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지난 주말이었던 9월 27일 토요일에 국내 곳곳에서 시민 3만5000여명이 서울시청에 모였다.

기후가 위기를 넘어, 재난이 된 시대에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10대 청소년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저마다 이유를 갖고 자리에 함께했다.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청년들의 이야기에서 기후위기가 각자의 삶 속에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고, 그것은 하나같이 비극적이었다.

그리고 이미 현실에 온 재난과 비극에 손 놓고 있지 않기 위해 거리에 나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세계 곳곳에선 기후위기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환경분야를 넘어 경제‧사회 등 많은 분야의 기후위기에 대응해야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위해 국가 140개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기업은 사회적 책무를 이야기하며 리사이클링과 에너지 전환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언론에선 최근의 이상기후와 섬나라들의 소식을 전하며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한국도 2021년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됐고, 2050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산업‧건물‧폐기물‧농축수산‧산림 등 모든 영역에서의 정책을 설계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위기감은 있는데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8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존에 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삼척에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국내에는 지금 짓고 있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짓지 않겠다고 하지만, 해외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2022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프랜차이즈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12월로 연기됐는데 지난 9월 23일에는 12월에도 시행이 어렵다며 기약도 없이 한 차례 더 연기됐다.

해외에선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늦는다며 2030년으로 목표를 상향하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한국은 수립된 계획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으면서 탄소중립 선언만 하는 꼴이다.

주변의 청년들은 “우리가 늙어 죽을 수 있을까, 기후위기 때문에 죽지 않을까”하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는 채식을 하며 아마존의 삼림이 불타지 않길 바란다.

더 이상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길 바라며 일부러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한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지구 환경이 오염되지 않게 분리배출을 꼼꼼히 하고,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다. 어디를 가든 텀블러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이렇게 각자 자기 삶에서 할 수 있는 실천으로 닥쳐온 기후재난을 막아내기 위해 애쓴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우리의 실천이 개인의 선한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사회대전환의 물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기후 관련 정책들은 좀처럼 정치권에서 우선적으로 다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9월 27일에 거리로 나왔던 시민 3만5여명, 그리고 이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더 많은 시민들은 기후재난의 당사자들이다. 당사자들은 이 위기를 돌파할 준비가 됐다.

방법이 안 보인다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준비가 됐고, 예상되는 어려움을 각자의 목소리로 말할 준비가 됐다. 이제 정치가,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기후위기 행진을 할 때, 기후재난 때문에 인류의 멸종을 형상화하는 ‘DIE-IN’(행진 중 모든 참여자가 일정 시간동안 도로에 눕는 것) 퍼포먼스를 하며 바라봤던 파란 하늘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이 오래 그 자리에 있길, 그리고 우리도 건강하게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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