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옛 부두를 찾아서(8)

인천투데이=천영기 시민기자|

과거 북성포구 가는 길

왼쪽 통유리 건물이 월미바다역.
왼쪽 통유리 건물이 월미바다역.

인천역을 나오면 오른쪽 모퉁이에 5층의 통유리 건물이 있다. ‘월미바다역’이다. 이곳에서 월미바다열차를 타면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데 대략 40여분이 소요된다.

궤도는 지상으로부터 7m에서 최고 18m 높이로 월미도, 인천내항, 인천대교와 서해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이 열차를 타면 서해로 떨어지는 황홀한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월미바다역을 끼고 돌면 월미도로 향하는 길이 보이는데 1993년에 준공된 육중한 고가도로가 눈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인천중부경찰서 뒤편에서 동구 만석부두 입구사거리를 잇는 길이 1276m, 폭 27.1m 규모의 왕복 4차선 도로가 놓인 ‘만석 우회고가교’이다. 지금 한창 철거작업 중인데 내년 6월에 철거가 끝날 예정이란다.

현재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길은 두 군데가 있다. 예전에 북성포구 입구는 고가도로 밑 횡단보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하이젤 냉동냉장보세창고 담벼락을 따라가다 ‘대한사료 인천공장’이 끝나는 곳과 강선을 건조하던 ‘중앙조선(주)’ 북성동지점의 경계지대 사이의 좁은 골목길에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북성포구 입구.
예전에 다니던 북성포구 입구.

기행을 안내할 때는 이 길로 해서 북성포구로 들어갔다. 지금도 초행인 사람은 이 입구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길에는 화물트럭이 줄지어 주차하고 있어 공장 담벼락을 따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고가도로를 철거하기 위해 고가 아래로 차들이 통행할 수 있게 했기에 주차된 화물차들이 없어 예전보다는 걷는 길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도 예상하지 못하는 곳에 포구 입구가 있기에 이곳 북성포구 입구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이곳에 있는 횟집을 찾는 사람들이거나 주변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북성포구 입구로 들어서면 대한사료와 중앙조선 담장 사이의, 두 사람이 겨우 다닐 좁다란 골목길이 구불텅하게 이어져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설마하니 이런 곳에 포구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담장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대한제분 쪽은 철망을 둘렀는데 물을 공급하는 호스가 여러 개 보온재에 싸여 구불구불 철망에 묶여 흉물스런 느낌이다. 그래도 겨울이 아니면 철망에 푸릇푸릇 덩굴들이 자라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골목이 끝나는 길 안쪽으로 횟집 골목이 연결되고, 이곳을 지나면 북성포구가 나온다.

북성포구 쉽게 찾아가는 길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대한제분 정문.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대한제분 정문.

북성포구로 쉽게 들어가는 길은 고가도로 밑 횡단보도를 건너 곧장 400여미터 정도 내려가면 월미도입구 삼거리 앞으로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 주식회사’와 ‘옛 똥마당 북성포구’ 표지판이 보인다.

대한제분 정문으로 덤프트럭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려 일반인들은 이곳이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차도를 따라 곧장 들어가면 북성포구 입구가 나온다.

차도를 따라 조금 들어가면 왼쪽으로 십자수로의 한쪽이 보이며 선박들이 드문드문 정박한 것을 볼 수 있다. 공중에는 대한싸이로에서 인천항 제7부두까지 양곡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시설물이 설치돼있다.

이곳을 지나면 십자수로 쪽으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북성포구까지 이어진다. 건너편으로는 ‘엠디에프제2공장’에 야적된 통나무들이 보이고 밀물 때는 바지선으로 통나무들을 운반해 야적하는 광경을 볼 수도 있다.

북성포구의 낙조와 야경

선착장에 그물을 건조하는 모습.
선착장에 그물을 건조하는 모습.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 북성포구가 있고 밀물 때면 항상 낚싯대를 던지는 강태공들의 한가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포구를 찾았을 때 어선이 들어오며 각종 해산물을 선착장에 부리는 광경에서 삶의 역동성을 보는 것도 좋지만, 도심지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한가롭게 낚시를 하며 시간과 세월을 낚는 여유로움을 흠뻑 들이마실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 것이다. 낚시를 하지 못하지만 그 여유로움이 부러워 한참을 쳐다본다.

바닷가 선착장 쪽으로는 그물을 길게 펼쳐 건조시키고 있어 비릿한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긴다. 간혹 그물을 수리하는 아낙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이곳이 생생한 포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붉게 물든 북성포구 노을.(인천시 제공)
붉게 물든 북성포구 노을.(인천시 제공)

낙조가 드리워질 때면 이 공간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치기도 한다. 바다에 떠있는 어선들과 공장의 모습, 굴뚝에서 뿜어내는 수증기, 그 뒤로 펼쳐지는 낙조의 모습이 기묘하게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평소에 개항장 일대 달빛기행을 안내할 때면 마지막 코스로 반드시 북성포구를 넣는다. 밤길의 적적함이 좋아 걷는 길이지만 북성포구에 오면 거의 사람 한 명 없이 십자수로 맞은편 공장에서 떨어지는 불빛만이 찾아오는 이를 반긴다.

이 야경의 모습에 취해 온갖 상념을 흔들리는 물결에 풀어놓아 본다. 이런 한적함을 맛보길 원하는 사람은 야밤에 북성포구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성포구 선상파시와 천막 노점

북성포구 선상파시 모습.
북성포구 선상파시 모습.
북성포구 선상파시 모습.
북성포구 선상파시 모습.

선상파시는 말 그대로 어선들이 잡아온 물고기를 배 위에서 직접 판매하는 것을 일컫는다. 북성포구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선상파시를 여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주로 6월 말에서 8월 중순의 금어기와 조업을 나가지 않는 조금(음력 8일과 23일 경) 때를 제외하고 밀물이 들어올 때면 조업을 마친 배가 선착장에 정박해 선상파시를 연다.

주말이나 김창철이 되면 어물이나 생새우를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배로 나가 직접 잡아온 것이니 원산지를 따질 필요도 없고, 싱싱한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신선도를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으니 가격도 시장보다 훨씬 저렴하다. 여기에 더해 인심도 푸짐해 덤도 있으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단골이라 할 수 있다. 흥정하며 사고파는 선상파시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북성포구 천막 노점.
북성포구 천막 노점.

선착장 위에는 천막 노점이 예닐곱 채 들어서 있는데 예전보다 더 늘은 것 같다. 이곳에서도 역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요즘 꽃게철이라 그런지 꽃게와 새우, 병어, 밴댕이 등 각종 생선과 반건조 생선을 진열해 놓았다.

이곳 노점도 선상파시와 마찬가지로 금어기와 조금 때는 가게를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북성포구를 매립한다는 소문에 노점을 운영하지 않는 줄 알고 고객의 발길이 많이 끊어졌다고 한다. 예전과 같이 운영하니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한다.

북성포구 여러 횟집

출입금지 표지판과 영업한다는 현수막.
출입금지 표지판과 영업한다는 현수막.
다양한 생선을 건조하는 모습.
다양한 생선을 건조하는 모습.

북성포구의 모든 시설물은 대한제분의 사유지이기에 출입을 제한한다는 표지판이 있지만 예전부터 누구도 통제하지 않았기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천막 노점이 끝나는 안쪽으로 ‘매립공사로 공사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그러나 바로 옆에 횟집 영업을 하니 안으로 들어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횟집으로 들어가기 전 앞 넓은 공터에는 다양한 생선을 바닷바람에 건조하고 있다. 횟집 골목은 길이가 대략 30m쯤으로 공간이 협소해 대여섯 군데 영업을 하는데, 모두 바다 위에 얼기설기 엮은 철구조물 위에 위태롭게 횟집을 올렸다.

마치 동남아 수상가옥을 보는 것만 같다. 횟집 골목이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기 어렵게 좁기에 회나 수산물은 맞은편 좁은 가게에 수족관을 두고 이곳에서 회를 썰어주거나 얼음에 재운 수산물을 판다.

현재 매립공사 중 수상가옥 같은 횟집.(2022)
현재 매립공사 중 수상가옥 같은 횟집.(2022)

매립공사 전에 수상가옥 같은 횟집은 저녁에 가야 제대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낙조가 떨어지는 시간부터 어둠과 함께 밀물이 들면 창가로 보이는 바닷물과, 그 위로 비치는 달빛에 마치 출렁이는 배 위에 올라 한상차림 거나하게 대접받는 기분이다.

비록 횟집 골목은 칙칙한 느낌이지만 횟집 안은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 회 한 접시에 약주 한잔이면 낭만적인 삶의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올 분위기이다.

비록 무허가이지만 매립이 끝나면 횟집은 북성포구 입구 쪽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항구 분담 비율 문제로 중구와 동구가 계속 갈등을 빚어 올해 1월에 준공해야 할 매립공사가 중단됐으며, 어느 세월에 주변 정리가 끝날지 알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이니 영업을 계속 해야 하는 횟집 주인들은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십자수로 북성포구

십자수로 매립 전 북성포구 일대 항공사진.(1947, 인천시 제공)
십자수로 매립 전 북성포구 일대 항공사진.(1947, 인천시 제공)

1902년 중구 신포동에 어시장이 설립됐으나 1906년 인천 축항 매립공사가 이루어지며 이듬해 인천역과 가까운 북성동으로 어시장이 옮겨간다. 이후 일제는 1914년 수산물 유통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시장규칙을 공포, 한인과 일인들이 운영하던 어시장을 제1공설시장으로 합병하고 인천부가 직영하도록 제도를 바꾼다.

그리고 1929년 11월부터 1931년 3월까지 북성동 해안 일대 3천 668평을 매립, 공판장과 함께 대규모 어시장이 들어선다. 현재 대한제분공장 맞은편에는 어업용 제빙공장을 설립해 어선과 시중에 얼음을 공급했다.

이때 매립된 곳은 인천역 뒤에서 대한제분으로 가는 길 오른편 마을이 있는 곳이다. 당시 북성동 어시장에 들어오는 어선은 가깝게는 지금 제 8부두 지역과 월미도로 들어가는 월미로 북쪽 공장지대, 예전에 북성포구로 들어가는 입구 일대인 상호물류 앞길 등에 배를 정박할 수 있었다.

북성동 어시장이 한창일 때는 선어부에만 점포 150여개와 건어부 75개, 젓갈부 50여개와 함께 패류 등 기타 점포가 300여개에 달했다고 한다. 또 어시장 주변엔 어부들과 수도권 지역에서 생선을 사러 온 상인들을 위해 식당과 여인숙도 즐비했다 하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1975년 십자수로 맞은편에 준공된 동화그룹 PB 1공장.(동화그룹홈페이지)
1975년 십자수로 맞은편에 준공된 동화그룹 PB 1공장.(동화그룹홈페이지)

이곳 어시장 역시 화수부두, 만석부두와 마찬가지로 1981년 연안부두에 인천종합어시장이 개설되자 상권이 옮겨가며 쇠락의 길을 걷는다.

현재 북성포구가 있는 십자수로는 1960년대부터 월미도로 들어가는 길 북쪽 갯벌을 매립해 공장들이 들어서며 만들어진 것이다. 북성포구 맞은편에 1975년에 준공된 ‘동화그룹 PB 1공장’이 들어서며 십자수로가 완성됐다. 그러니 지금의 북성포구는 예전의 북성포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안타깝게도 예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제 북성포구는 또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십자수로 한쪽이 메워지며 북성포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지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에 싱숭생숭한 밤이다.

북성포구에 수산물을 사려고 차량을 가져가는 분들은 대한제분 정문으로 들어가 북성포구 안쪽에 주차하거나 산책로 양쪽 도로에 차를 바짝 붙여 주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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