 등의 사례가 포함되지 않게 조치”등이다.

이러한 의견을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성교육, 성평등 교육 현장에서 등장하는 편견과 차별의 말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젠더, 섹슈얼리티 등의 용어가 ‘호기심을 자극’,‘성관계를 조장하고’,‘편향적이다’는 단순한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다.

두 번째는 ‘성평등은 제3의 성, 성 소수자를 포함하기 때문에 인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양성으로 나뉘기 때문에 양성이 평등해지는 것에 찬성하지만, 성소수자는 안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양성평등에 찬성한다는 이들의 주장과 달리 이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여성의 안전과 일상이 지켜지지 않은 현실을 외면한 채 양성평등에 찬성한다는 말은 결국 성소수자를 배제하려는 허울뿐인 말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의 결론은 현재 성평등 교육이 아이들을 문란하게 만들며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들은 내용과 문구가 자극적이고 목소리가 큰 탓에 주목받기 쉽다. 집단적인 움직임까지 보여 압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정말 국민 다수가 지향하는 성교육, 성평등 교육에 대한 의견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성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 한 성교육의 필요성이다. 필자는 최근 보건교사, 양육자, 어린이·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의무와 취업제한 대상 기관 의무교육 등 여러 교육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매번 교육에서 교육 참여자들에게 “어떤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꼭 질문한다. 돌아오는 공통적인 대답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성교육”, “인권과 평등에 기반 한 성교육”,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교육”이다.

이들이 공감하는 ‘성교육, 성평등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대략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성을 부끄럽고 감춰야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자기 삶의 중요한 일부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성적 존재로서 자신이 가진 성적 욕구를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일 때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을 금기시하는 태도는 죄책감을 내면화시켜 인간의 정상적인 성적 성장과 성숙을 방해할 뿐이다.

두 번째는 성은 평등한 관계 맺기를 기반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와 타인, 모두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아는 게 중요하다. 성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한 요소이기 때문에 성을 기반으로 한 차별과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러한 소중한 가치와 의미들이 ‘호기심을 자극’, ‘성관계를 조장하고’, ‘편향적’교육이라는 오명을 들어선 안 된다. 소수자를‘차별할 권리’와 약자를‘혐오할 자유’를 주장하는 편견과 차별의 언어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말들이 결코 교실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권과 성평등을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2018년 1월‘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이 국민 2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공식 답변을 이끌어냈다,

교사들의 성평등 의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21년 2월 교원자격검정령이 개정돼 올 8월 졸업자부터 성인지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만 교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외침의 결과였다.

‘더 나은 미래, 모두를 위한 교육’은 지난 몇 년간의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를 되돌리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교육이 차별과 혐오를 선택하는가, 인권과 성평등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길의 여정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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